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은혜 기자】
칠십이라는 나이가 전혀 믿기지 않는 얼굴. 고생이라곤 전혀 모르고 산 듯한 모습. ?전남 순천에 있는 조계산 힐링센터에서 만난 서수자 씨(71세)의 첫인상은 그랬다.
그녀 모습 어디에도 담도암 수술을 받았고, 그런 지 1년 남짓 됐고, 그래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조심 살고 있다는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여행이라도 온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이 같은 첫 느낌은 녹음기가 켜지고 그녀의 지난 이야기가 시작됐을 때도 변하지 않았다.
담도암 수술, 그리고 그 후 1년의 지난 이야기를 너무도 경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냈다. 암이 주는 중압감이나 두려움 같은 것…그녀의 지난 이야기 속엔 없다.
담도암 수술로 아직도 가슴팍에는 가로 25cm, 세로 25cm의 L자 흉터가 또렷이 남아 있지만 치매에 걸린 것보다는 암이 낫다고 우기는 그녀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편의 방광암, 그리고 의료사고
누가 뭐래도 서수자 씨는 축복 받은 사람이다. 스물여덟에 결혼을 하고,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다복한 가정을 꾸리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주인공이다. 그런데 누가 시샘이라도 한 걸까? 평탄했던 그녀의 삶은 2009년 남편이 방광암 진단을 받으면서부터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방광암 초기여서 걱정도 안 했어요. 병원에서도 수술만 하면 문제없다고 했고, 그런 줄로만 알았죠.”
그러나 불행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잉태됐다. 방광암 수술을 하고 신기술을 이용해 인공방광을 만들어 넣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뒤처리가 잘못돼 출혈이 되면서 남편은 끝끝내 깨어나지 못했고, 중환자실에서 16개월을 버티다 결국 세상을 등졌다.
너무도 억울했다. 남편을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남편의 그늘 속에서 화초처럼 살아온 삶이었다. 그런 남편이 그녀 곁을 떠난 거였다. 그것도 너무도 어이없게, 너무도 황망하게.
“누가 봐도 의료사고였어요. 그런데 병원에서는 인정을 안 하려 하고…그래서 마음고생을 참 많이 했어요.”
길고긴 공방 끝에 결국 의료사고로 인정을 받았지만 그때는 이미 많은 상처를 남긴 뒤였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오랫동안 앓아온 당뇨도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아마 그 때문이었나 봐요. 남편을 보낸 지 꼭 일 년 만에 저 또한 암 진단을 받았으니까요.”
담도암 진단, 치매가 아니어서 좋았다!
너무도 황망하게 남편과 이별하고, 병원과의 날선 공방이 모두 끝났을 때 서수자 씨의 몸은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혈당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됐다. 40대부터? 혈당 조절이 잘 안 돼 인슐린 주사를 맞아온 그녀였다. 그런데 남편의 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몸도 붓기 일쑤였다. 눈에는 당뇨합병증으로 망막증까지 왔다.
“거기에다 늘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위내시경을 찍었더니 위염 증상만 있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아마 암세포가 터를 잡은 것 같아요.”
그로부터 4개월 뒤 서수자 씨는 혈당검사를 하기 위해 늘 다니던 동네병원 간호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혈액검사 결과 간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다면서 병원으로 빨리 오라는 전화였어요. 그런데 그때가 12월 말이라 새해 초에 가겠다며 전화를 끊었죠.”
2013년 새해 이튿날, 동네병원을 방문했던 서수자 씨는 담당의사로부터 호통부터 들어야 했다. 간수치가 정상보다 9배나 높게 나왔다면서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거였다.
그로부터 10일 후 서수자 씨는 병명도 생소한 암 진단을 받게 된다. 담도암이라고 했다. 초기라고 했다. 의사는 말했다. 수술할 수 있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라고.
“솔직히 그런 말을 듣는데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어요.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때 뜬금없이 든 생각은 ‘치매보다 낫다.’는 거였어요.”
