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건강한식탁 이미숙 원장(식품영양학 박사)】
새해 목표의 단골 메뉴가 있다. 바로 체중감량, 다이어트다. 영양과잉의 시대에서 정상체중 유지는 건강의 기본이자 건강 그 자체로 여겨지고 있다. 숱한 건강 비법 역시 초과한 체중을 감량하는 데서 출발해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데서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건강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이어트에 관한 한 거의 준전문가 수준이다. 그럼에도 다이어트는 여전히 미션 임파서블이다. 그래서 다이어트 성공자는 레전드(전설)로 대접받는다.
지식에는 준전문가이면서도 실제 성공사례자가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인 이유는 뭘까? ‘아무리 운동해도 먹는 걸 줄이지 않으면 체중감량은 어렵다.’는 말이 대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운동으로 아무리 열심히 칼로리를 소모한다 해도 음식으로 몸에 들어오는 칼로리가 엄청나다면 체중감량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운동보다 음식 먹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애플파이 1개(317Kcal/100g)를 먹는 데는 5분도 채 안 걸리지만, 이를 소모하기 위해서는 30분 이상 줄넘기(273Kcal/30분)를 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다이어트 성공의 9할은 음식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안 먹을 수는 없다. 폭식과 요요가 얼마나 무서운지 다이어트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음식 때문에 고통받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감량할 수 있는 먹는 다이어트, 즉 9할의 다이어트법을 찾아보았다.
PART 1. 배곯지 않으면서 살을 뺄 수 있다면!
다이어터(dieter, 다이어트 중인 사람)라면 누구나 바라는 소망이다. 음식으로 고통받지 않을, 먹는 다이어트는 과연 가능할까?
올바른 식생활 정보 제공으로 건강한 삶을 계획하도록 돕는 건강한식탁 원장 이미숙 식품영양학 박사는 “다이어터들이 대개 ‘굶어서’ 살을 빼려고 하지만 언제까지나 배고픔을 참을 수는 없다. 참았던 식욕은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와 폭식을 유발한다.”며 “그렇다고 ‘굶지 마라’는 얘기를 ‘마음껏 먹어도 된다’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살을 빼려면 당연히 열량섭취를 줄여야 하고, 열량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처럼 마음껏 먹을 수 없다.”고 말한다.
다이어트에도 중도가 필요하다. 살을 빼겠다고 배를 곯지도 말고, 평소 먹던 대로 맘껏 먹지도 않는 중간지점이 필요하다. 과도한 식욕을 충족시킬 만큼 맘껏 먹진 못하더라도 배가 고프지 않은 다이어트라면 할 만할 것이고, 성공률도 높아질 것이다.
9할의 다이어트를 위한 워밍업
배곯지 않고 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 9할의 다이어트를 위한 준비단계를 소개한다. 이미숙 박사는 “살을 빼기 위해 지켜야 할 식습관의 기본은 과식·폭식·결식 등 비정상적인 식습관을 버리고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는 것”이라며 “특히 결식과 폭식을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면 신체 내 대사가 지방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몸이 되므로 이러한 식습관을 버리지 않는 한 결코 날씬해질 수가 없다.”고 말한다. 다음 기본 사항을 염두에 두고 다이어트를 시작하도록 하자.
1 아침밥, 먹어야 살이 더 빠진다
아침식사는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이미숙 박사는 “밥을 먹는 것이 굶는 것보다 살이 더 빠진다고 하면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라고 말한다.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은 점심시간까지 쫄쫄 굶으며 점심시간만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이때 문제는 아침을 먹은 사람보다 더 많이 먹는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아침 결식 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점심 폭식 현상이다. 폭식의 결과, 아침을 먹은 사람보다 더 살이 찐다.
이미숙 박사는 “살을 빼려면 반드시 아침을 건너뛰는 나쁜 식습관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아침 결식은 점심 폭식을 부른다.”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하자!
2 점심밥, 제대로 먹어야 살이 더 빠진다
아침은 바빠서 건너뛰고 점심은 일하면서 대충 때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아침밥도 먹고 점심도 제대로 먹어야 한다. 왜 그럴까?
저녁 폭식을 막기 위해서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대강 먹는 직장인들이 제대로 하는 식사는 저녁 한 끼다. 하지만 저녁 식사로 섭취한 에너지는 미처 소비되지 않고 수면 중에 고스란히 체지방으로 저장된다. 먹은 게 다 살로 가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미숙 박사는 “소화가 덜 된 상태에서 잠을 자면 다음 날 아침에 속이 더부룩하고 입맛이 없어 아침을 거르는 원인이 된다.”며 “결국 아침 결식과 저녁 폭식은 악순환의 고리를 이루게 되고 점점 살이 찌게 된다.”고 말한다.
3 저녁밥, 굶지 말고 챙겨 먹어야 살이 더 빠진다
다이어트 할 때 저녁 6시 이후에는 물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굶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미숙 박사는 “하루 두 끼보다 하루 세끼가, 이보다는 하루 네 끼, 다섯 끼로 나누어 먹는 것이 체중감량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회생활하면서 하루에 세끼 이상을 먹기란 거의 불가능하므로 최소한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을 권장한다.
