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
【도움말 | 한동하한의원 한동하 한의학 박사】
건선은 전신성 염증질환
한 번 걸리면 10~20년은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시적으로 좋아지더라도 평생 재발 가능성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건선. 아토피와 함께 대표적인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치료가 쉽지 않아 ‘피부의 당뇨병’이라고 불린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2%가 이 병에 걸려 있으며, 인구 10만 명당 60명 정도가 매년 새로 걸린다고 한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부터 증상이 나빠지는데 20대>30대>10대 순서로 잘 생긴다. 특히 외모에 한참 관심이 많은 시기에 건선이 발병하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다.
건선은 주로 팔다리 관절ㆍ엉덩이ㆍ두피 등 압력이나 마찰을 받는 부위에 붉은 반점과 비늘처럼 일어나는 피부각질을 동반한다. 손·발톱에 무좀과 유사한 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무좀으로 오인해 자가 진단해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무좀 치료제를 발라 증세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건선은 피부 증상 외에 다른 질병을 동반해 고통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환자 중 약 10%는 관절염을 앓고 있고, 최근 미국 시카고대에서 “건선은 허혈성 심질환,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의 유병률 증가와 사망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는 “건선의 원인은 아직도 확실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최근에는 각종 면역학적 이상과 염증 소견이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이 외에 피부 자극, 상처, 건조한 환경, 서구화된 식습관, 스트레스 등을 주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선을 치료하는 신치료법 4가지
잘 낫지 않아 고통을 가중시키는 건선. 대표적인 고질병으로 알려진 당뇨나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치료하는 질환이라기보다는 조절하는 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비방, 혹은 강력한 치료법을 찾지 말고 본인의 상태에 적절하며, 안전한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주흥 교수는 “최근 국내에 도입되어 주목을 받고 있는 치료법이 몇 가지 있다.”고 밝히고 “검증된 치료법을 활용하는 것이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소개하는 건선의 최신 치료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비타민 D 유도체 연고
기존 건선 치료용 연고인 부신피질호르몬 제제의 여러 단점을 보완한 비타민 D 유도체 연고가 있다. 치료 효과도 비교적 우수하지만 무엇보다 장기간 사용해도 부작용이 극히 적은 것이 장점이다. 이 약제는 다른 치료법과도 병용할 수 있는데, 경우에 따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특히 자외선 치료나 호르몬 연고 치료 시 병행하면 좋다.
▶협대역자외선 B(narrow-band UVB) 치료
과거 건선 치료에 사용하던 자외선 B는 광대역인데 최근 연구결과 이 파장 중 311nm 부근의 파장이 건선에 가장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파장을 주로 발산하는 의료기기가 나와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의료기관에서 운용하고 있다. 효과면에서 과거 광대역보다 탁월하지만 광화학요법보다는 다소 떨어진다.
▶목욕 광화학요법(bath-PUVA)
자외선 치료 중 가장 강력한 것이 약을 먹거나 바르고 시행하는 광화학요법이다. 이 중 약을 먹는 방법은 소화 장애, 간기능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약을 먹고 48시간 정도는 보안경을 쓰고, 직사광선을 피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바르는 광화학요법은 병변이 많이 있을 경우, 바르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얼룩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한 것이 바로 목욕요법이다. 욕조에 약물을 받아놓고 몸을 담근 후 자외선에 노출한다. 약을 먹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 없고 연고를 바르는 데서 오는 단점도 피했다. 유럽에서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우수한 치료법이나 피부과 내에 목욕 시설이 따로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일부 병원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사이클로스포린
이 약제는 원래 장기이식 환자의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개발한 것인데 일반적인 치료법에 실패한 경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다만 장기 복용 시 신장에 독성을 나타내므로 전문의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이주흥 교수는 “건선 환자들은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 쓰고,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주를 삼가고 때를 미는 등 피부에 과도한 자극과 마찰을 주는 행위를 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온 몸을 괴롭히는 지긋지긋한 난치병 건선. 몇 년간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며 치료해도 낫지 않아 기운이 다 빠지고, 시간과 돈만 버리는 것 같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는 이홍택 씨(남ㆍ36세)는 “별의별 치료를 다 받아봤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과로하면 아무리 좋은 치료도 효과가 없다.”며 “담당 의사와 자기 자신을 믿고 치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홍택 씨는 현재, 예전 건선 증상 분포도가 100%라면 그 중 1%밖에 남지 않아 삶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한다.
지긋지긋 건선 한방치료는 어떨까?
한의학에서는 건선이 체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열이 많은 사람은 염증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장기 중에서는 특히 간에 열이 있거나, 피부를 주관하는 폐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건선이 잘 생길 수 있다. 사상체질로 보면 열이 많은 소양인이나 태음인이 잘 걸리고 소음인은 별로 걸리지 않는다.
<동의보감>에서는 피의 기운이 너무 뜨겁거나, 음혈陰血의 기운이 너무 허해 건조하거나, 질병을 일으키는 외부의 독에 의해 발병한다고 기록돼 있다.
따라서 그 치료 또한 열을 내리고, 풍을 몰아내며, 습을 불어넣고, 어혈(병든 피)을 없애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는 “건선이라고 하면 몸을 차게 해주는 약을 처방하는 곳이 많지만 건선은 염증성질환이므로 혈액순환을 돕고 어혈을 빼주는 약물이 치료율이 높다.”고 말한다.
따라서 건선은 피를 활발하게 하고 병을 몰아내는 치료법을 쓰면서 생활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한동하 박사가 추천하는 건선 관리법 3가지
▶유산소 운동을 하라
건선 환자는 노출이 꺼려지기 마련이지만 최대한 옷을 가볍게 입고, 햇볕이 좋은 날 뛰어라. 건선환자는 땀이 잘 안 나는 데 유산소 운동은 땀과 피지를 함께 분비해 피부면역체계를 활성화한다.
▶신체리듬을 유지하라
아무리 비싸고 좋은 치료를 받아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절대 낫지 않는다. 과로하지 말고, 충분히 깊은 수면을 취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
▶자연식 위주로 먹어라
녹황색 채소는 항산화작용을 해 피부를 보호한다. 씨앗류나 버섯류, 발효식품도 적극 권한다. 면역체계와 밀접한 아연이 부족하지 않게 굴을 먹어주는 것도 좋다. 제일 좋지 않은 것은 동물성 지방질이다. 포화지방산은 염증을 유발한다. 술ㆍ인스턴트도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