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전서현 기자】
【도움말 |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김병진 교수】
아스피린의 본래 기능은 감기약이었다. 전 국민이 ‘감기’ 하면 아스피린을 즉각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해열 진통제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이후, 부작용이 적고 기능이 뛰어난 신종 약들에 밀려 시대에 뒤떨어진 약으로 퇴출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아스피린의 독특한 소염작용과 항응고제 효과가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만병통치약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수없이 많은 약들 중 팔방미인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퇴출당할 위기에서 다른 분야의 효과로 인해 역전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최근 약효의 효능보다 부작용 사례가 더 많다는 이유로 또다시 논쟁의 중심에 선 아스피린! 아스피린의 기구한 운명을 살펴보자.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쁜지 상세히 알아보고 부작용 없이, 아스피린의 효능만 쏘옥~ 뽑아보자.
팔방미인 VS 미인박명 아스피린의 진짜 운명은?
미인이 잘 풀리면 팔방미인으로, 기구한 운명으로 향하면 미인박명이 된다. 이 두 가지 길을 다 걸어온 것이 바로 아스피린이다.
아스피린은 염증 관련 효과가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해열 진통제로만 알고 있던 아스피린이 어떤 계기로 항염증 치료제로 쓰이게 된 것일까?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김병진 교수는 “아스피린이 처음부터 항염증 관련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며 “해열 진통제로 사용되던 중 혈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심혈관 질환 예방에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 아스피린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의학계 팔방미인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김병진 교수는 “아스피린의 핵심기능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 있다.”며 “동맥에 급성으로 생기는 혈전을 예방하는 효과가 인정을 받으면서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예방 및 치료에 중요한 약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덧붙인다.
여기서 말하는 혈전이란, 우리가 흔히 ‘피떡’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심장이나 혈관 내에서 피가 응고된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해 액체 상태인 피가 고체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혈관에 피가 흐르지 못하도록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혈전이 심장으로 통하는 혈관에 생기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을 유발한다. 또 뇌로 통하는 혈관에 생기면 뇌졸중을 일으킨다. 심부정맥 혈전은 다리에 생기는 혈전으로 치명적인 폐색전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몸 곳곳에 위험 인자를 만들어 위협하는 혈전을 아스피린이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아스피린 이전에 혈전을 막는 약은 없었을까? 아니면 그 어떤 약보다 아스피린의 효과가 뛰어나서 독보적인 자리를 잡은 것일까?
김병진 교수는 “아스피린 이전에 혈전 예방에 관한 약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며 “이리 살펴보나, 저리 살펴보나 아스피린이 팔방미인의 자리에 등극한 것은 당시로선 당연한 결과였다.”고 말한다. 오죽했으면 아예 아스피린을 드링크제로 만들어 하루에 한 병씩 먹으면 좋다는 말까지 회자했을까?
하지만 최근 또 다른 연구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면서 아스피린에 대한 맹신에 적신호가 켜졌다. 크고 작은 부작용이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효능만 쏘옥~ 똑똑한 아스피린 복용법 3계명
아스피린의 부작용으로 보고된 대표적인 증상은 위출혈과 위궤양이었다. 또 위천공, 리엘증후군, 스티븐슨-존슨증후군, 박탈성피부염, 이명이나 난청, 현기증과 두통, 결막염이나 발진 등도 아스피린 부작용으로 자주 거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부작용보다 심혈관 질환 예방의 의미가 크다고 판단되면 부작용을 감수하고 처방을 하였다. 하지만 최근 당뇨 환자에겐 저용량 처방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등의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아스피린 처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병진 교수는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듯이 좋다고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밝히고 “아스피린도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서 적절히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병진 교수가 추천하는 현명한 아스피린 복용법 3계명을 통해 약도 되고 독도 되는 아스피린의 이중성에 대처하자.
1계명: 친구 따라 강남 갔다 잘못 되면 천국 간다. ‘묻지마’ 식의 복용은 절대 금물!
아스피린은 처방전이 필요 없는 약이다. 누구나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이다. 최근 아스피린을 하루 한 알씩 먹으면 심혈관 질환 예방이 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약국에 아스피린을 통째로 사가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김병진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반인은 적정량을 모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경고한다. 일례로 외국의 경우 한 알의 함량은 국내 제조사의 약보다 2배가량 많기 때문에 저용량 처방의 환자가 고용량을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하루 한 알씩 먹으면 좋다는 속설에 휩쓸려 따라하다간 예방은커녕 부작용으로 인해 큰 병을 얻을 수 있다. 친구 따라 강남은 가도 좋으나 절대 아스피린 복용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
2계명: 병을 알고 나를 알면 철통 예방 가능하다. 위험도 평가를 통해 정확히 알고 먹자.
예방은 1차 예방과 2차 예방으로 나눌 수 있다. 1차 예방은 한 번도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이 계속해서 발병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해 주는 것이다. 2차 예방은 각종 혈관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가 1년 안에 핏덩이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 주는 과정이다. 2차 예방은 이미 담당 전문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병원 처방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1차 예방에서의 아스피린 복용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위험도 평가는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과 검사를 통해 인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김병진 교수는 “1차 진료기관은 보통 1차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굳이 종합병원을 찾지 않아도 충분한 검사와 예방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위험도가 10% 이상이면 아스피린 복용을 권장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이때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남성 45세, 여성 55세를 기준으로 ▶고혈압과 당뇨병을 동시에 가지고 있거나 ▶흡연자 ▶가족 중에 심혈관 질환 환자가 있는 경우 대개가 위험도 10%에 해당된다고 본다.
그러나 위험도 평가 기준 10%에 해당된다고 해서 무조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김병진 교수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용법대로 복용해야 부작용 없이 철통 예방이 가능하다.”고 당부한다.
3계명: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자. 건강 검진 후 사후 설명을 반드시 듣자.
김병진 교수는 완벽한 1차 예방을 목적으로 한 아스피린 복용에 대해 건강검진 활용을 잘할 것을 주문했다.
김병진 교수는 “건강검진만 하면 건강한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며 “반드시 사후 설명을 꼼꼼히 읽어보고 차후 생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검진을 통해 특정 질병이 드러나지 않았어도 숨어 있는 위험 인자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아스피린 복용 유무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출 위기와 화려한 비상을 반복하며 명성을 이어온 아스피린!
각자 가지고 있는 위험 인자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을 먼저 한다면 당신에게 아스피린은 팔방미인이지만 지나친 맹신은 아스피린을 미인박명이라는 기구한 운명으로 내몰게 될 것이다.
김병진 교수는 부산대학교 의과대학교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전임의(임상강사)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순환기내과 부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