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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테라피] 뒤탈~ 없는 항문 건강 10계명

2011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134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이화여대 목동병원 외과 정순섭 교수】

【도움말 | 한양대 구리병원 외과 남영수 교수】

얼마 전 첫 아이를 출산한 김유희 씨(30세)는 변비로 고생 중이다. 임신 후반부터 심해진 변비가 출산 후에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똥을 누는 것이 마치 고문 같아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렵다. 단단한 똥을 어렵게 누고 나면 휴지에 피가 묻기도 한다. 이러다 치질에 걸리는 것이 아닌지 덜컥 겁이 난다는 김 씨. 미리미리 항문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잦은 변비와 설사, 음주가 문제

치질은 언젠가부터 입원 환자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됐다. 배변 후 경미한 출혈까지 포함하면 많은 사람들이 치질 증상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치질은 항문에 생기는 병의 통칭이다. 항문을 병들게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화여대 목동병원 외과 정순섭 교수는 “잦은 변비와 설사가 항문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오래 앉아 있거나,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의 항문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하루 종일 앉아서 운전하는 기사나, 군대에서 훈련받는 군인들이 이에 속한다. 설사는 항문을 습하게 만들고, 변비는 괄약근 손상에 기여한다.

여성의 경우 김 씨의 사례처럼 임신과 출산의 영향으로 나빠질 수 있다. 임신하면 복압이 높아져 변비가 생기고, 출산할 때 괄약근에 손상을 입기도 한다. 여성은 항문 주위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더 상하기 쉽다.

지나친 음주도 문제다. 음주를 하면 혈관(정맥)이 갑자기 확장되면서 약해진다. 늘어난 정맥에 혈전(혈액 찌꺼기가 뭉친 것)이 생긴다. 혈전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면 치질이 된다.

항문질환, 예전엔 중년 이후 환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일의 패턴과 음주 등으로 젊은 층 환자도 큰 폭으로 늘었다. 한양대 구리병원 외과 남영수 교수는 “현재 항문질환은 특별한 연령대는 없고, 처한 상황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숨기고만 싶은… 항문질환 3인방

*치핵 : 항문 내부에 쿠션 역할을 하며 괄약근을 보호하는 구조물이 고장 나면 생긴다. 정순섭 교수는 “보통 대변을 보고 난 후 선홍색의 피가 변기 물에 퍼져 있거나 뚝뚝 떨어질 경우 치핵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내치핵(90~95%)이다. 정도에 따라 1~4도로 분류한다. 출혈은 있지만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으면 1도, 변을 볼 때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오지만 변을 본 뒤 자연히 항문 안으로 되돌아가면 2도, 튀어나온 치핵을 밀어야만 항문 안으로 들어가면 3도, 밀어 넣어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4도다. 1~2도는 온수좌욕과 약물ㆍ식이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정도가 심한 3~4도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치열 : 변비가 심할 때 처음의 딱딱한 변이 항문을 찢으면서 나오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치핵과는 무관하다. 배변 시 통증이 심하다. 피가 나고, 오래 지속되면 항문에 살이 생기기도 한다. 치료는 변비 해결이 중요하다. 항문을 따뜻한 물로 자주 닦아주는 것도 좋다.

*치루 : 항문 주변의 만성적인 농양이나 항문선의 염증으로 시작한다. 고름이 배출되고 나면 항문선의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샛길이 생겨 바깥쪽 구멍을 통해 분비물이 나오는 질환이다. 치루의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다. 드물지만 항문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탄력 있고 튼튼한 항문 만들기 10계명

소화기의 끝에 위치하고, 잘 보이지도 않는 기관 항문. 그렇다고 홀대하면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진다. 남영수 교수는 “항문은 환자 자신이 아끼고 신경 쓰는 만큼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며 “조금만 생활습관을 바꾸면 병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1. 화장실에서는 용건만 간단히 본다.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을 버린다. 항문의 힘을 뺀 채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 주위 혈관에 피가 고여 치핵으로 발전한다. 반대로 오래 힘을 주면 괄약근에 무리가 간다. 일은 5분 이내에 본다. 일을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일어났다 다음번 변의가 올 때 다시 시도한다.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책을 보는 것은 금물이다.

2. 항문을 항시 깨끗이 한다. 배변 후 가능하면 따뜻한 물로 씻어준다. 여의치 않다면 물티슈를 쓴다. 단 지나친 비누칠은 자제한다. 여러 번 비누칠을 하면 좋은 지방질까지 없애버린다. 세균이나 곰팡이가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항문 주위 피부에 악영향을 미친다.

