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한양대학교의료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
사랑했던 연인을 기억 못하고, 길을 잃고 헤매 가족들을 걱정시키고, 급기야는 대소변도 못 가린다…. 드라마 속 치매는 끔찍하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리면?’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설마 내가 걸리겠어?’라고 자만한다. 하지만 치매는 의외로 많다. 내가 걸리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렇다면 혹시 치매에 더 취약한 사람이 있을까? 미래에 치매를 걱정해야 되는 사람들 유형을 모아봤다.
누구에게나 두려운 치매
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주로 60세 이후에 급증하며,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뇌의 각종 질환으로 인해 지적능력을 상실했을 때 나타나는 하나의 증후군으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원인에 따라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 등으로 나뉜다.
*알츠하이머 : 전체 치매의 약 50% 정도를 차지한다. 뇌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되고, 기억력과 관계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감소해서 생긴다.
*혈관성 치매 : 전체 치매의 약 30% 정도를 차지한다. 동맥경화나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흡연, 고지혈증 등이 있는 사람의 뇌혈관이 막히면서 뇌경색이나 대뇌허혈 등의 손상에 의해 생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치매를 걱정해야 될까? 한양대학교의료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바로 뇌세포?뇌혈관의 죽음을 조장하는 행위를 많이 하거나 그런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지적한다.
1. 성인병을 그대로 방치하는 사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같은 성인병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들이다. 고혈압은 혈관벽을, 당뇨는 미세 말초혈관을 손상시키며, 고지혈증은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때문에 뇌혈관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혈관성 치매로 연결되기 쉽다. 같은 맥락에서 성인병의 전단계인 대사증후군 역시 주의해야 된다.
2. 술, 담배, 약과 친한 사람
흡연과 음주 역시 앞서 성인병을 유발하는 요인들로, 혈관성 치매로 연결될 수 있다. 더불어 이미 뇌가 손상되어 있는 상태라면 과도한 약물 복용은 이를 더욱 증폭시키거나 치매 진행 속도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수면제나 진통제 등은 과다 복용해선 안 된다.
3. 운동을 귀찮아하는 사람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는 경우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다. 특히 걷기나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팔과 다리를 움직이게 해 심장의 피가 뇌로 많이 가게 하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행위 자체가 뇌를 자극한다.
4. 머리 쓰기 싫어하는 사람
뇌세포를 자극하는 두뇌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경우에도 치매가 올 확률이 높다. 두뇌활동을 하면 서로를 연결하는 뇌신경이 조금 더 촘촘해지고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다. 일기쓰기나 도형 맞추기, 외국어 배우기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고스톱 등은 도전 의지나 뇌 자극을 크게 주지 않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다.
5.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걱정이 많은 사람은 알츠하이머에 걸리기 쉽다. 특히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 이것이 행동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손상시킨다. 더불어 부정적 생각이 많으면 우울증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6. 머리를 다친 적이 있는 사람
연탄가스 중독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머리 손상(외상)이 있었다면 치매가 올 확률이 높아진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과거에 머리손상을 받은 빈도가 높다. 또 직업적으로 반복적인 머리 손상이 있는 경우도 치매 발병 연령을 5~7년 정도 앞당긴다고 한다. 신경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복구되기도 어렵고, 신경세포끼리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손상이 연속적이기 때문이다.
7. 가족력이 있는 사람
알츠하이머의 경우 가족력이 있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약 4배 정도 높은 발병 위험을 보인다. 유전적으로 뇌에서 콜레스테롤 대사에 관여하는 아포지단백 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치매 발병 연령도 낮다. 그러나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모두 치매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적 요인이 더 크기 때문이다.
8. 나이가 많고 혼자 사는 사람
고령은 가장 큰 치매의 위험요인이다. 60세 이후 5년이 지날 때마다 치매환자는 약 2배씩 늘어난다. 또 혼자 사는 노인일 경우 사회적으로 위축, 고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고 우울증이 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치매 발병을 부채질하는 꼴이 된다.
김희진 교수는 치매는 갑자기 오는 병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미 40대 중반부터 뇌가 수축되면서 15~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병이라는 것. 김희진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외국 선진국에 비해 운동량이 적고 자기관리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앞에서 언급한 요인들 중 해당되는 사항이 있다면 주의를 기울이고, 개선해야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TIP. 미리미리 체크해보는 치매 자가진단표
*최근 6개월간의 해당사항에 동그라미 해주세요.
1.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 )
2.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는다. ( )
3.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을 때 금방 적응하기가 힘들다. ( )
4. 본인에게 중요한 사항을 잊을 때가 있다.(예를 들어 배우자 생일, 결혼기념일, 가족 모임 등) ( )
5. 어떤 일을 하고도 잊어버려 다시 반복한 적이 있다. ( )
6. 약속을 하고 잊은 때가 있다. ( )
7. 이야기 도중 방금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잊을 때가 있다. ( )
8. 약 먹는 시간을 놓치기도 한다. ( )
9.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 )
10. 물건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 )
11. 개인적인 편지나 사무적인 편지는 쓰기 힘들다. ( )
12. 갈수록 말수가 감소되는 경향이 있다. ( )
13. 신문이나 잡지를 읽을 때 이야기 줄거리를 파악하지 못한다. ( )
14. 책을 읽을 때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이해가 된다. ( )
15. 텔레비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따라 가기 힘들다. ( )
16. 전에 가본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 )
17.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 )
18. 계산 능력이 떨어졌다. ( )
19. 돈 관리를 하는 데 실수가 있다. ( )
20. 과거에 쓰던 기구 사용이 서툴러졌다. ( )
※ 동그라미 한 문항은 1점을 주어 20점 만점으로 계산한다. 10개 이상 동그라미가 쳐지면 치매를 의심할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