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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비결] 간암 명의로 톡톡한 유명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간암클리닉센터장 한광협 교수

2014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축복호 12p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간암은 예방이 쉬운 암… 3가지는 목숨 걸고 관리하세요”

KBS 예능프로 <남자의 자격>에서 간암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사람! 우리나라 간암 연구의 핵심본부인 대한간암학회의 태동을 주도한 사람! 그래서 의료인생 대부분을 간암 환자들의 희망지기로 살아온 사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간암전문클리닉센터를 이끌고 있는 한광협 교수(59세)는 간염, 간암에 대해서 할 말이 참 많은 사람이다. 우리나라 간암 치료의 새 장을 열어온 산 증인이기도 하다. 간암 치료에 방사선을 접목시킨 사람도 그고, 항암요법과 방사선의 동시 치료를 통해 간암 치료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사람도 바로 그다. 그래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간 건강 수호자 한광협 교수! 끊임없이 새 길을 만들어내고 있는 그의 저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불모지에서 틔운 작은 싹 하나!

사람을 다루는 학문! 한광협 교수가 의학 공부를 시작한 이유다. 모두들 힘들다고 기피하는 과! 한광협 교수가 소화기내과를 택한 이유다.

그랬던 그가 간암 명의로 거듭나기까지는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결코 의도하지 않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간암 치료법이 소개되는 역사적인 현장은 언제나 그의 주 무대였다. 그 출발점은 1986년부터다. 지도교수의 권유로 간 질환을 주 전공으로 삼으면서부터다. 하지만 그 시작은 암담했다. 의사로서 무력감부터 느껴야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B간염 환자는 차고 넘쳤지만 변변한 치료약 하나 없었으니까요. 간염에 걸리고 간암에 걸려도 의사가 해줄 것이 별로 없었어요. 기껏해야 안정과 휴식을 권하는 게 전부였어요. 더군다나 간암은 대개 말기에 발견되기 때문에 진단하면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했죠.”

그래서 후회도 많이 했다는 한광협 교수. 그런 그에게 1988년 일본에서 개발된 간염 치료제 베타 인터페론의 등장은 너무도 반가운 희소식이었다. 환호했다. 그런데 걸림돌이 있었다. 너무도 고가여서 보편화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했어요. 고가의 간염 치료제 베타 인터페론과 그보다는 저렴하게 만들어진 알파 인터페론이 효과 면에서 차이가 있나 없나를 밝히기 위해 임상시험을 시작했어요.”

임상시험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고가의 베타 인터페론과 저가의 알파 인터페론이 효과 면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치료 효과도 30~40%로 좋았다.

이 연구를 계기로 간염 치료는 새로운 분수령을 맞게 된다. 보다 저렴한 알파 인테페론이 간염 치료제로 활용되면서 속수무책 손 놓고 있어야 했던 간염 치료에 새 전기가 마련됐던 것이다. 한광협 교수에게 미친 파급력도 컸다. 임상연구의 중요성을 제대로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한광협 교수는 ”비로소 간염 환자들을 위해 뭔가 해줄 것이 생겼다.”며 “이는 간염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한 출발선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 후 알파 인터페론은 전 세계적으로 간염 치료의 표준치료로 정착되었다.

간염을 넘어 간암으로… 그것도 운명처럼

올림픽 개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1988년은 한광협 교수에게도 기념비적인 해다. 간암 명의 한광협 교수의 오늘을 있게 한 변곡점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I131’이라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해 간암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방법이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미사일요법이라 불리며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일의 공동연구를 맡게 되면서 간암은 한광협 교수의 관심 대상이 됐다. 간암에 대한 다양한 연구자료를 접하고, 간암 치료의 세계적인 흐름도 알게 되면서 비로소 간암은 그의 연구 대상이 됐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행보는 1995년 홀뮴이라는 동위원소를 간암 치료에 응용하는 새로운 간암 치료법이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이종태, 이종두 교수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되면서 또 한 번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 홀뮴이라는 방사선동위원소를 간암 환자에게 적용한 주역이 바로 그였던 것이다.

“기존의 치료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봤는데 예상밖의 좋은 결과가 나타났던 겁니다. 4년 동안 암이 생기지 않았으니까요.”

그러자 전국 각처에서 암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너도나도 차트를 들고 그를 찾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누구나 홀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제한적이었다. 간암세포가 크지 않은 초기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었다.

한광협 교수님 “그러니 어쩌겠어요? 이 치료법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치료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제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런 그에게 구세주가 되어 준 것은 그의 아내였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로 있는 그의 아내 성진실 교수는 그즈음 우리 의학계에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온열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함께 했더니 암이 크게 좋아졌다는 거였다.

한광협 교수는 이점에 착안했다. ‘간암 치료에도 방사선 치료를 해보면 어떨까?’

물론 간은 방사선에 특히 약하다는 취약점은 있었다. ‘방사선을 쬐면 정상적인 간세포는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아내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암이 있는 부위에만 방사선을 쬐면? 승산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어떤 치료법도 소용이 없는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된 간암에 방사선 치료!

