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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테라피] 숨기고 가리는 가면의 역습

2015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풍성호 99p

【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이재연 교수】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랫말처럼 텔레비전이란 모름지기 내 모습을 전국 방방곡곡에 보여줄 때에 그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깨는 TV 예능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바로 <미스터리 음악 쇼 복면가왕>이다. 출연자들이 자신의 얼굴을 가면으로 꽁꽁 감춘 채 무대 위에 나와 열창을 한다. “어떠한 편견도 거부한다.”며 외모가 주는 편견, 기존의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을 모조리 배제한 채 온전히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하겠다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복면가왕>의 출연자들처럼 눈에 띄는 가면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심리학자인 구스타프 융은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가면(페르소나, persona)을 쓰는 것이 필수라고도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면’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무언가를 숨기고 가리려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쓸 수 밖에 없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자칫하면 자신을 숨기고 가리느라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가면, 페르소나. 이러한 가면의 숨겨진 비밀을 캐본다.

가면, 페르소나?!

심리학 용어로 페르소나는 ‘가면을 쓴 인격’, 즉 사회생활에서 수행하는 역할의 가면을 쓴 인격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사회에서 직업이 경찰인 사람은 경찰 역할을 수행하는 가면을 쓰고 근무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면을 쓴다.

이렇듯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회의 일원으로서 하나 이상의 역할을 갖게 된다. 누구나 하나 이상의 가면을 갖게 되는 것이다.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이재연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산다. 따라서 제대로 가면을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그래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과 가면의 간격이 너무도 크게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화, 분노, 스트레스가 생긴다. 예를 들어 근무 중에 경찰의 가면을 썼던 사람이 집에 돌아와 자녀에게 아버지의 가면이 아닌 경찰의 가면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자녀에게 어머니의 가면을 써야 하는 사람이 선생님의 가면을 쓰고 자녀를 훈육한다면, 박봉의 직장인이 재벌의 가면을 쓰고 물건을 마구 사들인다면 화, 분노, 스트레스가 생기게 된다.

이재연 교수는 “가면과 나, 공적 자아와 내적 자아 사이의 공간(gap)이 클수록 화, 분노, 스트레스가 생긴다.”며 “화, 분노, 스트레스가 크다면 자신의 내적 자아와 공적 자아의 공간이 크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제대로 된 가면, 통합형 페르소나를 쓰려면~

사람이라면 누구든 쓸 수밖에 없는 가면! 이 가면을 제대로 쓸 수 있을 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가면을 제대로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재연 교수는 “가면을 제대로 잘 쓴다는 것은 자존감과 자신감이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고, 그때그때의 상황과 역할에 맞는 가면을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하나가 아니기에 우리가 쓰는 가면도 하나가 아니다. 관계 안에서 여러 개의 가면을 쓴다. 일례로 58세 김동건 씨는 직장에서는 상사, 가정에서 자녀에게는 아버지, 아내에게는 남편, 부모님에게는 아들, 테니스 동호회에서는 동호회 회장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어림잡아도 다섯 개 정도의 가면을 쓴다.

이재연 교수는 “직장에서는 상사의 가면을 쓰고, 자녀를 대할 땐 상사의 가면을 벗고 아버지의 가면을 쓰고, 아내를 대할 땐 아버지의 가면을 벗고 남편의 가면을 쓰는 것… 이렇게 그때그때의 상황과 역할에 맞는 가면을 쓰는 것이 제대로 가면을 쓰는 것이며, 이것을 통합형 페르소나라고 한다.”고 설명한다.

통합형 페르소나를 갖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다음의 방법들을 하나하나 실천해보자.

