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고려대 지혜과학연구센터 이홍재 교수】
【도움말? | 대한두뇌개발연구센터 이강백 회장】
많은 정보를 빠르게 머릿속에 집어넣고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전 인류가 오래전부터 바라고 소유하고 싶어 했던 능력이다. 정보가 힘이자 경쟁력인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지금까지의 그 어느 세대보다도 장기간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을 갈망한다. 이뿐만 아니다. 100세 시대에 암만큼이나 무섭고 두려운 치매를 막기 위해서 기억력을 유지하고 향상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이가 바라고 갈망하는 기억력, 그것을 향상하고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PART 1. 뇌가 좋아하는 방식이 좋은 기억법
기억법을 익히기에 앞서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우리가 읽고 보고 듣고 느끼는 여러 정보는 어떻게 우리 뇌에 저장되는 걸까?
고려대 지혜과학연구센터 이홍재 교수는 “정보가 처리되고 기억되는 과정은 은행에 돈을 입금해 비축해두었다가 출금하는 방식과 같다.”고 말한다. 우리가 은행에 돈을 입금하면 은행에서는 이자를 붙여 놓는다. 그러다 돈이 필요할 때 출금을 한다. 단, 인출할 때 자신만이 아는 비밀번호가 있어야 한다.
우리 몸도 정보를 받아들이고(입금) 처리해(이자를 붙이고) 꺼내는(출금) 기관으로 돼 있다.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을 통해 얻은 정보 대부분이 두뇌로 들어간다. 무조건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걸러내 의미 있는 것만 들어간다. 그러면 두뇌는 방금 들어온 정보와 과거의 정보를 결합하면서 새롭게 통합시켜 저장한다. 이렇게 저장된 정보를 필요할 때 출금하듯이 꺼내 쓰는 것이 기억이다. 또한, 꺼낼 때는 은행의 비밀번호처럼 정보를 꺼낼 단서 힌트가 있어야 한다.
이홍재 교수는 “따라서 기억을 제대로 꺼내 쓰려면 단서 힌트를 잘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긴 시간 공부했던 것도 입에서만 맴돌다가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한다. 여기서 은행과 다른 점이 있다. 우리 두뇌가 입금한 그대로 기억을 출금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목격자 증언이 항상 정확하지는 않은 것이다.
정보를 오래 기억하려면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할 때 뇌가 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 즉 뇌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입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뇌는 어떤 형태의 정보를 좋아할까?
1시간은 드라마를 보고, 또 다른 1시간은 영어 단어장을 보자. 그러고 나서 드라마와 단어장의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말해보자. 드라마 내용은 거의 완벽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영어 단어장의 내용은 50% 정도도 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뇌가 좋아하는 정보 형태를 알 수 있다.
대한두뇌개발연구센터 이강백 회장은 “우리 뇌는 그림의 형태, 또는 이야기의 형태로 정보를 입력할 때 가장 잘 받아들이고 오래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림과 이야기! 이 둘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바로 드라마다. 그래서 그림도 스토리도 없는 단어장보다 드라마의 내용을 더 많이 오래 기억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억력을 향상하려면 기억해야 할 정보를 그림과 이야기의 형태로 두뇌에 입력하면 된다.
PART 2. 기억력 향상법 1 – 스토리텔링과 해마학습법
그림과 이야기 형태의 정보가 더 빠르게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기억법이 스토리텔링법과 해마학습법이다.
