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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클리닉] 임신율 높이는 부부 몸 만들기

2011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황금호 131p

【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한양대학교의료원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

지난해 국내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1.2명이었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아이를 많이 낳는 사람들은 ‘애국자’ 대접을 받는 시대다. 그만큼 많은 부부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아도 1명 정도를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 임신이라는 게 생각만큼 그리 만만하지 않다. 아이를 원하지만 임신이 힘든 불임 부부들도 점점 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임부부는 전체 부부의 13.5%로 8쌍 중 1쌍이다. 더군다나 불임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턱대고 관계를 갖는다고 모두 임신이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임신율 높이는 몸 만들기 방법을 알아보자.

남성도 같이 준비하는 ‘임신’

건강한 남녀라도 1년 이내에 자연적으로 임신해 출산에 이를 확률은 겨우 30%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낮은 자연 임신·출산율이 요즘에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영양불균형, 고령, 잘못된 생활습관과 임신에 대한 준비 부족 등이 자연 임신 가능성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자연 임신이 잘 안 되는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해서는 곤란하다.

한양대학교의료원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는 “1940년 세계 남성들의 평균 정자수는 정액 1ml당 1억 1000만 개였는데, 1990년에는 평균 6000만 개로 거의 절반가량 줄어들었고 정자의 운동성도 2001년 이후 50% 이하로 떨어진 상태”라며 “아무리 밭이 좋아도 씨앗이 불량하면 그 식물이 잘 자라겠느냐?”고 반문한다.

특히 정자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자그마치 3개월이나 걸린다. 오늘 수정되는 정자는 적어도 3개월 전 원시정모세포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남성들도 적어도 6개월 전부터 건강한 정자 만들기에 돌입해야 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가임기 남성용 비타민제를 따로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임신은 여성과 남성, 부부가 함께 준비해야 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임신은 새 생명의 탄생이라는 인류 최대의 축복이므로 몸도 마음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임신하기 전 남자와 여자, 그들의 몸 만들기 요령을 소개한다.

1 적정체중을 유지하라 요즘은 모델같이 깡마른 체형이 선망의 대상이다. 여성들은 조금이라도 더 날씬하고 마른 몸매를 갖기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 하지만 박문일 교수는 “뚱뚱한 남성과 깡마른 여성의 결혼은 임신율만 보자면, 최악의 조합”이라고 말한다.
물론 비만 여성도 자연임신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저체중 여성들은 특히 그렇다. 체지방이 10~15%까지 감소하면 호르몬 생성이 중단되고 불임상태에 이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최저 지방 수치를 전체 체질량의 25% 정도로 제시한다. 체지방이 22% 이하면 불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저체중 여성은 임신을 하더라도 자연유산할 가능성이 높으며, 저체중 신생아를 출산할 확률도 높다.

남성 비만도 임신 확률을 낮춘다. 살이 찌면 정자의 양과 질에도 문제가 생긴다. 과다한 지방조직이 성호르몬의 대사작용에 문제를 일으켜 정자 생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 비만 남성은 일반 남성에 비해 성욕도 낮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과다한 지방이 체온을 높여 건강한 정자 생성을 어렵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자연 임신을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체중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2 비타민제를 섭취하라 헝가리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신 전부터 종합 비타민제를 섭취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임신 가능성이 5% 높았다고 한다. 이는 적절한 영양이 호르몬의 균형을 이루어 월경 주기와 영양 상태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건강한 태아의 시작은 건강한 난자와 정자의 결합이다. 때문에 난자와 정자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해야 되는데, 보조 개념으로 비타민제를 섭취하면 임신율을 좀더 높일 수 있다. 비타민제 등 영양 보충제를 섭취할 경우 이런 점을 주의해야 된다.

▶ 보충제 복용 전 흡연, 약물복용, 알코올 섭취 습관을 버리자.

▶ 임신 시도 3개월 전부터 반드시 엽산과 철분을 섭취하자.

▶ 음식 섭취가 부족하면 보충제의 효능도 떨어지니, 영양 섭취의 기본은 건강한 음식물 섭취가 우선임을 잊지 말아라.

▶ 영양보충제는 하루 권장량을 지켜라.

박문일 교수는 “외국에서는 가임기 남성을 위한 종합 비타민제도 발매되고 있다.”며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함께 비타민제를 섭취할 것을 권유한다.

3 스트레스를 피하라 워커홀릭은 자연 임신이 어렵다. 그만큼 일에 치여 살기 때문이다. 박문일 교수는 “예전에 병원을 찾았던 부부 중, 1년 이상 자연임신을 시도했지만 임신이 안 되던 부부가 있었는데 결국 최후 수단으로 아내가 직장을 그만 두고 1년간 휴직하자 곧바로 임신이 되었다.”며 “이는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고 말한다.

