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사상체질과 김선형 교수】
음식은 보약과 같다. 하루 세 끼만 잘 먹어도 영양제가 필요 없다. 고구마, 우엉, 연근은 가을을 건강하게 나도록 돕는 ‘헬시푸드’다. 가을 뿌리채소 ‘3인방’의 영양학적 효능을 알아본다.
고구마·우엉·연근은 가을 보약
채소는 수분이 풍부하고 비타민·무기질·섬유질 함유량이 높다. 곡류·생선류·고기류 등에 의한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 알칼리성으로 중화시키고, 섬유질은 소화를 원활하게 돕는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사상체질과 김선형 교수는 “고구마·우엉·연근은 겨울철을 대비해 가을에 많은 영양분을 뿌리에 저장한다.”며 “특히 여름의 더운 기운으로 땀구멍이 열려 몸의 체액이 소모되고 자율신경계가 항진돼 답답한 증세에 좋다.”고 말했다.
보통 가을 기운을 ‘모든 것을 죽인다’고 해 ‘숙살지기肅殺之氣’라고 한다. 가을 기운은 모든 것을 죽이지만 표피를 견고하게 만든다. 즉 여름에 쑥쑥 크던 농작물이 가을이 되면 더 이상 크지 않고 견고하게 된다. 인체도 마찬가지다. 가을 음식으로 여름에 소모된 기운을 보충해 주고, 표피를 닫아 더 이상 허약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
가을 기운을 많이 담은 음식은 여름에 땀과 기운이 많이 배출된 사람에겐 한겨울의 냉기가 몸을 침입하지 못하게 하는 좋은 ‘약’이다. 김 교수는 “고구마, 우엉, 연근은 그냥 음식으로 먹을 수도 있고 치료 효과도 있다.”며 “다만 소화불량, 신장 이상으로 인한 부종, 수족냉증이 심한 경우 먹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구마는 성장기 어린이의 간식으로 제격이다.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성장에 도움이 된다. 우엉·연근은 잠을 늦게 자서 몸에 허열이 있으면서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입이 마르고 눈이 쉽게 건조해지는 청소년에게 좋다.
김 교수는 “아무리 좋은 음식도 밥을 대신하거나 장복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비가 심하거나 체중 감량, 몸의 알칼리성화를 위해 고구마를 오랫동안 먹을 경우 밥을 대신해 한 끼쯤 먹으면 된다.”며 “연근은 코피가 잦고 혀의 색이 붉으며 눈이 쉽게 충혈되는 경우 식후 100cc 정도 하루 한 차례 음용하면 좋다.”고 권했다.
일본이나 아열대 지방에서 고구마를 많이 먹은 사람들이 장수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노인들의 웰빙식품으로 권하지만 소화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우엉·연근은 성질이 찬 음식이고 비교적 약에 가까운 차가운 기운을 갖고 있으므로 중·장년층이 먹으면 좋다. 고구마·우엉·연근 모두 껍질에 상처가 없고 썩은 부분이 없는 것을 구입해야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항산화물질 듬뿍~ 고구마 ‘가을 영양제’
고구마에는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이 들어 있다. 풍부한 섬유질이 있어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좋다. 하루 반개만 섭취해도 대장암과 폐암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김 교수는 “고구마와 연근은 태음인에게 좋고, 우엉은 소양인에게 좋은 식품”이라고 설명했다. 체질에 맞더라도 몸이 냉하고 설사가 잦은 사람은 피해야 한다.
태음인은 일반적으로 체구가 크고 위장기능이 좋은 편이다. 동·식물성 단백질이나 칼로리가 많은 중후한 성질의 음식이 좋다. 그러나 과식 습관이 있어 비만이나 고혈압, 변비가 되기 쉬운 체질이므로 자극성이 있거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 고구마·연근을 먹을 때도 과식을 피하고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한다.
