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2009년, 연기자 황은정은 벌써 네 번째 옷을 갈아입었다. 올 봄, 영화 <실종>의 욕쟁이 다방레지 미자에서 MBC드라마 <신데렐라맨>의 깜찍한 동대문 장사꾼 삼억이, 영화 <애자>의 날라리 고등학생 순이, 최근엔 MBC드라마 <탐나는도다>에서 박규의 하녀 주근깨소녀 복년이까지.
한 인물이 맞는 걸까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뭐 하나 비슷한 역할이 없는데 적응하려면 힘들지 않았을까?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짧은 장면을 찍더라도 컷을 준비하며 캐릭터를 연구하고 몰입하는 과정이 얼마나 즐거운데요.”
<실종>의 다방레지를 연기하려 태어나 처음으로 다방이란 곳에 가 마담언니와 아가씨에게 다방 일을 배우고, 미자의 욕을 실감나게 연구하고, <신데렐라맨>의 삼억이가 되기 위해 동대문을 발 붓도록 돌아다녔다는 그녀는 이 정도 노력은 다들 하는 것이고 고생도 아니라며 씽긋 웃는다.
“한 컷을 찍기 위해 며칠 간 고생을 하더라도, 나중에 사람들이 제 직업이 다방레지인 줄 알았다거나 동대문에서 진짜 장사하는 소녀인 줄 알았다고 할 때 기분 좋고, 더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요.”
그녀는 스스로 청순가련한 이미지는 아니라며, 앞으로 비온 뒤 갠 무지개같이 여러 가지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톡톡 튀는 배우가 되고 싶어한다. “남들이 꺼리는 역할이 탐나요. <아내의 유혹>의 김서형 씨처럼 엄청난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여태껏 연기한 것보다 더 독한 것을요.”
아직까지 사람들은 연기자 황은정을 잘 알아보지 못하기도 한다. 2002년 KBS <산장미팅>으로 방송에 데뷔해, 전투적으로 베개싸움을 하는 등 코믹한 분위기를 이끈 후 SBS <웃찾사>에서 6개월간 개그를 선보였다. 이어서 MBC <찾아라! 맛있는 TV>와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로 꾸준히 활동해 지금도 개그우먼이나 리포터로 아는 사람도 많다. 촬영장에서도 개그와 애드리브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단다.
“감독님들의 기대치가 높아요. 그만큼 사전에 대본을 분석하고 애드리브를 준비해 갈 때가 많아요. 현장에서는 갑자기 떠오른 척하고 보여드리죠.”
애드리브의 귀재로 유명한 그녀의 재주는, 타고난 성격도 있겠지만 사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계획적인 노력이 빛을 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끊임없이 노력해서 김수미나 박해미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고상함과 상스러움을 넘나드는 반전의 여왕이 되는 게 목표”라며 열심히 좇아 닮아갈 거란다.
일 욕심도 많고, 실제로 일도 많은 그녀. 건강관리는 어떻게 할까?
밥심으로 산다며 함박웃음을 터트린 그녀는 <찾아라! 맛있는 TV>를 진행하며 전국에 있는 맛집을 다녀봐서 맛있는 음식을 잘 알고, 찾아 먹는다고. 이십대 후반이면서 <신데렐라맨>의 스무살 소녀를 연기할 수 있었던 동안비결은 ‘밥’과 ‘웃음’이다. 그러나 잘 먹고 긍정적으로 웃으며 사는 그녀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일할 땐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놀 땐 즐겁게 놀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여름엔 수상스키 같은 계절 스포츠를 신나게 타기도 하고요.”
언제나 생동하는 에너지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그녀의 열정이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