효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결점도 있었다. 방사선을 쬐고 나면 처음에는 암세포가 놀랄 만큼 줄어드는 데 나중에는 확 퍼져버리는 부작용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광협 교수가 새롭게 시도한 간암 치료법! 항암제와 방사선을 함께 접목한 시도가 바로 그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이런 시도를 해보지 않았던 때 한광협 교수는 항암제와 방사선을 동시에 활용하는 새로운 간암 치료법의 모델을 제시했던 것이다.

기존의 치료로는 가망이 없고 포기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평균 3개월, 길어야 6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치료법을 적용해본 결과 평균 11개월을 사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광협 교수가 새롭게 시도했던 간암에 항암제+방사선 치료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간암 치료의 주 치료법으로 활용되면서 간암 치료의 정석이 되고 있다.

오지랖 넓은 교수의 또 하나의 업적

간암 환자들의 대부 한광협 교수! 그런 그가 간암 환자들에게 더더욱 고마운 이유는 우리나라 간암 연구의 새로운 지형을 만든 사람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간암 치료를 시작하면서 한광협 교수에게는 늘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간암은 여러 과가 협력해야 하는 대표적인 암이었다. 유독 다양한 전문가가 필요한 암이었다. 간내과, 종양내과, 간외과, 이식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학과 등 여러 과가 연관돼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연관된 사람들이 모여서 임상 경험을 서로 나눌 수 있는 학회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 내과는 내과대로, 외과는 외과대로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의 임상 경험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죠.”

이점이 안타까웠다.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일을 벌였다. 연세간암연구회 발족의 일등공신이 되었고, 그것은 명실공히 대한간암학회 태동의 자양분이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 간암 연구는 일대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간암에 대한 폭넓은 임상경험이 공유되면서 간암 치료 수준을 세계 제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오지랖 넓은 한 교수의 시도가 수많은 간암 환자들에게 새 희망의 끈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간암 명의가 밝히는 간암?예방에서 치료까지~

이쯤 되면 우리 모두는 한광협 교수에게 묻고 싶다. “어떻게 하면 간암을 예방할 수 있나요?” 이 물음에 한광협 교수는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예방이 쉬운 암”이라며 “간암의 발병인자가 비교적 상세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밝히는 간암의 발생원인은 크게 3가지다. ▶만성 B형간염 ▶만성 C형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이다. 이 중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 발생 원인의 60~70%를 차지한다고 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 발생 원인의 10~15%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 외에 술에 의한 알코올 지방간과 비만 등에 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간암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간암 예방의 첫째 조건은 간염 바이러스 대책이다. 한광협 교수는 “간암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B형 간염 예방접종을 꼭 하고, C형 간염의 경우는 예방접종이 없으므로 평소 몸에 불필요한 상처를 내거나 불건전한 성생활 등을 피하면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간염에 걸리면 꾸준히 간염관리를 잘하여 간경변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그가 밝히는 ‘평소 내 간 돌보기 5계명’은 다음과 같다.

1. 장시간 술을 마시는 일은 없도록 한다. 마신다면 가볍게 마시고 화가 나서 마시는 술은 금물!

2. 과식, 편식을 피하고 가능한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먹도록 한다.

3. 간에 대한 지식은 전문가에게 듣도록 하자.

4. 일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적당한 휴식 취하기를 생활화하자.

5. 약물 과용은 금물이며 운동과 식생활로 건강관리를 하자.

소식과 적당한 운동은 불변의 건강진리

간염, 간암과 더불어 근 30년! 그러다보니 한광협 교수에게 붙어있는 굵직굵직한 직책도 많다. 세계간암학회 집행이사이기도 하고, 대한간학회 이사장이기도 하며, 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 초대회장을 역임 중이다. 간암 관련 국제학회 초청강연이나 국제 학술지 편집위원 등 왕성한 학술활동도 병행하고 있는데 건강은 어떻게 지킬까?

이 물음에 한광협 교수는 “소식하고,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고, 매일매일 운동하기를 건강 지침으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건강의 진리는 결코 새롭고 기발하고 특별함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1. 스트레스를 받으면?

휘파람을 불면서 기분을 전환시킨다. 또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풀어버린다. 운동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다.

2. 먹거리는?

살코기부터 채소까지 골고루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신선한 채소샐러드를 즐겨 먹는 편이다. 나이 들면 나오기 쉬운 뱃살 관리를 위해 소식을 기본으로 한다. 칼로리 높은 음식, 기름진 음식, 튀긴 음식은 되도록 멀리한다. 현명한 아내의 내조로 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있다.

3. 간암 박사도 술을 마실까?

술은 마시지만 건전한 음주습관을 꼭 유지한다. 기분 나쁠 때는 안 먹고 폭음은 절대 안 한다. 하루에 2잔 이하로 마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술을 마신 후에는 2~3일 반드시 휴식기를 가진다.

4. 운동은?

주중에 2회 정도, 주말에는 꼭 헬스를 한다. 50대부터 시작된 일과다. 의약분업 당시 보직을 맡으면서 허리디스크가 생겼는데 꾸준한 운동으로 증상 없이 지낸다. 퇴근 후에는 틈틈이 아내와 오붓한 산책도 즐겨 한다.

오늘도 간암에 맞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한광협 교수. 언제나 새로운 시도로 간암 치료의 새 역사를 써온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청사진을 내놓을 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행보는 결코 멈추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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