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조선대학교 생명화학공학과 신현재 교수】
효소 붐이 무섭다. 홈쇼핑에서는 대박을 치고, 본지로도 문의전화가 쇄도한다. 왜 효소인가? 2012년 하반기 건강 핫 트렌드로 떠오른 효소, 정말 우리 몸은 지금 효소 결핍증에 시달리고 있는 걸까? 효소에 얽힌 건강비밀을 풀어본다.
PART 1. 왜 효소일까?
비타민, 홍삼, 오메가-3까지…
국내 건강식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인기 품목들이다. 그런데 최근 여기에 또 하나의 품목이 가세하면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효소식품이다.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2012년 하반기 건강식품 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왜일까? 왜 갑자기 효소일까?
이 물음에 효소 붐을 주도하고 있는 조선대학교 생명화학공학과 신현재 교수는 “효소 붐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현대인에게 효소는 비타민보다, 홍삼보다 더 중요한 건강 요소”라고 말한다.
아무리 비싼 비타민도, 또 홍삼도 우리 몸속의 효소가 일을 해서 분해해야 그 유효성분이 몸속에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효소는 모든 생명활동의 키를 쥐고 있는 일꾼으로 통한다. 우리 몸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노화를 방지하며 병과 상처로부터 회복시키는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50여 년 동안 효소를 연구한 미국의 에드워드 하웰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한 저서 <효소 영양학>에서 “효소의 결핍이 질병의 원인이며, 사람의 수명은 인체 내 효소의 절대량에 의해 좌우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PART 2. 효소, 너 정체가 뭐니?
효소라고 하면 아밀라아제, 라파아제, 프로테아제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학교 다닐 때 줄줄 외우고 다니던 단어들이다. 맞다. 이들이 바로 효소의 종류들이다. 잠깐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밀라아제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이고, 프로테아제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효소는 결코 낯선 단어도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효소는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분해해서 소화, 흡수되게끔 해주는 존재다.
일례로 고기에 많이 들어있는 단백질은 입자가 너무 커서 그대로 우리 몸에서 이용될 수 없다. 이때 프로테아제라는 효소가 작용하면 단백질을 더 작은 영양단위인 아미노산으로 쪼개준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에 흡수될 수 있다.
밥에 들어있는 탄수화물도 마찬가지다.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작용해 포도당으로 쪼개져야 우리 몸에 흡수될 수 있다.
효소의 진가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잘게 분해해 몸속 구석구석 세포가 영양소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으뜸 일꾼이다. 이 같은 효소의 작용에 의해 우리는 숨을 쉬고 말을 하고 걷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게 된다.
하지만 효소의 임무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 몸의 대사작용에도 깊숙이 관여돼 있다.
신현재 교수는 “규칙적인 심장의 박동부터 혈액순환, 혈압 조절, 심지어 암과 노화를 예방하는 데까지 우리 몸 구석구석 효소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밝히고 “그래서 효소는 생명력의 지표가 된다.”고 말한다.
PART 3. 현대인들 대부분이 효소 결핍 상태?
이쯤 되면 효소의 막강 파워는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슬며시 드는 의문 하나! 효소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그동안은 잠잠했을까?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효소는 우리 몸에 비축되어 있고, 외부에서 굳이 공급하지 않아도 생성된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효소는 비타민, 미네랄보다 뒷전이었다.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사뭇 달라졌다. 우리 몸에 비축돼 있는 효소의 양이 한정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하웰 박사는 “우리 인체가 일생동안 생산하는 효소는 무한하지 않으며, 그 절대량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계기로 세계 영양학자들은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효소만으로는 소화활동, 대사활동, 면역활동을 원활히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효소를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이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음식을 통해서다. 음식물을 생으로 섭취하면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효소가 씹는 순간 바로 방출되어 스스로 음식물을 분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넘사벽의 복병이 숨어 있었다. 익혀 먹고, 많이 먹고, 인스턴트식품도 많이 먹는 우리들의 식생활 습관이 암초였던 것이다. 왜?
그 비밀을 알려면 효소의 특성부터 알아야 한다.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 한 가지는 알고 있자. 효소는 열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맹점을 지니고 있다. 효소는 일반적으로 45도씨에서는 활성이 떨어지고 55도씨가 넘으면 죽기 시작한다. 그리고 100도씨 이상에서 끓이면 100% 파괴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식생활은 어떤가? 대부분의 음식을 굽고 삶고 튀겨서 먹는다. 이렇게 익혀 먹는 식생활에서 효소를 섭취하기란 연목구어와 같다.