1 거울보기

이재연 교수는 “통합형 페르소나를 가지려면 거울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울을 통해서만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지 직접 볼 수 없다. 내가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지를 보여줄 거울이 필요하다. 페르소나의 경우 자신의 대인관계와 대상관계가 거울이 된다. 자기 주변에 주로 어떤 사람들이 있고,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일례로 직장에 검사나 판사 등 법과 관련한 사람들이 많이 있고, 주변에 법전이나 소송 관련한 서류들이 많다면 그 사람은 법조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직업이 법조인이라면 제대로 된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직업은 의사라면? 가면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이재연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타인(대상과 대인관계)을 통해서 본다. 이렇게 거울을 보는 이유는 자신을 객관화하기 위해서이고, 자신을 인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2 자서전 쓰기

통합형 페르소나를 갖기 위해선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하고, 자신을 알고,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을 알고 인정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서전을 써보는 것이다. 이재연 교수는 “자서전을 쓰다 보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다 드러난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자가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 평가 안에는 플러스(+)도 있고, 마이너스(-)도 있을 것이다. 마이너스(자신의 상처와 아픔)가 많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서전은 일기와 다르다. 일기는 느낌을 주로 적지만, 자서전은 입증할 수 있는 사실(팩트, fact)을 적는다. 따라서 자서전을 쓸 때는 먼저 ▶이력서 쓰듯이 연도별로 있었던 사실들을 적는다. 위인전의 연표처럼 작성하면 된다. ▶연표가 작성되면 그 옆에 그 일에 대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적는다. ▶긍정적이었던 것에는 ‘+’를, 부정적이었던 것에는 ‘-’ 표시를 한다.

3 빽빽이 쓰기

마이너스(-)가 표시된 부정적인 단어를 개선하는 방법이 빽빽이 쓰기다. 플러스(+) 표시한 긍정적인 단어만 뽑아 종이 한 장에 빼곡하게 적는다. 일반 펜보다는 붓펜이면 더 좋다. 단어를 소리 내어 읽으면서 붓펜으로 천천히 써나간다.

이재연 교수는 “상황에 맞게 페르소나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알아야 적절한 가면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형 페르소나를 가지려면 우선 나를 알고 나를 받아들이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정직한 가면(통합형 페르소나)을 쓰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4 명함 속 직책의 수 줄이기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가면을 쓰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은 가면을 쓰는 것은 좋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많은 가면’이란 역할에 따른 가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사용하는 공적 가면을 의미한다.

사회의 공적 가면은 명함에 잘 드러나 있다. 명함 속에 3개 이상의 직책이 있다면 2개 정도로 줄여보자. 이재연 교수는 “사회의 공적 가면이 많을수록 스트레스, 분노, 화가 많아진다.”며 “명함에 3개 이상의 사회적 페르소나를 만드는 것은 화, 스트레스, 분노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5 올바른 호칭 쓰기

스스로 잘못된 가면을 쓰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잘못된 가면을 씌워주기도 한다. 단적인 예가 ‘호칭’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공적 가면 중 하나가 호칭인데 부부간에 아내가 남편을 ‘오빠’ 또는 ‘OO아빠’라고 부른다면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의 가면이 아닌 ‘오빠’나 ‘아빠’라는, 책임감의 가면을 씌우는 것이다. 이러면 남편은 아내 앞에서 ‘남편’의 가면을 쓰기가 어렵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아내를 ‘OO엄마’라고 부른다면 이 역시 아내에게 책임감의 가면을 씌우는 것이고, 아내 또한 남편 앞에서 ‘아내’의 가면을 쓰기 어렵다.

서로에게 책임감의 가면을 씌운 부부지간이 원만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이재연 교수는 “부부간에 여보(보배 같은 사람), 당신(내 몸과 같다.)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좋다.”며 “타인이 자신에게 가면을 잘못 씌워줘도 스트레스, 화, 분노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재연 교수는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대한상담심리치료학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의 교육지원청에서 교원 연수 및 학부모 강의를, 교도소에서 심리상담을, 파주시 건강가정지원센터와 영등포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는 부부치료와 가족치료를 해오고 있다. SBS <한밤의 TV연예>, MBC <경찰청 사람들 2015> 등 다수 매체에서 심리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이슈 in 심리학> <나는 자기주도학습 전문가다> <음주 부모와 자녀의 진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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