【건강다이제스트 | 브레인트레이닝 상담센터 압구정본점 상담센터장 하나현 원장】
대한민국이 불안에 휩싸였다. ‘햄버거병’과 ‘살충제 달걀’등으로 소비자들이 충격에 빠진 상황에서 닭에서는 DDT가 검출되었고 생리대에서는 발암물질이 나왔다. 닭이 안전하지 않다면 돼지나 소는 괜찮은가? 생리대가 안전하지 않다면 기저귀나 마스크는 괜찮은가?
여태까지 내가 무얼 먹고 무얼 썼는지 불안해하면서 일상생활 전반으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푸드포비아’(음식에 대한 불안감), ‘케미포비아’(화학물질에 대한 불안감) 등의 용어가 연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 늘고 있다. 평소 불안감이 많던 한 직장인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도 뭔가 불안해요. 어디 닿기만 해도 화학물질이 제 피부에 스며들어 건강을 해치는 건 아닌지 예민해지고, 뭘 하나 먹을 때도 너무 신경이 쓰여요.” 이 분은 원래도 좀 불안했을 테지만 현실적인 불안이 더해지면서 고통은 커지고 있다.
너도나도 불안증 호소
공포라는 뜻을 가진 ‘포비아(phobia)’라는 말은 위험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고 필사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증상을 말한다. 다른 사람들에겐 별것 아닌 것들을 엄청난 공포의 대상으로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폐소 공포증(특히 작은 공간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고소 공포증(높이 올라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동물 공포증(동물을 두려워하는 것) 등이 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에 의하면 이런 두려움의 대상은 내면의 심리적 갈등과 연관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사람만의 문제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일명 ‘푸드포비아’나 ‘케미포비아’는 이와 다르다. 충분히 두려워할 만하고 누구라도 걱정스러운 것이고 걱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사회현상에 의해서 우리의 정신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이런 현실적인 불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는 정부 차원의 계획이 필요하다. 조사를 철저히 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빈틈없이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괜찮아. 살충제 달걀 때문에 암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아.”, “그런 거 신경 쓰면 먹을 게 없어.”라며 마음만 다독이고 있으면 될 것인가? 아니면 정말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텃밭이라도 가꿔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되짚어볼 때가 되었다. 도대체 닭에 살충제를 뿌리는 이유는 무엇이며, 197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었다는 DDT가 닭에서 왜 검출되는지를 말이다.
원래 자연에서 자란 닭은 흙에서 목욕을 하면서 진드기를 자연스레 제거한다고 한다. 살충제를 뿌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닭장 속의 닭들은 A4용지만 한 크기의 공간에서 흙목욕은커녕 날개조차 펼 수가 없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엄청난 달걀 수요량과 비례해서 생산해야 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싼값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좁은 공간을 쓸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 받은 닭은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 결국 한 생명을 ‘제품’으로써 싸게, 그리고 많이 사고 파는 오늘날의 소비문화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달걀의 역습이다.
우리 모두의 성찰이 필요한 때
언젠가 상어지느러미 요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조사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시중에서 팔고 있는 상어지느러미 요리 대부분은 가짜였다. 그 비싼 요리가 가짜였다니 분한 마음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 카메라의 눈을 따라가 보니 또 관점이 달라졌다. 음식점 주인이 말하길 손님들이 이 요리를 너무 많이 찾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실제 상어지느러미는 잘 구할 수가 없는데 수요가 너무 많다 보니 가짜라도 만들어서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약간의 충격이 왔다. 그러고 보니 수요가 있기 때문에 자꾸 생산을 하는 것 아닌가? 카메라를 더 따라 들어가 실제 상어 지느러미를 얻는 과정을 살펴보니 사람들은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자르고 그대로 바다에 던져버렸다. 상어는 헤엄을 쳐야 숨을 쉴 수가 있다. 그런데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는 그렇게 숨을 쉬지 못한 채 바다에 서서히 가라앉으며 질식되어 죽어갔다. 여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
‘옥자’라는 영화에서는 슈퍼 돼지를 만들고, 맛있는 소시지를 만들어 돈을 좇는 악덕 CEO 뒤에는 사실 엄청난 양의 육류를 소비하고, 값싼 소시지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걸 지적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달걀 소비량, 육류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서 우리는 어떻게 느껴야 하는가?
닭에 살충제를 뿌리고 발암물질이 섞인 생리대를 만든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잘못했다. 그들을 관리하는 의무가 있는 정부기관도 허술했다. 이와 더불어 지금의 소비문화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었던 우리의 모습도 다시 돌이켜봐야 하지는 않을까?
알에서 닭, 돼지, 소 그리고 인간까지 생명 자체를 경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작은 생명도 인간도 돈벌이의 대상이 되고 마는 현실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하자
생명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행동은 그대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번 DDT가 검출된 닭의 농장주는 한 번도 DDT를 쓴 적이 없다고 한다. 대신 그곳은 이전에 사과과수원으로 쓰였던 곳이었다.
구제역과 AI로 산 채로 수백만 마리의 돼지와 닭이 묻힌 땅에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부터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생각해 볼 때이다.
행정적인 시스템은 정부가 잘할 수 있도록 계속 감시하기로 하고,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찾아보자. 친환경인증을 받았다고 하는 상품들도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건강한 소비를 추구해보자. 조금 비싸더라도, 조금 덜 먹더라도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한다거나 하는 실천을 해보자. 그리고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생태계를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육류의 소비를 줄여보도록 하자.
근본적으로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하겠다. 달걀은 상품처럼 찍어져 나오는 공산품이 아니라 닭의 생명활동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생리대도 팔면 그만인 제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어머니, 누나, 딸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중요한 물건이다.
생명은 상품이 아니다. 사람은 돈 내는 기계가 아니다. 생명을 생명답게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 모두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해야 한다. 깨끗한 물에 사는 물고기가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듯이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에 살아야 우리도 존중받지 않겠나. 닭과 돼지가 행복한 세상에 살아야 우리의 마음도 공포에서 해방되고 행복할 수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