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전서현 기자】
【도움말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알레르기 면역연구소 서성철 교수】
무기 중에 가장 무서운 무기가 레이더 망에 걸리지 않는 무기다. 소리 없이 적군 기지에 다가가 먼저 보고 먼저 공격한다. 성능과 관계없이 미리 포착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기의 임무를 다한 셈이다.
만약 일상에서 이러한 무기가 우릴 공격한다면? 전쟁 상황도 아닌데 웬 무기 타령이냐고 핀잔을 주는 당신. 당신과 내가 더 편한 생활을 하기 위해 개발한 환경은 우리를 역으로 공격하고 있다. 바로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미세먼지의 존재다.
문제는 이 무서운 무기를 피해 갈 곳이 없다는 데 있다. 연인에게 로맨틱한 청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촛불 이벤트마저 자칫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망칠 수도 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알레르기 면역연구소 서성철 교수의 의견에 의하면 이 촛불마저 미세먼지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늘 우리 곁에 있지만 투명 인간인양 숨죽이고 있는 미세먼지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본다. 때가 늦으면 소리 없는 대 재앙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이 부른 재앙… 미세먼지
우주로부터 지구 곳곳으로 내려앉는 ‘우주 먼지’, 화산이나 식물들의 꽃가루 같은 ‘자연의 먼지’, ‘인류가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먼지’. 이렇게 먼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중 가장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먼지가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먼지’이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알레르기 면역연구소 서성철 교수는 “아이러니하게 인간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환경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독성이 강한 미세먼지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아직 해독법 자체가 없기 때문에 예방만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미세먼지가 위험한 이유는 바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초미립자라는 것이다. 얼마나 미립자인지 그림을 통해 확인해 보자. 그림의 왼쪽 아래 있는 것이 우리가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운 모래 크기다. 오른쪽 상단의 아래 부분이 10um 이하의 먼지 크기인데 눈에 보이거나 안 보일 수 있다. 상단 위쪽에 위치한 것이 미세먼지다. 2.5um 이하로 모래의 크기와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얼마나 초미립자인지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초미립자라고 해서 무시했다간 그야말로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듯 작지만 그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서성철 교수는 “황사처럼 큰 입자의 먼지는 예방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안전한 편”이라며 “코털이나 굴곡이 많은 호흡기에서조차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침투하여 심각한 상태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 미세먼지”라고 말한다.
이어서 “미세먼지처럼 작은 사이즈의 먼지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한 서성철 교수는 “개발을 위해 섬세하게 재료를 잘게 쪼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미세먼지”라며 미세먼지의 발생처를 설명한다.
단순히 전문가의 설명으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듯 인간이 뿌려 놓은 덫에 인간 스스로 걸려들었다면 해결책 역시 인간이 스스로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깨끗이 청소해 버리는 방법은 없을까?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백승을 위해 적의 폐해부터 알아본다.
건강에 치명타! 미세먼지의 해악
세계 의학계가 미세먼지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몸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인자로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영향력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우리 몸 구석구석 그 여파가 미치지 않는 곳이 별로 없다.
1. 미세먼지 농도 100㎍/㎥ 높아질 때마다 사망자 2~3% 증가!
각 대학의 연구 결과 서울의 연간 사망자 전체 비율 중 8%가 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한다고 보고됐다. 40㎍/㎥의 미세먼지가 증가하면 소아천식과 입원 환자 수가 약 7% 증가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말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해 유럽인들의 평균수명이 8.6개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바버라 헬페리치 유럽연합 환경위원회 대변인은 “공해, 특히 미세먼지 때문에 해마다 35만 명의 유럽인이 일찍 사망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세먼지의 피해자가 주로 대도시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 때문이다. 서성철 교수는 “미세먼지의 주범은 바로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라고 밝혔다. 그 외 대패질과 금속을 정교하게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서성철 교수는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독성으로 인해 인체에 장기간 쌓일 경우 마치 기관총이 계속해서 한 곳을 공격하는 것처럼 치명적인 것”이라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미세한 기관총이 우리 혈관과 폐를 공격하고 있다.
2. 각종 호흡기 질환에도 치명적
미세먼지의 공격을 가장 먼저 받고 많이 받는 곳은 우리의 기관지다. 공기를 흡입하고 내뱉을 때 코와 소화기에서 걸러내지 못한 미세먼지는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염증을 만든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데 있다. 서성철 교수는 “인쇄하는 과정에서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데 펄프와 토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인에게 로맨틱한 청혼을 하기 위해 마련한 촛불 이벤트마저 자칫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망칠 수도 있다고 한다. 촛불 역시 미세먼지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리할 때 미세먼지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서성철 교수는 “요리할 때 하얗게 피었다 사라지는 연기는 미세먼지의 발생지”라고 밝히고 “주방에서 조리할 때는 반드시 환풍기를 켜둘 것”을 당부했다.