우리 몸 중에서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한 영역이 바로 생식 기능이다. 스트레스는 성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에 영향을 줘 여성의 몸에서는 배란과 착상을 방해하고, 남성의 몸에서는 정자의 질과 운동성을 떨어뜨린다. 물론 성욕감퇴와 발기부전의 주범이기도 하다. 때문에 가정과 직장 내에서의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또한 우울증이 있는 여성은 정상 여성보다 불임 가능성이 2배가 높다. 때문에 만약 아내가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다.

4 편하고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어라 여성은 팬티스타킹이나 꽉 끼는 청바지 등 통기성 없는 옷을 입으면 외음부가 습해지고 하복부가 조여 혈액순환이 어려워진다. 노출이 심한 옷은 하복부 냉증이나 수족 냉증을 일으켜 생리불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모두 자연 임신에 지장을 준다.

남자 역시 마찬가지로 고환 온도가 낮아야 건강한 정자를 생성하기 때문에 꽉 끼는 속옷, 몸에 붙는 청바지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5 남성들은 자전거를 타지 마라 전문적인 사이클 선수들은 발기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이는 피로감 때문이 아니라 자전거 안장 때문이다. 안장이 성기로 가는 주요 혈류와 발기 관련 신경을 누르고, 자전거를 타는 동안 고환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노 젓기, 장시간의 러닝머신, 실내 조깅 등이 고환의 온도를 높인다. 때문에 통풍이 잘되는 면 소재의 운동복을 입고, 운동 후에는 찬물로 고환을 식혀주는 것이 좋다. 자연 임신에 좋은 운동으로는 걷기, 수영, 요가 등이 있다.

임신도 결국 ‘건강’이 답

박문일 교수는 임신이 되지 않는다고 무조건 병원부터 찾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물론 임신 전 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미리 체크하고 임신 준비에 관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임신 시도 몇 개월 만에 임신이 안 된다면서 검사를 받고 약이나 주사를 처방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 임신이 안 된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가 생긴 현상이 아니다. 장기간의 생활습관이나 영양 섭취, 환경, 체중 등 여러 원인이 몸에 작용한 결과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적으로 임신율을 높이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자신의 영양 상태와 생활습관, 성생활 패턴 등을 잘 살펴보고 잘못된 점을 개선하면 된다. 결국 수정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건강과 젊음을 되찾는 것과 같다. 몸이 건강해야 정자와 난자도 건강한 법이다.

박문일 교수는 “단 하루뿐인 결혼식 준비는 6개월 전부터 계획하면서, 자식 평생 건강의 기초인 임신은 왜 계획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박문일 교수가 추천하는 임신 전 6개월 부부 행동 지침서

임신 6개월 전(D-180일)

● 부부가 함께 산부인과에 간다.

● 임신 전 기본 검사를 받는다.

● 예방 접종을 실시한다.

● 자연 임신에 이로운 생활습관과 식습관 등에 관한 상담을 받는다.

● 체중조절을 시작한다.

● 직장과 집 안 환경을 체크한다.

임신 3개월 전(D-100일)

● 적어도 임신 3개월 전부터 금연과 절주를 시작하고 카페인 섭취를 줄인다.

● 적절한 식이습관으로 고르게 영양을 섭취한다.

● 부부 모두 엽산 등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기 시작한다.

● 그밖에 부부 각자 생활방식을 점검한다.

● 유전상담을 위한 가계도를 작성한다.

● 아내는 심폐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체크한다.

● 아내는 빈혈 등 필수적인 기본검사를 재실시한다.

● 아내는 적절한 임신 시기를 정하고 이에 따라 피임법 변경 등의 상담을 받는다.

● 남편은 수정되는 정자가 100일 전에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일상생활과 고환 상태를 점검한다.

임신 1개월 전(D-30일)

● 부부 모두 건강한 생식 환경을 위해 나쁜 습관이 남아 있지 않은지 최종 점검한다.

● 아내는 간접흡연도 멀리해야 한다.

● 아내는 어떠한 약물도 복용해선 안 된다. 질환 치료가 우선인 경우에는 의사와 상담 후 약물을 복용할 수 있다.

● 아내는 허브류 섭취도 중지한다.

● 남편은 여성을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한다. 아직도 흡연 중이라면 즉시 금연하고 임신 계획을 3개월 후로 미룬다.

● 남편은 아내가 나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 남편은 아내가 임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쓴다.

● 아내는 질염이나 치과질환을 포함한 모든 감염성 질환을 치료한다.

● 부부가 서로 스킨십 횟수를 늘린다.

● 정상적인 생리가 있고 난 후 적어도 한 번 임신을 시도한다.

● 아내는 남편에게 임신 기간 동안 필요한 도움을 미리 요청한다.

● 임신, 출산과 관련된 재정계획을 세운다.

 

박문일 교수는 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부학장, 대한태교연구회 회장이다. 한양대학교 의생명과학연구원장, 한국모자보건학회 회장을 역임. 저서로는 <베이비플랜> <태교는 과학이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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