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손상욱 교수】
“근육통이 심하고 열이 나길래 감기인 줄 알았는데 물집이 생기더니 바늘로 찌르듯이 아팠어요.” (10대, 여자)
“배가 너무너무 아파서 장염인 줄 알았어요.” (20대, 여자)
“어깨가 너무 아파서 침도 맞아보고, 마사지도 받아봤는데 대상포진이었어요.” (30대, 남자)
“피부병인 줄 알고 연고만 바르다가 결국 후유증으로 한동안 고생했어요.” (30대, 여자)
“뼈가 아프길래 허리 디스크인 줄 알고 엑스레이를 찍었어요.” (40대, 여자)
“옷깃만 스쳐도 죽을 것처럼 아팠어요. 몸살인 줄 알고 방치했다가 초기 치료가 늦어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했어요.” (40대, 남자)
3대 통증 중 하나라 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특징인 대상포진. 초기에 발견하면 별다른 휴유증 없이 나을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심한 통증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을 수도 있는 것이 대상포진이다. 하지만 문제는 앞의 사례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같은 대상포진을 앓으면서도 제각기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기 쉽다는 점이다. 그래서 치료시기를 놓치면 엄청난 통증이라는 후유증으로 장기간 고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능한 한 초기에 대상포진을 구분해낼 방법은 무엇일까?
PART 1. 통증의 왕 대상포진, 왜 그리 아픈가?
대상포진은 주로 50대 이상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층에서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대상포진은 왜 생기는 걸까?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손상욱 교수는 “과거에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했던 사람의 신경절(말초신경을 구성하는 신경 세포체)에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평생 잠복해 있다. 그러다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면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대상포진”이라고 말한다. 대상포진의 1차적인 원인은 몸속에 잠복해 있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이고, 2차적인 원인은 면역력 저하다. 따라서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힘쓰고, 미리 대상포진 백신(50세 이상 성인에게만 권장)을 맞아두는 것도 좋다. 또한, 바이러스 질환이기에 전염될 수 있지만, 전염성은 매우 낮다. 단 수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없다면 감염될 수 있으니 접촉을 피해야 한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신경을 타고 활동한다. 우리 몸의 신경은 척추에서 오른쪽과 왼쪽으로 한 가닥씩 나와 띠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그래서 대상포진이 발병하면 신경이 있는 몸의 한쪽에 ‘띠 모양의 발진(대상포진)’이 생긴다.
몸통에 주로 많이 생기지만, 얼굴은 물론 신체의 어느 부위에든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상포진이 두려운 것은 통증 때문이다. 극심한 통증은 왜 생기는 걸까?
손상욱 교수는 “신경을 타고 활동하면서 바이러스가 염증을 유발하는데, 그 염증이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통증이 안 생길 수가 없다.”고 말한다.
PART 2. 대상포진, 신속하게 제대로 구별하는 법
모든 병이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수월하듯이 대상포진도 그렇다. 다른 질환으로 오해해 방치하거나 엉뚱한 검사를 하면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확실한 치료로 가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대상포진의 경우 초기 증상을 복통, 몸살, 피부병 등으로 오해하곤 한다. 이유가 뭘까? 손상욱 교수는 “보통 발진이 시작되기 4~5일 전부터 피부절을 따라 통증, 압통, 감각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두통, 흉통 또는 복통으로 오해할 수 있다. 또한, 대상포진이 일종의 바이러스성 질환이기에 대상포진 초기에 권태감, 발열 등을 동반할 수 있어 몸살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통증이 심하지 않고 피부 병변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피부질환 등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열이 난다고 해도 체온보다 높은 38도 이상의 고열이 생긴다면 폐렴이나 뇌막염과 같은 합병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두통이 극심할 경우에도 다른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피부발진 이전에 대상포진을 다른 질환으로 오해하지 않고 제대로 알아볼 방법은 무엇일까?
손상욱 교수는 “발진 없이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한쪽에서만 발생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후 통증을 따라 띠 모양의 물집이 생기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즉 ▶발열, 오한, 근육통, 두통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서 ▶옷깃만 스쳐도 아플 정도로 화끈거리며 따가운 통증이 ▶몸의 한쪽에서만 나타나고(척추를 중심으로 오른쪽만 또는 왼쪽만 아프다), 그 통증을 따라 ▶물집이 한두 개 생기기 시작한다면 바로 대상포진은 아닌지 의심해보자. 그리고 즉각 피부과를 찾아가 대상포진 여부를 확인해 신속히 치료를 받도록 하자.
PART 3. 대상포진 치료, 골든타임 72시간을 사수하라!
대상포진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물집이 생긴 후 72시간(3일) 이내에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발진의 흉터나 후유증이 남지 않는다. 72시간 이내라고 해서 방심하진 말자. 대상포진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손상욱 교수는 “모든 질환이 그렇지만, 특히 바이러스 질환은 초기에 약을 투여하는 것이 경과나 예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될 수 있는 한 빨리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대상포진 치료는 일주일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이로써 바이러스 확산과 이차 세균감염을 막고, 통증을 억제하며, 대상포진 후유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고 최소화할 수 있다. 발진 치료로는 습포 드레싱(초기에 물집이 생겼을 때는 생리 식염수 등을 거즈에 적셔서 물집 위에 올려놓았다가 떼는 냉습포)을 한다. 이는 통증과 물집이 빨리 가라앉도록 돕는다. 또한, 신경 염증과 신경 손상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의 완화를 위해 진통제를 투여하고, 혹사한 몸에 영양을 주기 위해 영양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못 말리는 후유증 ‘대상포진 후 신경통’
대상포진 발병 후 2~3주 정도 지나면 물집에 딱지가 앉으면서 아물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후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남는 경우가 있다. 손상욱 교수는 “피부병변이 가라앉은 후에도 짧게는 수주에서 수개월, 길게는 몇 년 이상 통증이 계속될 수 있다.”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일종의 대상포진 후유증”이라고 말한다.
항바이러스제로 약물치료를 했는데도 통증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손상욱 교수는 “바이러스가 활동하면서 신경에 염증을 유발하는데 그 염증이 심하면 후유증으로 남아 통증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치료하는 데는 꾸준한 약물치료(신경통 치료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과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손상욱 교수는 “급성기가 지난 후에도 과로하면 통증이 다시 심해진다. 따라서 대상포진 치료 후에는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대상포진의 재발률은 6~10% 정도로 낮은 편이다. 단 면역력 저하가 계속되거나 악화되면 재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과로는 피하고 ▶스트레스를 잘 풀면서 ▶안정하고 ▶무리하지 않고 ▶신경통 치료제로 꾸준히 치료하면 대개는 수개월 내에 완치된다. 드물게는, 특히 고령인 경우에는 몇 년간 통증이 지속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신속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잠깐! 대상포진의 후유증이 신경통만 있는 건 아니다. 대상포진은 바이러스 질환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전신을 돌면서 폐렴이나 뇌막염을 유발할 수도 있고 드물게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질환의 발병 소지가 있는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
손상욱 교수는 고려대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고려대 의과대학 부교수, 캐나다 토론토대학 방문교수를 지냈다. 접촉피부염 및 피부알레르기학회 총무이사, 아토피피부염학회 홍보이사로 활동 중이며,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에서 알레르기 질환, 아토피, 건선, 여드름, 레이저 미백 클리닉, 레이저(미용, 노화)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