고구마 다이어트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다. 김 교수는 고구마만 3일 먹는 단순한 방법의 다이어트를 권했다. 고구마를 먹은 후 체한 느낌이 있거나 속쓰림이 심한 여성은 피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과 날씨가 쌀쌀할 땐 삶거나 구운 고구마를, 여름엔 날고구마가 좋다. 추운 겨울엔 현미죽을 묽게 쑨 후 고구마와 함께 먹으면 좋다. 이때 현미죽은 현미밥을 믹서에 물과 함께 간 후, 중간불에서 5~10분간 끓이면 된다. 단, 우유와 유제품은 다이어트할 때 함께 마시지 않는다.
고구마는 9~17도 사이에서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저장한다. 수확을 하면 15~20일 동안 호흡작용을 심하게 해서 가스가 생긴다. 많은 양을 모아놓고 환기를 해주지 않으면 쉽게 부패한다.
반드시 딱딱하고 검게 변했거나 곰팡이가 핀 고구마는 먹지 말아야 한다. 상한 고구마를 먹으면 고구마 중독증이 생긴다. 보통 먹은 후 24시간 내 발작한다. 환자는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구토와 설사가 난다. 심할 땐 3~4일 후 발열할 수 있다.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비만 체질에 좋은 우엉 “소양인에 좋은 항노화제”
우엉은 당질이 주성분인 알칼리성 식품이다. 단백질로는 아미노산 계열의 아르기닌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콩알만큼씩 잘게 썰어 밀가루에 버무려 익혀 먹으면 배가 그득한 것이 없어진다. 즙을 짜서 자주 목욕하면 피부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스멀스멀하던 풍증이 낫는다. 목욕한 뒤엔 얼마동안 바람을 피해야 한다.
소금을 조금 넣고 짓찧어 종독에 붙여 쓴다. 김 교수는 “뿌리와 잎은 쇠붙이에 다쳤을 때 쓴다.”고 설명했다. 기침, 가래, 당뇨병, 신장염, 이뇨제 효과도 있다. 류머티즘성 관절염, 당뇨병 등에 쓰며 습진, 부스럼에도 고약으로 만들어 바른다.
오한이 나면서 열나는 것, 땀나는 것, 중풍, 얼굴 부은 것, 소갈, 열증 등을 치료하며 몸의 습한 기운을 몰아낸다. 오랫동안 먹으면 몸이 거뜬해지고 늙지 않는다. 우엉 뿌리 추출액은 항암작용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몸의 습기를 제거해 주므로 비만 체질에 효능이 있다. 하지만 몸이 건조하거나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에겐 맞지 않다. 뿌리는 쪄서 햇볕에 말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토하게 된다.
우엉의 씨인 우방자는 소양인의 대표적인 약이다. 우엉도 소양인에게 좋은 음식이다. 소양인은 비장이 크고 신장이 작은 ‘비대소신’의 체질을 타고났다. 한의학에선 비장과 위장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위장은 우리 몸에서 ‘양기’가 가장 강한 장부라고 본다. 소양인은 속에 열이 많은 편이다. 주로 더운 음식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시원한 음식을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오장을 튼튼하게~ 연근 “배고픔 잊게 하는 영양제”
연근즙은 맛이 달고 어혈을 삭인다. 연근을 짓찧어낸 즙은 입안이나 코에서 나는 피를 멈추게 한다. 곽란을 앓고 난 뒤 허해서 입이 마르고 답답하며 음식을 먹지 못할 때 생 연근을 먹으면 좋다. 출산 후엔 생것이나 찬 것을 피해야 하지만 연근은 생것을 먹을 수 있다. 보관할 땐 서늘한 곳에서 말린다.
연근을 쪄서 먹으면 오장이 더 잘 보호된다. 설사증과 답답한 속을 치료하고 술독을 풀며 먹은 음식을 소화시킨다. 또 앓고 난 뒤 열이 나면서 갈증 나는 것을 없앤다.
연근은 열이 많고 피부에 알레르기가 자주 생기는 태음인 체질의 비만에 효과가 있다. 꿀과 같이 먹으면 배안의 장기가 든든해진다. 석련자와 마른 연근을 오래 저장했다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급적 쪄서 먹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연근을 익혀서 속을 버리고 가루를 내서 황랍으로 반죽한 다음 벽오동씨 만하게 환약을 만들어 하루 30알씩 먹으면 배고픔을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