3. 변비 해소에 중요한 과일ㆍ채소 등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더불어 수분 섭취도 잊지 않는다. 반대로 기름진 음식, 지나친 육류 섭취를 자제한다.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 통조림, 초콜릿 같은 단 음식도 피한다.

4. 술을 줄인다. 특히 평소 치질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혈관이 비교적 약한 상태기 때문에 철저히 금주해야 한다. 과음하면 간 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간경화를 유발한다. 간경화는 복압을 높여 항문까지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5. 앉아서 일하는 경우 중간 중간 일어나서 움직인다. 반대로 서서 일하는 사람은 적당히 앉아서 쉬어준다. 운동도 장시간 앉아 있는 낚시나 서서 하는 골프, 복압이 높아지는 웨이트트레이닝보다는 가벼운 걷기나 달리기를 추천한다.

6. 항문에 피가 나거나 따갑고 가려울 때 좌욕을 권한다. 40도 정도의 물에 하루 서너 번 10분 이상씩 담근다. 출혈이 멎을 뿐 아니라 괄약근도 자연스럽게 이완된다. 통증도 줄어든다.

7. 항문을 건조하게 한다. 샤워 후 축축하지 않도록 수건으로 물기를 완전히 없앤다. 땀이 찼을 때는 부드러운 휴지나 수건으로 엉덩이 부위의 땀을 제거한다.

8. 통풍이 잘 되는 면 속옷을 입는다. 특히 가려움증이 있는 남성은 삼각팬티보다 사각 트렁크를 입는 게 좋다. 여성들에게 유행하는 아이템인 T팬티는 엉덩이 한 가운데를 타이트하게 조인다. 따라서 항문에 자극이 가는데, 직접 접촉이 이뤄져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9. 항문이 가렵거나 따가울 때 바르는 연고도 잘 고른다. 유성 연고인 크림류보다는 수용성 로션을 쓰는 게 좋다. 유성 연고나 크림류를 항문에 바르면 피부에 흡수가 잘 안 돼 끈적끈적해지기 때문이다. 연고 중 스테로이드 성분은 가려움증 완화에는 좋지만, 장기간 사용 시 피부가 두꺼워져 만성소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증상이 좋아지면 바로 사용을 중단한다.

10. 일주일 이상 가려움증이나 출혈, 통증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는다.

《TIP. 항문에 약이 되는 똑똑한 비데 사용법》

항문 청결을 돕고, 피부 자극을 덜어주는 것으로 알려진 비데. 가정뿐 아니라 공공화장실에도 흔하다. 비데를 잘 쓰면 항문에 대변이 묻어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항문소양증을 막을 수 있다. 여성의 경우 항문 주위 세균 번식으로 질염이나 방광염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는 효과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 비데의 수압은 높을수록 좋다? No

항문은 예민한 부분이다. 적당한 수압으로 마사지하듯 세정한다. 특히 치질 환자의 경우 수압을 강하게 높이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조심한다. 또 어린아이가 처음 비데를 쓴다면 수압을 아주 낮춰 연약한 항문을 보호해 준다.

? 치질 예방에 효과적이다? Yes

비데는 항문 주름 사이에 남은 이물질을 따뜻한 물로 부드럽게 제거해 주어 치질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배변 후 마른 휴지만으로는 깨끗이 닦아내기 어렵다. 또 여러 번 세게 닦으면 항문 주위 점막에 상처가 날 수도 있다.

? 자주 사용할수록 좋다? No

정해진 횟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자주 쓸 경우 피부건조 및 가려움증, 염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축축해질 수가 있는데, 습기가 남아 있으면 세균이 쉽게 번식한다. 비데로 세척하는 것만이 아니라 말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 비데 살균의 핵심은 노즐이다? Yes

물이 나오는 노즐 부위는 별도로 세척하지 않으면 이물질이 쌓여 오염되기 쉽다.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 비데로 관장효과를 누려 항문 건강을 지켜라? No

요즘은 관장기능을 포함한 비데까지 나왔다. 일반 세정용 제품보다 더 가늘고 강한 물줄기가 항문을 파고든다. 직장까지 도달해 점막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는 자율신경에 의해 움직이는 항문을 강제로 여는 것이기 때문에 항문의 신축성을 떨어뜨리고, 점막을 손상시키는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순섭 교수는 이화여대 의과학연구소 외과학 강의 중이며, 대한대장항문학회 기획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영수 교수는 한양대 구리병원 일반외과 과장으로, 대한외과학회ㆍ대한내시경수술학회ㆍ대장항문병학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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