1 정보를 스토리화 하는 스토리텔링법
스토리텔링은 글자 그대로 ‘이야기(story)를 말하는(telling) 것’이다. 이홍재 교수는 “우리의 두뇌는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므로 어떤 것을 오랫동안 기억하려면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정보들을 의미 있는 스토리로 엮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까? 이홍재 교수는 “시간관계, 인과관계로 연결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스토리텔링법: ‘인형, 의자, 깃발’. 이 세 단어를 기억하기로 하자. ‘인형, 의자, 깃발’을 여러 번 되뇌는 것보다 스토리를 만들어 기억하면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즉 “인형이 의자에 앉아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는 식으로 세 단어가 서로 인과관계로 이어지도록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홍재 교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활용하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2 정보를 시각화하는 해마학습법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는 입력된 정보를 버릴 것인지(단기 기억), 아니면 장기간 보관할 것인지(장기 기억)를 선택한다. 이홍재 교수는 “해마는 감각정보를 받아서 두뇌의 적절한 장소로 배치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기억할 내용을 시각화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 해마는 멋진 정보로 인식해 그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해마학습법: 해마가 좋아하도록 정보를 가공해보자. 그림(시각화)으로 만들거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거룻배, 운송선’을 영어로 ‘barge[바:지]’라고 한다. 운송선 돛에 바지(새로운 의미 부여)를 걸어 놓았다고 생각하며 이 장면을 연상(시각화)해 보자. 이홍재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기억해두면 나중에 barge라는 단어를 볼 때 ‘barge’=‘운송선’이라고 떠오른다.”고 말한다. 이 역시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PART 3. 기억력 향상법 2 – 뇌영상 기억법
기억력 고수로 다수 매체에 출연해 놀라운 기억력을 선보였던 이강백 회장은 자신이 개발한 뇌영상 기억법으로 기억력 달인이 되었다고 한다. 뇌영상 기억법은 기억할 내용을 그림으로 연상하는 방법이다. 이강백 회장은 “보통 글자를 외우려고 하지만 그것은 뇌가 원하는 형태가 아니다. 그래서 잘 외워지지 않는다. 그림으로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글자를 그림으로 변환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뇌영상 기억법: 뇌영상 기억법의 기본은 9개의 기억방을 만드는 것이다. 가로 3개, 세로 3개의 기억방을 만들고 그 안에 외워야 할 내용을 그림으로 넣어두면 된다. 그런데 네모난 칸 9개로는 외우기가 쉽지 않다. 그림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9개의 장소를 정하고 그 장소에 기억할 내용을 그림으로 넣는다.
☞ 기억해봅시다
Test 1: ‘기억할 내용’을 서너 번 읽어본 후 보지 않고 순서대로 적어보자. 그리고 맞은 개수를 적어보자.
Test 2: 다음의 그림은 영화 촬영장의 모습이다. 1~9까지 9개의 장소에 번호가 붙어 있다. 바로 9개의 기억방이다. 거기에 기억할 내용을 하나씩 넣는다. 그리고 그림을 보면서 각 번호에 ‘기억할 내용’을 스토리화 해보자.
<스토리 예>
1번 : 조명사의 머리 위에 모자
2번 : 조명사가 들고 있는 조명판 비추는 거울
3번 : 조명사의 발에 운동화
4번 : 카메라 위에 장갑
5번 : 카메라 렌즈의 재료는 유리
6번 : 카메라 스탠드에 놓인 빵
7번 : 버스 지붕 위에 의자
8번 : 버스 차창에는 커튼
9번 : 버스 바퀴에 괸 벽돌
“1번, 조명사의 머리 위에 ‘모자’가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1~9번까지 해본 후 그림을 떠올리며 순서대로 적어보자. 몇 개나 맞았는가? 기억할 내용을 단순히 읽어봤던 때(Test1)보다 그림에 대입했을 때(Test2) 더 많이 기억했을 것이다.
이렇게 9개의 기억방을 만들어 그 속에 스토리를 담아두는 훈련을 하다 보면 기억해야 할 내용을 쉽게 외우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이강백 회장은 “꼭 그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익숙한 장소를 활용해도 된다.”고 말한다. 자기 방의 물건들에 그림처럼 번호를 붙여 기억방을 만들어 두면 자기 연관성이 있어 더욱 기억하기 쉬워진다.
이홍재 교수는 고려대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고려대, 서울대 등에서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등을 가르쳤으며 삼성생명과학연구소에서 뇌과학을 연구하였다. 현재 고려대 지혜과학연구센터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강백 회장은 두뇌개발학습법(기억법)을 개발(1967)하여 1960년대부터 자신의 기억법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사)대한두뇌개발연구센터(구.대한두뇌개발연구원, 1978) 설립,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EBS 다큐프라임 <기억력의 비밀>, KBS 과학카페 <기억고수들의 3가지 습관> 등 기억력에 관련한 각종 방송에 다수 출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