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경희대학교 약학과 김동현 교수】
저는 유산균입니다. 살면서 제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균(菌)은 균이지만 좋은 균으로 불린답니다. 건강의 조건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세계의 장수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유산균 발효유를 만들어 드셨다는 것이 알려지고 난 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지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 이름을 내건 건강기능식품, 빵 등도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저를 생각하면 발효유만 떠올리시나요? 그렇다면 다음을 주목해주세요. 제가 도대체 누구고, 당신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살고 있는지 자세히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분명히 앞으로 저를 더 좋아하게 되겠지요.
건강 파수꾼, 유산균
우리의 입, 위, 장 등의 소화관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런 미생물을 장내 세균이라고 한다. 유산균은 이 수많은 장내 세균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경희대학교 약학과 김동현 교수는 “유산균은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밝히고 “탄수화물을 이용해 시큼한 냄새가 나는 유기산인 젖산을 생산하는 균주를 통칭해 유산균이라고 한다.”고 설명한다. 젖산은 유해균의 감염과 성장을 방해해서 음식물이 부패되는 것을 예방한다. 발효식품 안에는 우리 몸에 이로운 균이 다양하게 들어 있으며 유산균은 그 중 하나다.
우리 몸에서 유산균은 건강을 지키는 아군이다. 유산균은 음식물과 함께 우리 몸속에 침투한 해로운 물질과 유해균에 맞서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 이 싸움에서 유산균이 승리하면 설사와 변비를 개선할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이 저하되고 암과 돌연변이가 억제된다. 간장과 피부를 건강하게 만들고, 면역력을 높여 질병에 강한 건강한 몸을 만든다.
유산균 수가 부족해 유해균에게 밀리면 장내 환경은 점점 나빠진다. 유해균은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듯 독소를 마음껏 품어낸다. 유해균이 만든 독소는 설사, 피부병, 스트레스 등을 유발한다. 뇌의 발달도 늦추고, 원활한 혈액순환을 방해해 각종 질병을 만든다.
유산균은 채식을 좋아해
유해균과 싸울 유산균 수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동현 교수는 “내 몸의 유산균을 늘리는 방법을 음식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탄수화물이 풍부한 채소와 곡물은 유산균의 좋은 먹이가 된다. 유해균은 단백질, 지방 등을 분해해 유해한 물질을 만들어내므로 고기류를 먹으면 유해균의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김동현 교수는 “유산균은 채소 위주의 식사를 좋아한다.”며, “육류를 먹을 때는 적게 먹고 채소에 싸서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내 몸의 유산균에 힘을 실어줄 물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유산균을 포함한 유익한 균을 칭하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와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프레바이오틱스(prebiotics)가 그것이다.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것이 유산균 음식의 꽃, 김치다. 잘 익은 김치에는 자체에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이 있고, 유산균의 먹이인 채소(프레바이오틱스)도 있다.
김동현 교수는 “잘 발효된 김치를 150g만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유산균이 충족된다.”고 말한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먹을 것이 많기 때문에 김치를 많이 먹기가 쉽지 않다. 채소보다 고기를 많이 먹는 서구식 식습관은 유산균의 숫자를 점점 줄이고 있다. 이렇게 식사를 통해 충분한 유산균을 먹지 못한다면 유산균 발효유나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유산균은 죽어서 면역력을 남긴다
우리는 유산균을 먹어서 우리 장내 유산균을 늘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몸속에 있는 유산균은 태어날 때 어머니에게 감염된 것으로 죽을 때까지 몸에서 사는 것이다. 김동현 교수는 “우리가 음식을 통해 먹는 유산균은 이미 있던 유산균의 친구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친구가 많으면 힘이 나는 것처럼 음식을 통해 들어오는 유산균은 몸 속 유산균이 잘 살 수 있게 도와주면서 소화관을 통해 배출된다.
유산균은 소화관을 통과하면서 상당수가 죽는다. 특히 유산균은 위산에 약하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100억 개의 유산균이 들어 있는 발효유가 있다고 치자. 이 100억 개의 유산균 중 절반이 위산에 죽어도 나머지 50억 마리나 살아 있는 것이다. 90%가 죽는다고 해도 10억 개의 유산균이 소화관에 있는 유산균을 돕고 난 뒤에 배출된다. 발효유 하나에 적게는 1억 개, 많게는 1조 개 가량의 유산균이 들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죽은 유산균도 다시 봐야 한다. 김동현 교수는 “죽은 유산균은 면역증강 작용을 하고 유산균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위산 때문에 죽은 발효유의 유산균도, 뜨거운 불에 죽은 김치찌개 속의 유산균도 제 몫을 다하고 배출된다.
발효식품으로 유산균 섭취 해결!
건강을 지키는 유산균에 걸맞게 시중에서 판매하는 유산균 제품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보통 작은 병에 든 발효유는 천원을 훌쩍 넘는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유산균 제품은 우유에서 배양해 만든 것이 많다. 이밖에도 김치를 이용한 유산균, 두유나 식용배지를 이용한 갖가지 유산균 제품들이 팔리고 있다. 김동현 교수는 “유산균 제품은 냉장고나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서늘한 곳이라도 넣었다 꺼내기를 반복하면 유산균이 잘 죽는다. 제품마다 유산균의 종류, 수가 천차만별이므로 잘 확인하고 구입한다.
김동현 교수는 비싼 돈 들이지 않고 유산균을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식사를 할 때 유산균이 많이 들어 있는 발효식품 즐겨 먹기’를 꼽는다. 김동현 교수는 “발효식품은 유산균뿐 아니라 섬유질, 비타민 등 다른 영양소도 풍부하다.”고 말한다. 그럼 어떤 음식이 좋을까? 멀리 갈 것도 없다. 예부터 먹어온 김치, 고추장, 된장, 청국장, 발효유, 식초, 장아찌 등에는 유산균과 유산균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많이 들어있다.
김동현 교수는 “장수의 비결로 잘 알려진 유산균은 면역력을 높이고, 간장을 보호하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며, “평소에 유산균 섭취에 신경 써서 유산균이 유해균보다 많은 몸속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TIP. 유산균 먹은 후 양치질 필수!
소화관에 있는 유산균을 도와서 유해균을 물리치는 ‘먹는 유산균’. 그러나 단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치아 건강에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유산균은 플라그를 만드는 효소가 많아서 치석이 잘 생기게 한다. 충치와도 연관이 있다. 따라서 유산균이 풍부한 음식을 먹은 후에는 바로 양치질을 해야 한다. 발효유라면 입안에 오래 머금지 말고 꿀꺽 삼킨다. 김동현 교수는 “유산균 발효유를 선택할 때도 설탕을 안 넣은 플레인 요구르트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시큼하고 맛이 없게 느껴질 줄 모르지만 곧 그 맛에 적응될 것이다.
김동현 교수는 경희대학교 동서약학연구소 소장, 약학대학 학장을 역임하고 한국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 <유산균이 내 몸을 살린다>, <이기는 힘, 인삼>, <성인병과 장내세균>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