인스턴트식품,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우리의 식생활 습관도 효소 결핍을 초래하는 화근이 되고 있다. 대부분 튀기고 열처리를 하는 가공식품에는 효소가 100% 사멸돼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들 식품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면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많은 양의 효소가 필요하다. 따라서 평소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을 자주 먹는 것은 효소 고갈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된다.
많이 먹는 과식 또한 효소의 고갈을 앞당기는 주범이다. 많이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몸속에 비축돼 있는 효소도 덩달아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신현재 교수는 “이 같은 식생활은 효소의 보충은 고사하고 몸속에 비축돼 있는 효소의 절대량까지 고갈시키는 주범”이라고 밝히고 “따라서 현대인들 대부분은 심각한 효소 결핍 상태에 빠져 있다.”고 우려한다.
TIP. 내 몸의 효소를 과잉으로 소모시키는 것들
1. 과식하기
2. 폭식하기
3.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의 과다 섭취
4. 기름과 설탕의 과다 섭취
5. 인스턴트식품, 가공식품, 청량음료 과다 섭취
6. 씨를 생으로 먹으면 효소억제물질을 먹는 것과 같다. 사과, 수박, 포도, 감 등의 씨는 생으로 먹지 말고 살짝 익혀서 먹자.
7. 장기간의 음주
8. 과도한 운동(효소는 땀이나 체액으로도 빠져나간다)
9. 큰 질병을 앓은 경우
10. 지속적인 스트레스
PART 4. 혹시 나도? 효소 결핍 알리는 위험신호
혹시 나도 효소 부족은 아닐까? 걱정된다면 내 몸에 효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경고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자.
신현재 교수는 “효소가 부족하면 몇 가지 경고신호가 나타난다.”며 “건강하게 살려면 이런 신호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소개하는 효소 부족 알리는 경고 신호는 다음과 같다.
1. 잦은 소화불량 증상을 겪는다
효소가 부족하면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현상이다. 소화불량 증세가 있다면 일단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복부에 가스가 찬 느낌이 들고, 식후의 졸림 증상이 나타난다. 트림과 위통, 체기, 토기 등도 나타난다. 설사, 변비, 배설물의 악취도 동반된다.
이런 증상은 내 몸이 음식물을 효율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한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일종의 신호이므로 가볍게 넘기지 말자.
2. 생체 조절기능의 마비
효소는 여러 가지 조절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혈당조절, 자율신경 조절, 호르몬 조절 등 생리조절의 말단에는 효소들이 일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소가 부족하거나 결핍되면 조절기능이 혼란을 일으켜 어지럼증, 생리통, 어깨통증 등 정신적,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3. 면역체계의 붕괴
대부분의 유해한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은 효소들이다. 유해한 박테리아나 독소들은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이나 호흡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데 이러한 것들은 효소를 통해 제거될 수 있다. 따라서 효소가 부족하면 이 같은 방어체계에 문제가 발생하여 감기 등 잔병이 생긴다.
PART 5. 내 몸의 효소 부족 해결책은 없을까?
모두들 공감할 것이다. 효소 부족은 건강의 최대 적이다. 어떻게든 효소 결핍 상태만은 막아야 한다.
신현재 교수는 “열을 가하여 조리한 음식, 그래서 효소가 결핍된 음식을 많이 먹는 현대인들은 효소를 보충하기 위해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등 효소가 함유되어 있는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소개하는 효소가 풍부한 식생활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1.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즐겨 먹는다.
이러한 음식에는 효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췌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음식의 소화에 도움을 준다. 과일 중에는 배, 사과, 파인애플, 파파야 등에 효소가 풍부하다. 일례로 술을 먹을 때 안주로 나온 파인애플이나 토마토 등을 많이 먹으면 술에 잘 취하지도 않고 빨리 깬다.
2. 발효식품을 늘 먹는다
효소가 함유된 식품으로 발효식품도 빼놓을 수 없다. 우유를 발효시킨 요구르트, 배추 등의 채소를 발효시킨 김치, 콩을 발효시킨 청국장, 새우젓 등도 식사 때마다 섭취하자. 청국장을 먹을 때 찌개로 먹으면 효소의 활성이 떨어지므로 생으로 먹든지, 낮은 온도에서 건조한 제품을 먹는 것이 좋다.
