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리셋클리닉 박용우 의학박사 】
【도움말 | 조선대학교 생명화학공학과 신현재 교수】
【도움말 | 부산대학교병원 통합의학센터 김진목 교수】
2013년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건강 키워드는 뭐였을까? 얼핏 떠올려봐도 줄줄이 이어진다. 광풍처럼 불어닥친 1일1식 혹은 간헐적 단식에 다들 열광했고, 채식과 육식의 해묵은 공방도 여전히 뜨거웠다. 여기에다 효소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해보다도 풍성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종편의 등장과 함께 건강정보는 홍수를 이뤘다.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누구나 손쉽게 건강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길은 활짝 열렸지만 이에 따른 폐단도 적지 않았다. 걸러지지 않은 건강정보가 범람했고, 종종 자극적인 접근성을 보이면서 문제점을 낳았다. 특히 어떤 특정 식품을 먹고 암이 나았다거나, 어떤 식품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주장되는 내용들이 전혀 걸러지지 않은 채 전파를 타 적잖은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래서 마련했다. 올 한 해 건강 키워드가 됐던 핫 이슈들, 어떻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까? 전문가 3인방으로부터 들어봤다.
건강 핫 키워드 ① 2013년을 휩쓴 1일1식 혹은 간헐적 단식의 빛과 그림자
【도움말 | 리셋클리닉 박용우 의학박사】
2013년 상반기 뜨거운 광풍처럼 몰아친 1일1식 혹은 간헐적 단식 붐은 우리 생활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더 이상 많이 먹고 배불리 먹는 것이 미덕이 아님을 알게 됐다.
현대인들의 대부분이 너무 많이 먹어서 건강을 망치고 병이 생기고 한다는 사실이 강조되면서 적게 먹는 즐거움, 비움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하루 한 끼 혹은 일정 기간 음식을 먹지 않는 단식을 둘러싸고 의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지금도 여전히 식지 않은 열기를 보여주고 있는 1일1식 혹은 간헐적 단식의 광풍, 그 신드롬이 몰고 온 빛과 그림자를 짚어본다.
PART 1. 1일1식 혹은 간헐적 단식이 우리에게 남긴 것!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은 늘 뜨겁다. 아마도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면서 잘 먹어야 하고 많이 먹어야 좋은 줄 알았다. 그래서 행여 아이가 밥투정이라도 하면 큰일 나는 줄 안다. 숟가락을 들고 쫓아다니면서까지 먹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직도 우리 부모들은 자식들 안부 전화에 “밥은 묵었냐?”부터 묻는다.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식사하셨어요?”가 첫 인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한 말… “되도록 조금 드세요.” “적게 먹는 것이 좋아요.” “소식은 지금껏 유일하게 밝혀진 장수기전이에요.”
의학자들 사이에서 이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예전에는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었다. 먹고 또 먹고, 배불러도 먹고, 먹을 것이 널려 있으니 또 먹고…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 되었던 것이다. 너나할 것이 없이 늘어난 뱃살에 울부짖었고, 두꺼워진 팔뚝살에 눈물 지었다. 모두들 너무나 무거워진 몸 때문에 버거워 하고, 그러다가 마침내 전 국민의 다이어트화 바람이 불면서 식품 속의 칼로리는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도 쉽사리 놓지 못했던 숟가락…. 그득한 포만감이 주는 해피~한 기분에 중독돼 있는 탓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일면에는 ‘그래도 안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을 거야.’라는 순진한 걱정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들의 생각은 2013년을 기점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고 한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먹는 것에 대한 우리들의 상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하루 세 끼 식사 룰도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리셋클리닉 박용우 의학박사는 “1일1식이나 간헐적 단식이 우리에게 미친 긍정적 효과는 누가 뭐래도 식사를 거르면 안 된다는 기존의 상식을 깨버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그것은 먹을 것이 넘쳐나고, 칼로리 과잉, 음식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절식을 전파하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PART 2. 1일1식, 간헐적 단식 우리는 왜 열광했나?
