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52세 여성이 진료실을 방문했다. 14년 전인 38세경 진행성 위암으로 위 전체를 절제한 후 큰 문제없이 지내온 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좌측 혀의 옆 부분에 작은 혹이 생겨 설암 판정을 받게 되었고, 그와 함께 시행한 목 부위 검사상 갑상선에도 악성이 의심되는 혹이 있다고 진단받았다. 이 환자는 위암 수술 후 위암에 대한 추적검사만 받고 있었을 뿐 다른 부위에 대한 암 검사는 받지 않았다고 했다.
흔히 암으로 치료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원래의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것만 잘 방어하면 몸의 다른 부위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특히 우리나라 성인들은 한 번 암에 걸리면 액땜을 했다고 생각해 다른 장기에는 일반인보다 암이 덜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몸의 한 부위에 암 치료를 받은 경우 다른 부위에 암이 생길 위험이 2.3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50세 이전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린 경험이 있는 경우는 다른 장기에 암이 발생할 위험이 좀 더 증가하는 편이다.
따라서 한 장기에 암이 생겨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일반인보다 다른 장기의 암에 대해서도 좀 더 규칙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 번 암에 걸린 분들이 다른 장기에도 암이 더 잘 생기는 것은 이전 암을 치료하던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원래 암을 일으키는 데 관여했던 생활습관이 교정되지 않은 것이 주원인이다.
암 생존자 건강관리는 자신에게 적절한 음식 섭취, 운동, 감정조절을 통해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앞의 사례자 분은 짠 음식 섭취도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와 비교적 균형 잡힌 건강식을 하고 있었지만, 살코기와 같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소홀했다. 대신 콩, 두부, 생선 등의 단백질은 꾸준히 섭취하고 있었다.
운동은 기본적으로 위암이 발생하기 전부터 규칙적으로 하고 있어 문제가 없었지만, 단지 사는 데 전혀 즐거움이 없고,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어서 삶의 모든 면이 스트레스였다. 즉 건강을 위해서 먹고 운동하는 것 또한 직장에서의 일과 같이 마음의 부담이었다.
우리 몸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무적으로 할 것을 하는 상황과 즐겁게 하는 상황을 잘 구별한다. 우리 몸에는 건강한 세포와 조금씩 늙고 병든 세포가 함께 공존하는데, 건강한 사람은 좋은 세포가 나쁜 세포들을 잘 없애 암이 생기지 않게 한다.
암의 재발이나 다른 장기에 암이 또 생기는 것을 예방하자면 몸에서 건강한 세포를 잘 만들도록 스스로 도와주어야 한다. 체력이 약한 아이들이 잘 뛰어 놀지 못하듯이, 즐거움과 활력이 떨어지면 몸속 면역세포들도 제기능을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즐거움과 슬픔이 공존할 때 건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