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연세유앤김신경정신과 유상우 원장】
이웃이 원수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언젠가부터 소음, 쓰레기 처리, 흡연 등 때문에 이웃끼리 싸우는 것이 예삿일이 됐다. 특히 층간소음 때문에 생긴 층간 다툼이 흉기 난동으로까지 번져 우리를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해코지할까 두려워 이웃에게 할 말도 못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렇게 이웃과 얼굴을 붉히는 일은 주로 공동주택에서 벌어진다. 공동주택에서 사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런 다툼을 해결해줄 별 뾰족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내 집에서 불행하게 살 수는 없는 일. 예의 없는 이웃의 역습에도 즐거운 나의 집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PART 1. 층간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면… 층간소음 스트레스 안 받는 법
서울 서초구에 살고 있는 주부 황인숙 씨는 또 자다가 깼다. 원래 매일 10시에 잠들던 인숙 씨는 한 달 전부터 12시까지는 쉽게 잠들지 못한다. 한 달 전에 이사 온 위층 가족 때문이다. 위층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남자아이 두 명과 부부가 산다. 그런데 그 집 아이들은 매일 자정까지 뛰어논다. 아이들이 뛰는 소리, 물건을 떨어뜨리는 소리, 거기에다 의자와 책상을 질질 끄는 소리까지…. 밤마다 전쟁이 따로 없다. 자는 것을 포기하고 TV를 켜도 쿵쾅거리는 소리는 여전하다. 꾹꾹 참던 인숙 씨는 다음날 아침 관리사무실을 찾아 담아둔 말을 단숨에 쏟아냈다. “저 702호인데요. 802호 때문에 시끄러워 못 살겠어요!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흉기 난동 말고도 층간소음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층간소음 문제의 이해와 분쟁 해결을 유도하는 ‘이웃사이센터’와 ‘층간소음 관리사’의 등장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해결책이 등장했을까.
층간소음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은 나는 피해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위층에서 소리가 들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하지만 그때마다 위층으로 올라가 항의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참고 살기에는 마음의 고통이 너무 크다. 연세유앤김신경정신과 유상우 원장이 조언하는 층간소음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법은 다음과 같다.
1. 진짜 시끄러운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흔히 귀가 예민하다고 하는 사람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작은 소리를 크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유상우 원장은 “소음인지 아닌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면 가족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만약 자신은 거슬리는데 가족들은 별거 아니라고 한다면 혼자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때는 작은 소리일 뿐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
유상우 원장은 “불안장애, 수면 부족,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이라면 작은 소리에 예민해진다.”고 설명한다. 이런 경우라면 치료, 휴식 등을 통해 소리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다.
2. 참지 말고 알리기!
누가 들어도 시끄러운 층간소음이라면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꾹꾹 참다가는 언젠가 폭발하게 되어 있다. 층간소음 때문에 죄 없는 가족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풀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유상우 원장은 “시끄러운 층간소음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면 위층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좋다.”며 “많은 이들이 자신이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므로 알려야 해결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윗집에 층간소음이 있다는 것을 알릴 때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청유형의 편지를 전달하는 것이 좋다. 일단 구체적으로 언제 무슨 소리가 나는지 밝혀야 한다. ‘평일 낮에는 집에 사람이 없어서 뛰어도 괜찮지만 저녁 10시 이후에는 아이가 뛰지 않게 신경을 써줬으면 고맙겠다.’라는 등 특히 고통받는 시간대나 소리의 종류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좋다.
자신 또는 가족이 만든 소음 때문에 아랫집이 피해를 본다면 대부분 조심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소음 피해를 보는 아래층도 층간소음이 완벽하게 없어지지 않을지라도 줄여보려는 노력이 느껴진다면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또한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자신도 소음으로 아래층에 불편을 주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좋아지고 있다면 조금만 너그러워지자.
3. 과감히 주거환경 바꾸기!
사실 층간소음의 해결 여부는 윗집 가족이 자신들의 부주의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달려있다.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이웃이고 층간소음 때문에 못살겠다면 이사를 고려해야 한다. 유상우 원장은 “남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기가 쉽다.”며 “무엇이 나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PART 2. 담배 연기 때문에 골치 아프다면… 담배 연기 스트레스 해결법
초등학생 자녀를 2명 둔 종구 씨의 집은 아파트 1층이다. 그런데 베란다 창문을 열어 놓는 여름에는 담배 냄새 때문에 짜증 지수가 올라간다. 집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니까 1층까지 내려온 아파트 주민들 때문이다. 대부분 얼굴을 아는 사람이라서 말하기도 그렇고, 참자니 아이들 건강이 걱정이다. 유치원 때부터 금연교육을 받은 초등학교 2학년 딸은 담배 연기가 들어오면 밖을 향해 “담배는 해로워요! 피우지 마세요!”라고 외치기도 한다. 요즘은 베란다 사이로 사람 실루엣만 보여도 깜짝 놀란다. 종구 씨는 담배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싫다.
1. 누군지 기억했다가 알리자!
유상우 원장은 “담배 연기는 명백한 발암물질”이라며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므로 집으로 들어오는 담배 연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누가 핀 것인지 알고 있다면 당사자에게 이런 상황을 알린다. 이때도 역시 직접 대면해서 말하기보다는 관리사무소에 알리거나 부탁 조의 편지를 쓰는 것이 좋다.
2. 괜히 짜증 내지 말고 방법을 찾자!
만약 담배 연기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모른다면 짜증을 내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다. 짜증을 내도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이다. 담배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 쪽 창문을 열거나 담배 냄새가 올라오는 화장실 문을 잘 닫는 등 내 생활을 바꿔본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누군가의 담배 연기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알리고 금연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부탁한다.
그래도 별 소용이 없고 가족 모두가 담배 연기에 예민한 최악의 경우는 주거 환경을 바꿀 수밖에 없다.
하우스 트러블, 극단적 선택은 NO!
유상우 원장은 “불편을 주는 이웃을 대할 때는 쫓아가서 화를 내거나 무작정 꾹꾹 참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둘 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집은 모두의 소중한 보금자리다. 이곳을 아늑한 쉼터로 만들기 위해서는 분노와 비난보다 이웃에 대한 배려와 양보, 그리고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 나부터, 우리 가족부터 실천해보자.
유상우 원장은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 박사이며, 공황장애, 우울증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한림대병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다나박사의 공황장애>, <부자가 되는 뇌의 비밀>, <스트레스 다스리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