1일 1식이나 간헐적 단식은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일정 기간 먹는 것을 거부하는 행위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이 일이 이슈가 되고 붐을 타고 열풍을 일으켰던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왜 그랬을까? 아마 대부분의 경우 “살이 쏙 빠졌다.”는 체험자들의 말에 혼이 쏙 빠졌을 것이다. 그것이 건강에 더 좋고,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고…하는 등의 말은 오로지 “살이 빠졌다.”는 말에 가려져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최후의 다이어트식인가 보다.’며 너도나도 1일1식, 간헐적 단식 대열에 뛰어들었다. 무엇보다 고통스런 다이어트 방법이 아니라는 데 환호했다.
1일1식은 하루 한 끼만 먹어 24시간의 공복이 계속 이어지는 방법이고, 간헐적 단식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16시간 굶고 8시간 동안 2끼 식사를 하여 배가 고픈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극단적인 음식 금지를 하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이렇게 해도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글리코겐 형태로 비축돼 있던 포도당-단백질-지방이 차례차례 에너지원으로 쓰이면서 체중 감량도 되고, 건강에도 이롭고…그야말로 꿈의 방법이었고 그래서 다들 반색했다.
특히 16:8의 간헐적 단식은 이론적으로 볼 때도 분명 매력적인 방법임에 틀림없었다. 종전의 단식은 24시간이 넘는 단식이 이어져 며칠간, 길게는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방법이어서 체지방뿐만 아니라 체내 단백질까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피부는 탄력을 잃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심하면 폐근육, 심장근육까지 약해져 폐렴, 부정맥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그런 반면 24시간 이하의 짧은 단식인 간헐적 단식은 이 같은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히려 24시간의 짧은 단식 후 음식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곳간이 바닥난 탄수화물 창고를 채우고 단백질 풀(pool)에도 빠져나간 만큼을 다시 채운다.
박용우 의학박사는 “이 정도의 단식은 우리 몸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고 건강에 해롭지 않으며 오히려 건강에 이로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것이 바로 간헐적 단식이 크게 주목을 받게 된 이유”라고 말한다.
PART 3. 1일1식, 간헐적 단식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지금도 여전히 1일1식이나 간헐적 단식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1일1식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 <간헐적 단식 쇼크> <간헐적 단식 몸찬 패스트처럼> 같은 저서들이 연달아 출판되면서 그 붐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혹시 이 같은 열풍에 취해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박용우 의학박사는 “1일1식이나 간헐적 단식은 미디어를 통해 드라마틱한 소수의 사례가 지나치게 부각되어 짧은 시간 내 급격히 이슈화되면서 올바른 방법이 전달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아직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못한 부분도 있어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일례로 1일1식의 경우 공복이 지나치게 반복적이라 장기적인 일반 단식과 흡사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아침을 굶고 점심과 저녁만 먹는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사람보다 더 뚱뚱해지는 경향이 있고, 조기사망의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이제까지의 임상연구에서 거의 일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박용우 의학박사는 “실제로 살을 빼기 위해 병원에 내원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아침을 거르는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며 “아침을 거르면 점심에 과식하기 쉽고 저녁식사 후에도 허기감이 생겨 야식의 유혹을 벗어나기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그런데 평소 아침을 거르고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간헐적 단식이라는 이름 아래 면죄부를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간헐적 단식에 대해 우리들이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체중 감량에 대한 기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야 가야 할 점은 16:8의 간헐적 단식에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우선 뚱뚱하지 않다. 다시 말해 체중 감량이 목적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16:8을 실천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8시간 동안 먹는 2끼에서 충분한 영양 섭취를 위해 좋은 식재료를 이용했고,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면서 먹었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깡그리 외면하고 오로지 체중 감량만을 목표로 삼아 무리하게 실천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이미 비만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짧은 단식이라도 주의해야 한다. 살이 찌는 것은 단순히 많이 먹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몸에 지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이 적다고 내 몸이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먹게 되고, 활동량을 줄여 지방을 축적하기 때문에 살이 찌게 된다.