너무도 의연하게, 너무도 대범하게 암 진단을 받아들였다는 서수자 씨는 그로부터 10일 뒤 수술대 위에 올랐고, 비록 초기 담도암이었지만 장장 8시간에 걸친 복잡하고 까다로운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담도가 간, 소장, 십이지장, 췌장과 접해있는 부분이어서 네 장기를 조금씩 다 잘라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힘든 수술이 끝났을 때 서수자 씨의 가슴팍에는 가로 25cm, 세로 25cm 크기의 L자 흉터가 선명하게 남았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놀며, 즐기며…
대부분 말기에 발견되고, 그래서 손써 볼 수 없는 암으로 악명이 높은 담도암. 하지만 서수자 씨는 많이 달랐다. 초기에 발견된 것도 그렇고, 수술 예후도 좋았다. 그래서 비교적 수월하게 퇴원할 수 있었던 그녀는 퇴원한 지 이틀 만에 순천으로 향했다. 항암치료 대신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요양을 하자 결심한 때문이었다.? 그랬던 서수자 씨는 지금 그 생활에 흠뻑 매료돼 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깨끗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마음까지 편안하다며 너무나 좋아한다. 생각도 단순해지고 뭐든지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나이 70에 인생의 새로운 묘미를 알게 된 것 같다며 뿌듯해한다.
그런 그녀가 소개하는 그녀의 하루 일과는 되도록 많이 움직이고, 자연음식을 먹고, 마음의 짐은 되도록 내려놓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1. 하루의 시작과 끝에는…
● 5시 30분쯤에 일어나면 풍욕을 한다. 창문을 활짝 열어 공기의 소통이 잘 되게 한 뒤 전신을 공기에 쏘이는 목욕법이다. 풍욕을 하면 피부호흡이 잘 돼 노폐물 발산이 잘 되고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는 것 같아 좋다.
● 풍욕이 끝나면 물 한 잔과 야채스프 한 잔을 마신다. 무, 무청, 당근, 우엉, 표고버섯 등 5가지 채소로 만든 야채스프는 암세포를 제압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꼭꼭 마신다.
● 그런 다음 다 같이 모여서 발목펌프운동을 한 시간 정도 한다. 발목펌프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세포가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마무리는 스트레칭으로 끝낸다.
● 자기 전에도 풍욕과 발목펌프운동, 스트레칭을 해서 하루의 피로를 풀어준다.
2. 세 끼 식사는 자연식과 간단식으로~
아침과 점심의 두 끼 식사는 자연식 위주로 먹는다. 주식으로 현미잡곡과 통밀가루로 만든 것을 먹고 단백질은 대개 콩으로 한다. 채소는 반찬으로 먹는 것 외에 생채소를 한 끼에 한 접시 정도 먹는다. 지방은 기름이 아닌 깨 종류나 견과류 같은 자연 상태의 것을 주로 먹는다.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싱거운 저염식으로 만든 7~8가지 반찬을 주로 먹는다.? 저녁은 구운 고구마나 감자 한두 개로 대신하며 절대 과식하지 않도록 한다.
3. 햇볕을 쬐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하루 두 번 산책하기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씩 조계산 숲길을 걸으며 산책한다. 종종 편백숲을 걷기도 하고 황톳길 맨발 걷기 명상도 한다.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이제는 예사로 보이지 않고, 새소리, 바람소리까지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예전에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4. 건강강좌 들으며 건강지식 얻기
요양원에서 생활하면서 몸에 대해, 건강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커다란 축복처럼 느껴진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몸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몸이 좋아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 그 깨달음은 다시없는 행운으로 느껴진다.
철부지로 살면 걱정이 없어요!
오늘도 나이 50이 아닌 70에 암 진단 받은 걸 축복으로 여기고, 초기에 발견된 것을 다시없는 행운으로 여기고, 수술할 수 있는 암이어서 그것 또한 기쁜 일이라며 좋아하는 서수자 씨.
비록 담도암 수술 후유증으로 소화도 잘 안 되고, 숨막히는 통증도 종종 나타나지만 그녀의 하루는 경쾌하고 발랄하다. 즐겁게 풍욕을 하고 발목펌프운동을 하고 간이 안 된 자연식도 맛있게 먹으며 요양원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런 덕분일까? 담도암 수술을 받은 지 1년 만에 받은 정기검진 결과도 만족스럽다. ‘다 좋다.’면서 소화제 처방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행운에, 다시없는 축복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서수자 씨. 그런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도 엉뚱하다. 철없이 살라는 것이다. 화가 나면 화를 내는 철부지, 운동을 할 때도 적당히 게으름을 피우는 철부지, 어제는 과거로 묻고 내일은 미래로 남겨둔 채 오늘만 생각하는 철부지. 그런 철부지로 살면 하루하루가 축복처럼, 행운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