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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주치의] 신종 플루 이어 폐렴도 걱정되세요?

2009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황금호 54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건양대 의대 호흡기내과 손지웅 교수】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폐렴에 따른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서거했다. 혈전이 폐혈관을 막아 생기는 폐색전증이 사망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첫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 사망자로 확인된 56세 남성의 사인도 폐렴과 그에 따른 패혈증이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나 황순원의 <소나기>같은 소설 속에서나 만나는 시리도록 가슴 아픈 병으로, 다소 멀리 있는 듯 여겨졌던 폐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여전히 발병률도 높고 증상도 심각해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는 폐렴… 그 정체를 파헤쳐보자.

신종 플루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망원인은 대부분 합병증인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폐에 들어가 기생하면서 폐렴을 일으켜 죽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 세계적으로 신종 플루 경계령에 이어, 폐렴 백신까지 동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폐렴 사망률은 1994년 세계 17위에서 2004년 10위로 높아졌으며, 미국에서도 매년 6만여 명이 숨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폐렴환자 중 10%는 균혈증(몸에 들어 온 병원체가 1차 병소에서 2차로 혈액 속으로 이동하는 증세)을 동반한 수막염ㆍ관절염ㆍ심내막염ㆍ심낭염ㆍ복막염ㆍ농흉 등 전이감염을 보인다. 또 심부전ㆍ심부전 폐색전증ㆍ급성심근경색 같은 비감염성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

건양대병원 호흡기내과 손지웅 교수는 “외래환자 사망률은 1~5%로 낮지만, 입원환자는 12%로 더 높으며, 균혈증을 동반하거나 요양시설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사망률이 40% 정도로 높다.”고 말한다.

폐렴, 왜 걸리나?

폐렴은 폐를 구성하고 있는 기관지 등의 염증이 아닌 폐 실질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환자의 인두(식도와 후두에 붙어있는 기관)에 상주하는 세균을 빨아들여 발생하는 것이 가장 많고, 비말飛沫 (입에서 배출하는 작은 물방울) 등에 노출돼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손지웅 교수는 “노출이 된다고 모두 폐렴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그 사람의 면역 상태에 따라 폐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면역력이 강한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고, 설사 걸린다 해도 어렵지 않게 나을 수 있다.”며 특히 “아직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면역력을 획득하지 못한 영유아나 만성 폐질환을 가진 성인, 노약자 등이 취약하다.”고 밝혔다.

감기와 유사해 증상 구별 어려워

건강한 성인이라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와 연관된 폐렴에 흔하게 걸린다. 콧물ㆍ기침ㆍ발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이후 12~36시간 내에 호흡곤란과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도 근육통 등의 비호흡기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며, 심한 기침으로 상복부의 복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체온이 올랐다가 일단 가라앉은 뒤 다시 올라간다면 일반 감기나 독감이 아니라 폐렴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증상이 보이면 병원에서 가슴 방사선 촬영을 통해 폐의 변화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증상이 감기와 유사하기 때문에 특히 소아를 둔 많은 부모들이 감기로 오인해 감기약을 먹이는 등 자가 치료를 할 수 있다. 그 결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어떻게 치료하나?

원인에 따라 다르다. 수두 폐렴처럼 효과가 확인된 항바이러스 제제가 있는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며, 세균성 폐렴일 때는 대증요법(병의 근원과는 관계없이 겉으로 나타난 증상에 따라 적절히 치료하는 법)과 함께 원인균에 따른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한다. 바이러스성 폐렴의 경우에는 수액의 공급, 진해거담제 등의 대증요법으로 대부분 치료된다.

환자들은 대부분 입원치료가 필요하지만 증상이 가벼운 경우 만성 폐질환 합병증이 발생될 위험요소가 적어 외래에서 치료하기도 한다. 손지웅 교수는 “최근에는 항생제 내성이 많아져 각종 폐렴 치료의 위험인자에 따라서 각각 치료 방침을 달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

손지웅 교수는 “병원균에 대한 노출을 줄이거나, 방어력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며 특히 “구강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외출 후에는 입안을 세정하고 노인의 경우 음식물 섭취 시에 흡인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음주와 흡연을 하는 사람은 폐렴 유병률은 물론이고 합병증이나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미국 크레이튼대학 의대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험쥐를 알코올과 담배, 두 가지에 모두 노출시키자 병원균 여과작용을 하는 기도의 섬모운동이 약화돼 폐렴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았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음주를 줄이고 금연을 하면 병에 걸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영양 상태도 폐렴의 위험과 관련이 있으므로 적절한 영양 상태를 유지해 면역력을 키워준다. 단백질과 지방이 높은 현미를 먹는 게 좋다.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면 폐렴에 걸릴 수 있다. 적절한 수면시간을 지켜야 하고 과로를 피하고 꾸준히 운동을 한다. 그밖에 공공장소를 피하거나 마스크를 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폐렴 백신이 궁금하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맞고 있다는 폐렴백신의 효과는 어떨까?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면역자문위원회(ACIP) 등은 면역력이 약한 65세 이상 성인과 만성 심혈관질환ㆍ간장질환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폐기종과 같은 만성폐질환자ㆍ당뇨병 환자에게 폐렴구균 백신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하비 사이먼 교수는 2007년 <뉴스위크>에 쓴 특별 기고문에서 “60대라면 복부 대동맥 검진과 폐렴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백신만으로 폐렴을 완벽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균인 ‘폐렴구균’을 예방하기 때문에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손지웅 교수는 “특히 고위험군에게 예방접종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 하나! 신종 플루가 극성을 부리자 너도나도 폐렴 백신 맞겠다고 줄을 잇고 있는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폐렴 백신을 맞는다고 신종 플루에 안 걸리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젊고 건강한 사람들까지 모두 맞을 필요는 전혀 없다. 가격은 정부차원에서 지정한 필수 예방접종이 아니기 때문에 약 4만 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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