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어느덧 ‘부어라~마셔라~’ 돌림노래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연말이다. 이맘때 유난히 미안해지는 곳이 있다. 간이다. 마실 때는 좋지만 진탕 술을 마시고 난 다음에는 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것이다. 더구나 이미 간수치가 높게 나온 전적이 있었다면 미안한 마음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간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술 마실 때마다 드는 잠깐의 미안함에서 끝내선 안 된다. 이제부터 술을 안 마시겠다는 섣부른 다짐으로도 한참 부족하다. 반드시 간수치가 왜 높아졌는지 원인을 찾아서 간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
간 때문에 긴긴 시간 애간장 타기 싫다면 간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방법에 주목하자.
치솟은 간수치?○○때문이야~!
평생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침묵의 장기, 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몸의 화학공장이라는 별칭답게 간이 하는 일은 다양하다. 영양분을 가공해서 저장하고, 독성물질을 해독하고, 소화 작용을 돕고, 해로운 균을 살균하고…. 이런 간에 관심을 갖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건강검진에 포함된 간수치를 점검하는 일이다.
만약 간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왔다면 전문의를 찾아 그 원인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높은 간수치도 간수치지만 간수치를 읽자면 머리가 아파올 것이다.
보통 간수치라고 하면 AST, ALT를 말한다. 이 수치가 정상보다 높다는 것은 손상된 간세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검사를 통해 AST, ALT가 높다고 나오면 추가적인 검사를 해야 된다. 간이 손상 받는 이유는 다양하며, 이것을 정확하게 찾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류수형 교수는 “일반 건강검진에서 간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오면 추가적인 간 기능 검사와 초음파 검사, 가족력 조사 등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과정을 거치면 왜 간 손상이 생겼는지, 어느 정도 손상됐는지 알 수 있다.?
바이러스 간염이라면 빠른 치료가 우선!
간수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간질환은 간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바이러스 간염(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염, 독성 간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같은 간염이 대부분이다.?
만성 B형 간염이나 만성 C형 간염 때문에 간수치가 올라갔다면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야 한다. B형 간염과 C형 간염을 꼭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간의 기능이 죽어가는 간경변과 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 중 70%는 만성 B형 간염이었고, 15%는 만성 C형 간염이었다. 만성 바이러스 간염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류수형 교수는 “만성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이라면 정기적인 병원 방문이 중요하다.”며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손상의 정도를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비활동성 바이러스 보유자라고 해도 정기검진은 필수다. 비활동성이라도 간암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간이 싫어하는 2가지 ‘독’?
술을 자주 마시는 것은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 간암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우선 예약한 것과 다름없다. 특히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세상을 떴다면 더욱 술을 멀리 해야 한다.
류수형 교수는 “과음한 이후에는 반드시 ‘휴간일’을 가져야 한다.”며 “적어도 3일 동안은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금주를 돕는 약이 나와 있긴 하지만 술과 멀어지는 데는 본인의 굳은 의지가 중요하다. 술을 정 못 끊겠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술처럼 우리 간에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하는 것이 또 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농축된 즙, 약 등이다. 이 때문에 간 손상이 온 것을 독성간염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은 먹고 괜찮았을지라도 자신과 맞지 않으면 독이 되어 해독작용을 하는 간을 공격할 수 있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거나 성분 미상의 약, 농축된 즙은 먹지 말아야 하며, 처방받은 약이 아니라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를 한 후 먹어야 한다.
술 안 먹는데 웬 지방간??
동물성 지방의 과도한 섭취, 탄수화물 위주의 섭취, 운동 부족 등으로 늘어난 질환이 바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보통 지방간은 알코올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식습관의 변화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간에 지방이 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일부에서는 지방간염, 간경변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간이라면 간의 지방을 없애는 것이 첫 번째다. 지방간의 원인이 알코올이라면 술을 줄이거나 마시지 말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다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류수형 교수는 “4주만 금주해도 알코올성 지방간은 상당히 좋아지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면 복부비만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꺼번에 갑자기 많은 체중을 빼면 간이 손상 받을 수 있다. 유산소 운동을 통해 한 달에 1~2kg씩 줄일 것을 권한다.
걱정되는 간수치, 정상 만드는 생활습관 5가지!
간은 재생을 잘한다. 간세포가 죽으면 다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재생을 한다고 완벽하게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상처 난 후에는 굳은살이 생기듯 계속 손상 받은 부분은 점점 굳어진다. 이것이 간섬유화라고 부르는 간경변이다. 굳은 간은 회복되지 않는다. 또한 굳은 간은 말이 없다. 간경변의 전 단계나 다름없는 간염과 그 경고인 간수치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걱정되는 간수치를 정상으로 돌려줄 생활습관 5가지를 소개한다.??
1. 과로는 금지!
간염 같은 간 질환이 있다고 늘 누워있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과로는 간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심한 운동을 피하고,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2. 익히지 않은 어패류 조심!
간염이 있는 사람은 패혈증이 잘 생긴다. 패혈증이란 미생물에 감염되어 전신에 심각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류수형 교수는 “만성간질환 환자라면 어패류를 가능한 익혀 먹을 것”을 권한다.
3. 고열량 식사는 NO!
양보다는 질, 많이 먹는 것보다는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고칼로리 식사는 원래 있던 간질환에서 나아가 지방간까지 유발할 수 있으므로 꼭 피해야 한다. 한편, 간경변일 때는 간성혼수가 올 수 있으므로 단백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4. 싱겁게 먹기!
류수형 교수는 “간질환이 있는 사람이 짜게 먹으면 복수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음식을 처음부터 싱겁게 만들고, 소금이나 간장을 찍어 먹지 않도록 한다.
5. 정기적인 검사받고, 예방주사 맞기!?
간은 머슴처럼 묵묵히 일하다가 회복 불능 상태에 가까워져서야 증상을 꺼내놓는다. 따라서 간의 안녕은 정기검사를 통해서야 알 수 있다. 예방접종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특히 간염, 간경변 같은 간질환이 있고, A형 간염 항체가 없다면 A형 간염 예방접종을 꼭 해야 한다.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이 있어도 A형 간염에 중복으로 감염될 수 있다. 중복 감염이 되면 간의 손상 정도가 더 심하다.?
류수형 교수는 간염, 간경변증, 간암 및 소화기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2009년 대한간학회-GSK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대한간학회, 미국간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