박용우 의학박사는 “이런 사람이 굶게 되면 몸은 더 큰 위기가 다가왔다고 생각하여 더 지방을 내놓지 않게 된다.”며 “스트레스 등으로 몸의 균형이 흐트러져 배고픔을 쉽게 느끼고 공복을 참기 힘든 사람이라면 하루 4끼를 조금씩 먹음으로써 몸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방법”이라고 권한다.
여기에 덧붙여 ▶가임기 여성 ▶임신 중인 여성▶ 수유 중인 여성이라면 1일1식이든, 간헐적 단식이든 하지 말아야 한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지병이 있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박용우 의학박사는 “언제나 불변의 건강진리는 규칙적인 식사와 골고른 영양섭취에 있다.”고 밝히고 “이를 무시하고 1일1식이나 간헐적 단식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고 말한다.
2013년을 휩쓴 열풍 1일1식 혹은 간헐적 단식은 분명 건강에 이로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박용우 의학박사는 크게 5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불규칙한 식사와 간헐적 단식을 혼돈해서는 안 된다는 점~
둘째, 단식 전후 식사를 할 때 ‘마음대로, 마음껏’ 먹어서는 안 된다는 점~
셋째, 몸에 해로운 것은 여전히 먹지 말아야 하고, 몸에 좋은 것은 더 챙겨 먹어야 한다는 점~
넷째,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등 미량영양소가 결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
다섯째,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
이 같은 조건만 충족된다면 1일1식이든, 간헐적 단식이든 나름대로 건강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칼로리 과잉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안성맞춤 건강습관으로 자리매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시도하려고 보면 예상치 못한 복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끼를 굶는 것이 힘들 수도 있고, 기대에 부응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박용우 의학박사는 “특히 겉으로는 제대로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몸을 더욱 망가뜨리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간헐적 단식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단식의 효과를 분석하고 방향을 모색해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TIP. 박용우 의학박사가 추천하는 16:8 간헐적 단식 대신 5:2 다이어트법 어떨까?
박용우 의학박사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 좋은 간헐적 단식으로 2012년 영국 BBC TV의 과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Horizon>에서 마이클 모슬리가 소개한 ‘5:2 다이어트’를 권한다.
일주일 중 5일은 정상식사를 하고 2일은 단식을 하는데, 단식일 2일은 연달아 있으면 안 되고 일주일간 배분되어야 한다. 즉 월요일과 목요일, 혹은 화요일과 금요일을 단식일로 잡는 것이다. 단식일 날 아침과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저녁식사를 전날 저녁식사 시간과 동일하게 하면 바로 24시간 단식이 된다.
단식일에는 아침과 점심을 완전히 굶고 물을 많이 마심으로써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돕고 허기를 달래준다. 이것이 힘들다면 남성 600칼로리, 여성 500칼로리 정도의 최소량의 요기와 미량영양소를 공급하는 것이 좋다.
단식일에는 유산소운동과 같은 가벼운 운동과 함께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지방산 연소가 더 잘 일어나 다이어트 효과가 크고 근육 단백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단식하지 않는 날 마음대로 먹으면 안 된다. 5일은 정상식사를 하는 날이지 절대 폭식하는 날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다이어트의 적이 되고 건강에 해로운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 설탕이나 액상과당 같은 단순당은 금한다.
식사를 하는 5일 동안에도 다이어트에 대한 욕심으로 소식, 절식하는 것도 좋지 않다. 단식으로 손실된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단백질과 채소는 충분히 먹어야 한다. 단백질이라 하여 양념되었거나 기름진 고기는 좋지 않으며, 지방을 뗀 살코기, 생선, 콩, 두부, 무지방우유가 적합하다.
박용우 의학박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강북삼성병원에서 교수 및 비만클리닉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성균관의대 외래교수이며, 리셋클리닉 대표원장으로 있다. 주요 저서는 <내 몸 다이어트 설명서> <신인류 다이어트> 등 다수가 있고, KBS, MBC, SBS 건강프로에 출연,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