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에듀머니 박종호 본부장(<흑자생활의 법칙> 저자)】
돈은 ‘고민창고’다. 돈이 적으면 적어서 고민이라고 치지만, 돈을 좀 모았다 싶어도 이것을 어떤 방법으로 지키고 불려야 할지 고민된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라고 하니 과연 지금 가진 여윳돈을 불릴 수 있을지 조바심도 난다. 그리고 쉽게 흔들린다. 누가 돈 좀 굴렸다는 소리만 들으면 이미 마음은 그곳으로 달려간다.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던 투자처가 눈에 띄고, 귀찮기만 했던 금융상품 광고도 반갑다. 별 관심 없던 경제 기사를 급하게 뒤적여 보지만 딱히 마땅한 수는 나오지 않는다. 이번 호에서는 고민 많은 여윳돈, 뚝심 있게 손해 없이 굴리는 방법을 알아본다.
진짜 여윳돈일까?
여윳돈을 가진 사람의 소망은 모두 같을 것이다. 원금은 지키면서 안전하게 돈을 굴려 큰 이익을 얻는 것이다. 에듀머니 박종호 본부장은 “여윳돈 재테크법을 찾기 전에 그 돈이 진짜 여윳돈인지부터 판단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여윳돈은 그 돈을 손해 보더라도 가정 경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즉, 까먹어도 되는 돈이 여윳돈이다. 보통 가정에서는 오랫동안 안 써도 되고, 까먹어도 되는 돈이 생기긴 쉽지 않다. 박종호 본부장은 “손해를 보면 안 되는 돈이라면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한다. 투자는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완전히 여윳돈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필요 없는 돈이라면 금융 상품을 선택하기 전에 그 돈을 언제, 어디다 쓸 것인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확실히 정하고 나서 금융상품을 선택해야 후회할 일이 없다.
안전하고 수익률 높은 상품은 없다!
진짜 여윳돈이어도 신중해야 한다. 손해 봐도 되는 돈이라고 해서 손해볼 수는 없는 일이다. 박종호 본부장은 “원금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여윳돈을 불리는 것은 예금과 적금밖에 없다.”고 잘라 말하며 “물론 요즘 금리가 낮아서 이자 수익이 적지만, 안전하면서 수익까지 높은 상품이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자가 너무 낮아서 망설여진다면 새마을금고, 신협 등의 조합원 예탁금을 활용하면 1인당 3,000만 원까지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박종호 본부장은 “만약 여윳돈의 액수가 크다면 은행의 특판 예금을 알아보거나 은행 창구에서 정기예금 금리를 협상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말만 잘하면 더 큰 금리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소리다.
물론 금리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오르면 원금은 지킬 수 있더라도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줄어들어서 결과적으로 손해다. 자연스럽게 투자로 눈이 돌아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투자 수익은 불확실하며 아무리 투자 공부를 많이 해도 모두 이익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구는 손해를 본다. 그게 투자 시장의 생리다. 박종호 본부장은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주식이나 부동산을 투자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부의 이전이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한다.
만약 도저히 은행 금리로는 만족하기 어려워 투자를 해야겠다면 적립식 금융상품을 알아보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다.
모르는 분야 투자는 금물
사실 요즘처럼 경기가 불안정한 시점에서는 돈을 불릴 생각보다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신이 잘 모르는 대상에 투자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금리가 낮다 보니 수익형 부동산으로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오피스텔, 원룸, 상가 등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최근 과잉공급에 따른 수익률 하락으로 투자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업체의 광고나 관계자의 말만 믿고 섣불리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동양증권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 금융사 직원의 말만 믿고 투자 상품에 목돈을 한꺼번에 넣는 일도 피해야 한다. 박종호 본부장은 “전문가들의 투자 예측도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 예언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요즘 ELS를 추천하는 증권사 직원이 많다.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상품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 상품은 파생금융상품이 포함되어 있다. 파생금융상품은 예측이 어려운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박종호 본부장은 “ELS는 일반 펀드와 달리 수수료도 높고 해지 조건도 까다로우며 일반인이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수익률이 일정 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생각보다 손실이 커지므로 무턱대고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
손해 보면 안 되는 두 번째 이유
손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공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 얻었을 때 기쁜 정도와 잃었을 때의 절망 정도 중 어느 것이 더 클까?
박종호 본부장은 “같은 대상을 놓고 봤을 때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의 처참함은 그것을 얻었을 때의 행복함보다 훨씬 크게 느낀다.”며 “사람은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100만 원이 공짜로 생겼을 때의 행복보다 100만 원을 잃었을 때의 분노가 더 크다고 느낄 것이다. 돈을 잃은 것도 손해인데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삶에도 지장이 생긴다. 아무리 여윳돈이라고 해도 손실을 보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장에는 필요 없는 돈이라고 해도 안전하게 불려 나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TIP. 저축하러 갔다가 보험 들고 왔나요? 박종호 본부장이 밝히는 저축보험의 진실
여윳돈이 있어서 은행에 저축하러 가면 은행에서 추천하는 단골 상품이 있다. 저축보험이다. 박종호 본부장은 “추천 상품이 좋은 상품이면 상관없지만 저축보험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문제”라고 말한다.
보통 저축이 아닌 저축보험을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이 저축의 금리보다 높고, 복리에다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뜻 들어서는 저축보다 훨씬 매력적인 상품이 틀림없다.
박종호 본부장은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이 은행의 적금 금리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준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저축보험이 연 복리 상품이긴 하지만 낸 돈 전부가 복리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축보험은 보험사에다 내는 수수료로 볼 수 있는 사업비를 뺀 금액이 적립된다. 보험회사의 사업비는 보통 7~10% 정도다. 즉 내 돈의 7~10%를 일단 떼어간다는 말이다. 박종호 본부장은 “복리 이자율을 적용하더라도 원금이 되기까지 4~5년 이상 걸린다.”고 조언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저축보험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저축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만 믿고 가입하기에는 걸리는 점이 두 가지 있다.
박종호 본부장은 “첫 번째는 저축보험을 들지 않아도 복리 상품은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저축보험을 10년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고 말한다.
은행의 정기적금에도 월 복리 상품이 많다. 만기가 보통 3년짜리지만 다시 만기된 상품을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복리효과를 얻을 수 있다. 1년에 한 번만 번거로우면 되는 일이다.
또한 박종호 본부장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저축보험 가입자 중 45%가 3년 안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한다. 진짜 여윳돈이 아닌 이상 갈수록 지출이 늘어가는 환경에서 장기 저축을 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종호 본부장은 경제교육전문 사회적기업인 에듀머니에서 기존의 금융권 위주의 재무상담과는 차별화된 금융복지상담가 자격 과정 강사로 활동한다. KBS 라디오 <경제나침반>에서 출연해 청취자들에게 재무처방을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