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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주치의] 딜레마에 빠진 건강검진 … 왜?

2013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풍성호 144p

【건강다이제스트 | 전서현 기자】

【도움말 | 강북삼성병원 건강검진센터 전소현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

딜레마란 몇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 시대는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모를 정보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의학정보는 더더욱 민감한 사안이다.

건강검진 역시 이 정보 딜레마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병의 조기발견을 위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것이 건강검진이다.

그랬던 우리들의 생각이 지금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건강검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등이 도리어 건강을 해치는 위험인자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지금 우리는 절실히 묻고 싶다. ‘건강검진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딜레마에 빠진 건강검진의 모든 것을 알아보고 명쾌한 해답을 찾아본다.

무증상일 때 필요한 것이 건강검진

건강검진에 대해 일반인의 시각과 의료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일반인은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린다든가, 현기증이 나는 등 특정 신호가 있으면 한 번쯤 건강검진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러한 발상 자체가 건강검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시작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북삼성병원 건강검진센터 전소현 교수는 “건강검진의 목적은 무증상 성인에게 숨어 있는 병의 시초를 빨리 찾아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며 “손의 힘이 빠지는 등 특정 증상이 포착되면 그때부턴 검진의 영역이 아니라 진료의 영역에 속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건강검진은 본인이 건강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 받는 것이다. 만약 특정 증상이 포착되면 해당 전문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건강검진센터는 점집이 아니다!

전소현 교수는 “환자에게 가장 많이 듣고, 또 가장 곤란한 질문이 바로 ‘피검사하면 다 나오나요?’라는 질문”이라고 말한다. 건강검진센터는 점집이 아니다. 본인이 온 목적을 정확히 밝혀야만 검진이든 진료든 교통정리를 할 수 있다.

특정 목적 없이 온 사람에겐 일반적인 검사만 들어가기 때문에 특정 부분은 놓치는 경우도 있다. 전소현 교수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몸 전체를 훑어보는 과정이기 때문에 특정 부위의 결과는 진료만큼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 밝히고 “만약 특정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의료진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줄 것”을 강조한다.

방사선 걱정? 컴퓨터, 휴대폰도 문제!

최근 건강검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해로 알려진 것이 방사선이다. 실제로 방사선 때문에 건강검진 받기가 두렵다는 사람도 많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방사능과 방사선의 개념은 다르다는 것이다. 방사능은 일본의 예로 원자폭탄이 터졌을 때 방출되는 것으로 인체에 계속 축적돼 세포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 반면 방사선은 1회성으로 끝난다. 즉 한 번 쪼일 때 세포의 돌연변이를 일으킬 확률이 만들어지는 것이지 몸 안에 축적되는 것은 아니다.

전소현 교수는 “주사위를 많이 던지면 확률도 높아지는 것처럼 CT촬영이나 X-ray를 많이 찍으면 방사선에 노출될 확률 역시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방사선에 의해 세포의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만약 건강검진 과정에서 노출되는 방사선이 걱정이라면 컴퓨터와 휴대폰 역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는 것이다.

건강검진의 폐해들만 모아 놓고 보면 공포심에 병원과는 발걸음을 딱 끊고 싶다. 유일한 길은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것일까?

전소현 교수는 “방사선의 위험보다는 복병처럼 숨어 있는 병을 조기에 발견해 삶을 질을 높이는 것이 건강검진의 역할”이라며 “따라서 실보다 득이 더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똑 소리 나게~ 건강검진 제대로 활용법 베스트 5

1. 예진 시 침묵은 금이 아니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오는 일반인에게 의료진이 처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어떻게 오셨어요?”이다. 이 질문을 상투적인 인사로 받으면 안 된다. 전소현 교수는 “예진 시 본인이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계기를 정확하고 충분히 이야기 할 것”을 당부했다.

이후 진행되는 설문지 역시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여러 항목이다 보니 귀찮다고 대강 체크한다면 건강검진의 의미가 없어진다.이왕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받는 건강검진이므로 귀찮더라도 세심하게 신경 써서 받는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2. 검진 과정은 병원의 지침대로~

건강검진을 받는 부류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노동법에 의해 일 년에 한 차례씩 받는 직장인 ▶40세부터 국가에서 실시하는 무료 검진 과정을 받는 부류 ▶이상 증상이 포착돼 부담스럽지만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하는 일반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셋째 부류, 즉 시간과 비용이 부담 되는 층이 가장 정확한 지침대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결과 역시 정확하고 건강검진의 목적에 부합한 결과로 이어진다.

무료로 실시하는 검사라고 해서 대충대충 받으면 대충 인생이 끝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소현 교수는 “금식 시간 등의 지침은 가장 정확한 검사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므로 반드시 정확하게 따라줄 것”을 당부한다.

3. 검사 결과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건강검진 후 특정 질병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검사 결과를 무심하게 보는 경우가 있다. 올바른 건강검진의 방법이 아니다. 현재 발병은 하지 않았지만 인자가 발견될 경우 각 진료과로 검사 결과가 넘어간다. 사후 관리를 하지 않아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하자.

4. 나 홀로 건강 검진법 생활화하기

병원에 올 시간과 비용이 부담되는 사람을 위해 전소현 교수는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체중에 변동이 있거나, 변이 흑색으로 나오는 경우는 반드시 병원을 찾을 것”을 권유했다.

생활에 특별한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 동안 본인 체중의 5%가 빠졌다면 이상 증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 어지럼증, 구토,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은 검진센터가 아닌 진료 기관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5. 청소년기 건강검진은 ‘생활습관’ 체크로~

요즘 부모들은 자녀들의 건강 문제를 많이 걱정하지만 병원에선 청소년기의 건강검진을 권유하진 않는다. 아직 몸이 만들어지는 시기이므로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 또 건강검진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전소현 교수는 “청소년기의 가장 좋은 건강검진은 생활습관을 살펴보는 것”이라며 “평소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 시간을 건강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가장 현명한 건강검진은 우리 생활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스스로가 건강의 주체가 되어 정신만 똑바로 차린다면 수많은 정보 속에서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는 현상은 없을 테니 말이다.

 

전소현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병원 인턴, 레지던트 수료 후 현재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본부 임상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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