4 규칙적인 식사가 요요를 막는다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하다.”는 말은 다이어터들에게 식상하게 들린다. 그래서 중요성을 절감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매달 월급날에 꼬박꼬박 나와야 하는 월급이 만성적으로 며칠씩 미뤄지거나 한두 달 늦게 나온다면? 심정적인 불안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다음 월급이 언제 나올지 몰라 계획적인 소비와 저축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비상금을 챙겨두게 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식사 시간이 들쑥날쑥해 장시간 공복을 경험한 세포는 음식물이 들어왔을 때 “이때다.” 하며 최대한 에너지를 흡수해 몸에 비축한다. 이미숙 박사는 “이런 현상은 지나친 열량제한 다이어트 이후에 요요현상이 나타나는 원리와도 유사하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불규칙한 식사보다 규칙적인 식사가 살 빼는 데는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PART 2. 9할의 다이어트 식사법 실천은 이렇게~
다이어트의 관건은 음식. 그렇다면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하루에 얼마를 먹어야 할까? 이미숙 박사는 “체중감량을 위해 열량 섭취를 제한하려면 권장 섭취량의 60% 수준, 즉 2000칼로리의 60%인 1200칼로리가 가장 적절하다.”고 말한다. 1200칼로리 이하로 열량 섭취를 제한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요요현상을 피할 수 없고, 1200칼로리 이상이면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 따라서 아침·점심·저녁 식사로 각각 400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핵심은 한 끼 400칼로리로 무엇을 먹느냐이다. 크로켓(155g) 한 개만 해도 459칼로리다. 400칼로리를 훌쩍 넘는다. 끼니마다 1개씩만 먹어도 1377칼로리! 온종일 크로켓 3개도 안 되는 양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시작도 전에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음식을 바꾸면 얘기가 달라진다!
음식량을 무작정 줄이지 않고도, 먹는 즐거움과 영양균형까지 맞춰 먹으면서도 1200칼로리만 섭취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저탄수화물, 저지방, 고단백 음식을 먹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음식이 9할!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음식부터 바꾸자.
눈여겨봐야 할 다이어트 식품 BEST 7
?해조류_김(19kcal/100g), 미역(11.3kcal /100g), 다시마(19kcal/100g) 등의 해조류는 식이섬유소가 풍부해 만복감을 오래 유지해준다. 무엇보다도 열량이 매우 낮아 분량 제한 없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닭가슴살_ 닭가슴살(109kcal/100g)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 최적이다. 단, 조리 시 반드시 껍질을 벗긴 후 기름을 사용하지 말고 허브솔트로 간하여 그릴이나 오븐에서 굽는다. 구운 닭가슴살은 소스 없이 먹도록 하고, 얇게 썬 오이와 함께 먹으면 퍽퍽한 느낌을 없앨 수 있다. 가슴살 대신 안심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방울토마토_방울토마토(16kcal/100g)는 ‘과일’을 먹고 싶은 욕구를 해결하는데 완벽한 ‘채소’다. 열량은 과일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해 배부르게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다. 방울토마토는 크기가 작아서 천천히 한 개씩 음미하며 먹다 보면 훨씬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토마토의 식이섬유소가 만복감을 주어 다른 음식의 섭취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고, 다이어트 시에 흔히 나타나는 변비를 예방할 수도 있다. 생토마토를 먹을 때는 견과류 몇 알과 함께 먹어야 소화 흡수가 잘 된다.
?고구마_고구마(128kcal/100g)의 식이섬유소는 감자의 2배, 흰쌀밥의 10배에 가깝다. 수분흡착력도 뛰어나 변비에 좋고, 고지혈증이나 당뇨의 식이요법에 자주 이용된다. 일반 고구마보다 호박고구마나 자색고구마에 항산화제가 더 풍부하다.
?보리밥_ 보리의 식이섬유소는 흡착력이 매우 뛰어나 장 속에서 당분, 지질, 수분과 잘 결합을 한다. 식이섬유소가 당분과 잘 결합을 한다는 것은 식후 혈당이 갑작스럽게 올라가는 것을 막아 인슐린의 분비를 낮춰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당뇨 환자에게 보리밥을 권장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식이섬유소가 지질과 잘 결합하면 지질을 체외로 배설시킨다. 따라서 고지혈증 환자도 보리밥을 먹으면 혈중 지질농도를 정상으로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소가 수분을 흡착하면 변의 양이 늘어날 뿐 아니라 변을 부드럽게 만든다.
?흰살생선_대구(90kcal/100g)와 명태(98kcal/100g)는 지방 함량이 낮은 흰살생선으로 열량은 낮고 단백질은 풍부하다. 단,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찜이나 탕으로 조리해야 다이어트음식으로 안성맞춤이다. 명태를 얼린 동태나 명태를 말린 코다리, 북어 등도 모두 다이어트에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연체어류_오징어(87kcal/100g), 낙지(53kcal/100g), 문어(74kcal/100g), 주꾸미(47kcal/100g) 등 연체어류는 모두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적합한 저열량 식품이다.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숙회가 좋다. 단, 찍어 먹는 초고추장에 주의가 필요하다. 열량이 높아질 뿐 아니라 식욕도 자극해 폭식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들 음식을 가지고 보리밥 반 공기에 닭가슴살 그리고 2가지 정도의 채소를 곁들이는 식으로 자신만의 400칼로리 한 끼 식단을 만들어보자. 배고프지 않은 건 물론 영양도 챙기고 다이어트에도 성공하는 1석 3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숙 식품영양학 박사는 서울여대 식품과학부 식품영양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한 이후 현재는 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원장을 맡고 있다. 올바른 식생활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SBS <잘 먹고 잘사는 법> <생방송, 모닝와이드>,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MBC <정보 토크 팔방미인>, EBS <살림의 여왕> 등에 전문가 패널로 출연했으며, 각종 매체에 건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내 몸을 살리는 먹거리 상식> <한식 건강요리> <하루 1200칼로리 다이어트> <한식의 배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