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신용회복위원회 신용관리교육원 유재철 팀장】
【도움말 | 한국신용평가정보 이광주 과장】
직장인 정선아 씨(42)는 최근 교통카드를 만들려다 은행에서 발급을 거절당했다. 직장인 신용대출까지 막히자 정 씨는 신용평가회사를 통해 신용 등급을 체크했다. 전체 10등급 중 9등급. 2억 원 대의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후 이자를 상습 연체하는 바람에 저신용층이 된 것이다. 2009년 6월 현재 정씨처럼 7~10등급대인 저신용층은 720만 명에 이른다.
신용평가 시 직업·소득·지위 안 본다
신용등급이 나쁘면 휴대폰도 개통할 수 없는 시대다. 7등급 아래면 은행, 카드사, 할부금융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어렵다. 신용회복위원회 신용관리교육원 유재철 팀장은 “취업, 휴대폰, 보험가입에도 영향을 미치고 일부 결혼정보회사는 회원가입 시 신용등급을 요구한다.”며 “평소 신용 관리를 생활화하지 않으면 금융 거래 시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신용은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Credit Scoring System)에 의해 신용등급과 신용평점으로 평가된다. 신용등급은 1~10등급으로 나뉘고, 신용평점은 1000점이 만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국신용정보(NICE), 한국신용평가정보(KISinfo),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신용평가회사가 3곳 있다. 회사별로 자체 신용 정보를 토대로 신용등급을 평가한다.
흔히 ‘신용등급=경제능력’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신용평가정보 이광주 과장은 “신용 평가 시 직업이나 소득은 반영되지 않는다.”며 “사회적 지위가 높고 고소득 전문직군이라고 해도 연체가 잦거나 현금 거래만 해 신용정보가 적다면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자도 신용거래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고, 대출이나 신용카드를 적절히 이용해 연체 없이 상환하면 신용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상환 능력이 아니라 상환 의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신용 카드가 많으면 신용도가 낮아진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이 과장은 “오히려 1~4등급 고객들이 더 많은 카드를 갖고 있다.”며 “경제수준에 맞춰 카드를 발급받아 쓰면 신용등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에 의해 금융 거래부터 금리까지 모두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이 과장은 “금융기관, 특히 은행권은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별도로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업체 신용정보 조회 ‘감점요인’
유 팀장은 “대출이나 신용카드대금을 연체할 경우 신용등급이 급격히 낮아진다.”며 “적은 금액이라도 오랜 기간 연체를 방치하면 신용등급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연체 건수가 많아도 신용등급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또 금융회사뿐 아니라 국세, 지방세, 관세 등 세금을 연체하거나 통신요금 등을 연체해도 좋지 않다.
몇 만원 단위의 카드 대금을 1~2일 연체하는 것은 별다른 영향력이 없다. 10일 이상 연체된 건만 신용등급에 반영된다. 이 과장은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등 상대적으로 고금리 업권의 대출은 1금융권에서 대출이 거절돼 고금리 업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신용 위험을 높게 평가하므로 신용평점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은행 등 저금리 업권에서 적정수준의 대출을 받은 것은 신용등급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대출이나 카드발급을 목적으로 단기간에 여러 곳에서 신용정보 조회를 요청하면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유 팀장은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대부업체에서 신용정보 조회를 했을 경우 무조건 감점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국은행연합회 등 국가에서 공인한 기관과 시스템을 통해 신용정보를 조회했을 경우 신용점수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
현금서비스 사용이나 빈번한 대출, 자신의 상환능력을 넘어 지나친 대출을 이용하는 것도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준다.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면 은행연합회에 연체 기록이 등록된다. 이 정보를 금융기관이 공유하면서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할부거래 등이 불가능해진다.
채무를 갚을 경우 연체 기록은 최장 1년간 은행연합회에서 보관 후 삭제된다. 연체일로부터 상환일까지 기간을 따진 후 이 기간 동안 연체 기록을 보전하되 1년을 넘어서면 1년간 보존한다. 연체등록 후 90일 이내 혹은 소액(대출금 1000만 원 이하, 신용카드 500만 원 이하)인 경우 빚을 갚는 즉시 기록이 없어진다. 이 과장은 “신용정보법에 따라 연체 정보를 5년간 보유할 수 있다.”며 “5년 동안 신용 평가에 반영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빚을 정상적으로 갚을 수 없는 금융채무 불이행자를 위해 신용회복지원제도를 운영한다. 실직, 사고 등으로 현재의 소득수준으론 빚을 갚기 어려운 채무자를 대상으로 채무감면, 장기 분할상환, 상환유예, 이자율 인하 등을 해준다. 개인워크아웃, 프리워크아웃, 개인회생, 개인파산이 있다. 여러 금융회사의 빚을 일시에 조정받을 수 있다. 이자 채권은 전액감면, 원금은 최대 50% 범위 내에서 감면이 가능하다.
신용관리 8계명
1 주거래은행을 만들어라=카드대금 결제, 공과금 이체, 통신요금 납부 등 주거래 은행에 거래를 집중해 실적을 많이 쌓는 게 좋다. 신용 평가 시 해당 은행과의 실적이 중요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급여이체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해야 유리하다.
2 신용거래 의뢰는 신중하게 하라=조회처 정보가 지나치게 많으면 개인 신용등급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대출 사유로 조회처 정보가 갑자기 늘어난 경우 채무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등 금융거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여긴다.
3내게 필요한 카드 하나만 이용하라=신용카드는 오래 썼거나 혜택이 많은 카드 중 가급적 한 장만 이용하는 게 좋다. 주거래은행의 신용카드를 이용해야 유리하다. 가급적 할부거래 대신 일시불로 결제하는 게 좋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게 되면 반드시 신용카드회사에 연락해 해지해야 한다.
4대출금의 만기일을 정확히 체크하라=채무를 3개월 이상 갚지 못하면 채무불이행 정보가 은행연합회에 등록돼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기 불가능하다. 가능한 연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5 보증 시 계약관계는 철저히 체크하라=보증을 선 금액만큼 자신의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무분별한 보증은 자제하고, 이미 보증을 섰다면 보증 기간을 체크했다가 기간이 끝난 후 자신의 허락 없이 연장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6 현금서비스는 필요할 때만 써라=현금서비스는 간편하지만 수수료가 은행 대출에 비해 보통 3~4배 비싸고 현금서비스를 자주, 많이 이용할 경우 은행에서 정상적으로 대출을 못 받는 것으로 여겨 신용등급에 나쁜 영향을 준다. 효율적이고 계획적인 현금서비스 사용 습관을 가져야 한다.
7자동이체를 활용하라=대출 이자나 신용카드 대금 등 최대한 자동이체를 이용하는 게 좋다. 거래실적도 쌓고, 관리 소홀로 인한 연체를 예방할 수 있다. 거래 은행의 경우 자동이체 고객을 선호하므로 개인 신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8금융거래 알람(SMS)을 이용하고 영수증을 챙겨라=물품을 사거나 연체금을 갚은 후 영수증을 반드시 보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카드 사용 내역 SMS 서비스나 자동이체 승인 SMS 서비스를 신청하면 금융거래 사고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유재철 팀장은 국민은행, 솔로몬신용정보 등에서 근무했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청소년과 일반인들에게 신용관리 특강을 진행 중이다.
이광주 과장은 2000년 한국신용평가정보에 입사했다. 현재 한국신용평가정보 CB솔루션실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