3. 미세먼지에 노출된 임산부-태아 성장 멈추고, 신생아 지능 떨어진다
임산부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태아의 넓적다리가 길어지고 성장이 늦춰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태어나더라도 뇌의 지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미세먼지가 어떻게 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뇌에는 외부로부터 바이러스 침투를 막기 위한 보호막이 있다. 하지만 이 보호막마저 미세먼지의 침투력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 심근경색, 뇌졸중, 동맥경화도 유발
이렇게 폐를 통과해 심혈관과 뇌혈관까지 침투한 미세먼지는 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혈전을 만든다. 혈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떡’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즉, 액체의 혈액이 딱딱하게 굳어진 것을 말한다. 이 혈전이 혈관을 막아 각종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것이다.
5. 암의 원인으로 급부상한 미세먼지
폐에서 걸러내지 못한 미세먼지는 폐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혈액에 침투해 세포를 압사, 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된다.
그야말로 약방의 감초처럼 어느 한 군데 빠지지 않고 골고루 활약하는 미세먼지. 이 같은 미세먼지에 인류는 그저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빛과 그림자는 쌍둥이처럼 붙어다니듯, 미세먼지의 독성을 해독할 수 있는 해독법은 없는 것일까?
미세먼지 역습 막는 철벽 방어법 8계명
서성철 교수는 “이미 몸 안에 침투한 미세먼지를 해독하는 방법은 없다.”고 밝히며 “철저한 예방만이 미세먼지의 습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서성철 교수가 소개하는 예방법을 살펴보고 반드시 실천하자.
1계명_ 공기가 탁해졌다고 느껴지면 물을 먹어라
황사철이 되면 시중에 돼지고기 소비가 늘어난다. 돼지고기가 먼지를 해독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낭설로 보고되고 있다.
서성철 교수는 “습한 곳에서 물과 접촉하면 붙는 미세먼지의 성격 때문에 물을 마시면 미세먼지가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공기가 탁해졌다고 느껴지면 반드시 물을 먹을 것”을 당부했다. 또한 “꼭 가그린 같은 전문 구강 청결제가 아니어도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좋은 예방법”임을 전했다.
2계명_ 도로에서의 운동은 자제한다
새벽녘 뉴욕 도시의 다리를 자전거로 건너는 영화의 한 장면은 충분히 로맨틱하다. 하지만 만약 그 배우가 그런 장면을 장기간 찍는다면 얼마 가지 않아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도심에서 미세먼지의 주범은 자동차 배기가스다. 굳이 하고 싶다면 차량 운행이 적은 시간을 골라서 해야 한다. 환기 역시 차량 운행이 비교적 적은 아침과 저녁에 해야 한다.
3계명_ 주거지는 도로와 인접한 곳은 피한다
강이 보이는 아파트는 전망 때문에 비교적 값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건강을 조목조목 따진다면 비쌀 이유가 하나도 없다. 강이 보이는 아파트는 가까이에 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로열층 역시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입자가 큰 먼지는 가라앉기도 하지만 무게가 가벼운 미세먼지는 공간의 높낮이를 초월해 존재한다.
4계명_ 겨울철 의류는 정전기 방지 세제를 반드시 사용한다
겨울철 의류들은 대부분 정전기를 발생시킨다. 의류 자체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겨울철 의류들이 대부분 정전기가 많이 일어나는 소재인 것이 문제다. 정전기로 인해 미세먼지가 발생하므로 이를 방지하는 세제 활용을 해야 한다.
5계명_ 공기청정기는 반드시 고성능 필터가 있는 것을 구입한다
겉은 비슷하지만 공기청정기의 기능은 천차만별이다.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제품의 구성을 보고 선택해야 한다. 꼼꼼히 읽어보고 고성능 필터가 장착된 것을 구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세먼지를 청정할 기능이 없는 경우가 많다.
6계명_ 컴퓨터, 휴대폰에는 반드시 보호막을 설치해라
컴퓨터와 휴대폰에 보호막을 설치해서 정전기 발생을 막아야 한다. 정전기 자체가 미세먼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아이가 PC방에서 장시간 노출될 경우 컴퓨터의 정전기가 발행시키는 미세먼지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유념하자.
7계명_청소기는 될 수 있으면 스팀 청소기를 사용해라
먼지가 일어나지 않는 스팀 청소기를 사용하면 좋다. 일반 청소기라면 흡입망 청결을 신경써야 한다. 공기 배출구는 사용자 호흡기와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미세먼지가 공기 배출구를 통해 사용자의 호흡기로 이동할 수 있다.
8계명_ 에어컨 필터의 청결을 신경 써야 한다
여름철, 에어컨을 사용하는 시간은 불과 한 달 정도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에어컨 청소 횟수를 물어보면 보통 한 달에 한 번이라고 말한다. 결국 에어컨은 일 년에 한 번 청소하는 셈이다. 1년에 한 번뿐인 에어컨 필터 청소, 신경 써서 꼼꼼히 해보자.
미세먼지의 대 습격을 무조건 환경 문제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미세먼지 자체가 인간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세먼지는 인간의 양심에 도달하기 위해 작디작은 물체로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세먼지가 주는 경고에 인간이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미세먼지와 휴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성철 교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거쳐 University of Cincinnati, OH, USA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병원 천식환경보건센터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알레르기면역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