3. 췌장에 부담을 주는 음식은 멀리하자
밀가루, 고기, 우유 등은 소화시키는 데 부담을 많이 준다. 피자, 치즈버거, 치킨, 아이스크림, 핫도그 등도 소화에 부담을 준다. 소화에 부담을 주는 음식을 먹으면 췌장은 효소를 과도하게 분비해야 된다. 그래서 식사 후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식후 피곤증을 느낀다면 지나친 효소의 소모와 무관하지 않다.
4. 잘게 간 음식을 많이 먹는다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음식을 갈아서 먹으면 부담이 적어진다. 과일이나 채소 등을 갈아서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가스가 차는 현상도 줄어들며, 췌장에 부담도 덜 주게 된다. 음식을 꼭꼭 잘 씹어 먹으면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신현재 교수는 “효소 부족을 해결할 방법 중 하나로 효소식품을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PART 6. 우후죽순 효소식품 똑똑한 활용법
잘 만들어진 효소식품을 식사 중에 복용하면 소화에 도움을 주고 공복에 복용하면 항염증 작용이나 세포 복원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화력도 안 좋고 건강도 안 좋은 사람은 식사 중에 효소를 복용하고 공복 중에도 효소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게 신 교수의 입장이다.
그런데 잘 만들어진 효소식품의 기준은 과연 뭘까? 홈쇼핑이나 인터넷을 보면 우후죽순 넘쳐나는 게 효소식품인데 고르기가 쉽지 않다. 만약 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몇 가지 팁을 참고하자.
첫째, 효소식품을 고를 때는 효소 역가가 높은 식품을 선택하자.
여기서 말하는 효소 역가는 효소 활성도를 말한다. 분해력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이 기준이 된다. 참고로 현재 국내에서 선보이고 있는 효소식품들의 효소 역가는 천차만별이다. 효소제품을 대상으로 국내 제품과 해외제품을 분석한 결과 효소 역가는 230에서 6000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서 효소 역가가 낮은 것은 분해력이 낮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둘째, 발효액과 효소를 구별해야 한다.
해마다 5월만 되면 매실액을 담그느라 모두들 분주하다. 또 철철이 산야초 발효액도 만든다. 하지만 발효액과 효소는 엄연히 다르다. 발효된 액상은 이미 효소가 분해를 마친 상태여서 효소의 양보다는 식물추출물과 발효물질이 더 많이 함유돼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발효액은 발효균이 설탕을 먹고 발효 증식하기 때문에 최종 결과물에는 당이 많이 남아 있다. 이렇게 남겨진 당은 장에 들어가면 유해균이 좋아하는 먹이가 되므로 당뇨병 환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셋째, 방사선 조사를 했는지도 체크해볼 사항이다.
대부분의 효소식품은 곰팡이균으로 추출하기 때문에 방사선 조사를 한다. 이 사실은 반드시 표기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효소식품을 구입할 때는 방사선 조사 표시가 있는지도 체크하도록 하자.
신현재 교수는 “대부분 익힌 음식을 먹는 현대인은 필연적으로 효소 결핍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효소 역가가 높은 효소식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우리 몸속의 효소 고갈을 막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TIP. 이런 사람은 꼭 효소가 필요해~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신체 내의 효소 소모가 정상인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효소를 보충해주어야 한다.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피자, 치즈버거, 감자튀김, 초콜릿, 과자 등을 많이 먹으면 이를 소화하기 위해 췌장에서 소화효소를 과량 분비해야 한다. 그러면 췌장에 부하가 걸려서 췌장의 노화를 촉진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효소를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카페인, 약, 알코올, 스트레스 호르몬=이러한 물질들은 소화효소의 분비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효소를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중년 이후=소화효소의 분비는 어렸을 때 가장 많고 40~50대를 지나면서는 분비가 감소된다. 이럴 때 효소가 풍부한 식품을 먹어서 소화효소를 보충해준다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만성피로가 심한 사람=몸속에 효소가 부족하면 영양분의 보충 또한 더뎌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피로 회복이 지연되면서 만성피로를 느끼게 된다. 이때 효소식품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신현재 교수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박사를 취득했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객원선임연구원을 역임했다. (주)엔지뱅크 대표이사로서 국내 최초로 효소활성을 표시한 먹는 효소식품을 출시하기도 했으며, 국내외 효소 관련 기업의 자문 및 국내외 효소 관련 집필, 강의 및 강연 100회 이상의 효소 전문가다. 주요 저서로는 <효소는 건강의 시작> <춤추는 효소> <엔자임 : 효소와 건강> 등 다수가 있다. 효소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효소 카페(http://cafe.daum.net/EnzymeCafe)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