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서울대의대 외래교수)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그는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전통식생활문화를 전공한 후 한국음식연구회 ‘나비’ 회원으로 요리책을 냈고, 멕시코 오아시스병원 연수 후 말기암 환자들에게 대체의학 치료도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성인병과 암 등 질병의 90% 이상이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으로 생긴다.”고 말했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처럼 음식만 잘 먹어도 암의 30%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암환자들에게 음식 치료를 하면 통증이 줄고 생명이 연장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식습관을 바꿔 기적처럼 완치한 환자들도 있어요. 몸 안의 독소가 빠져 나온 거죠. 반드시 낫는다는 신념을 가지면 면역력이 높아집니다.”
이 원장은 “뿌리가 튼튼해야 질병 치료와 노화 방지, 비만 예방이 가능하다.”며 “내 몸부터 건강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몸무게 58kg 20년째 유지
방송 출연을 통해 ‘건강주치의’로 유명해진 그는 하루 평균 8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5년에 한 번 휴가를 갈 만큼 ‘워커홀릭’이다. 그런데도 58kg의 몸무게를 20년째 유지하고 중년의 상징인 두툼한 뱃살도 거의 없다. 체질량지수는 23. 근육이 많고 지방은 적은 체형이다. 비결을 묻자 “파워워킹 덕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평소 짧은 거리도 성인남성의 2배 속도로 약간 숨 찰 만큼 빨리 걷습니다. 한 번은 환자가 인사하려고 ‘원장님’하고 부르는 순간 제가 사라졌대요(웃음). 같은 거리면 뛰기보다 걷기가 체지방 감량 효과가 두 배 이상 높아요. 1주일에 3번 이상 하루 30분씩 빨리 걷는 ‘7330 운동’을 하면 당뇨병이 개선되고 뇌졸중 발병률이 40% 줄어듭니다. 나이 들수록 걷기가 조깅보다 건강에 좋아요.”
서울토박이인 그는 영중초-강남중-서울고에 다닐 당시 미술에 재능이 뛰어난 학생이었다. 미술대회에 나가면 입상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였다. 이과생이 글도 곧잘 썼다. 2남2녀 중 장남인 그는 대학 건축학과에 가려고 했다가 의대로 진로를 바꿨다. 남동생이 콩팥이 나빠 병원에 2년간 입원한 뒤 의사란 직업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이 원장과 통화하기란 불가능하다. 20분 간 낮잠을 자기 때문이다. “의자에 머리만 대면 바로 잔다. 낮잠이 영양제”라는 게 그의 말이다.
진료실에선 짬나는 대로 스트레칭을 한다. 환자들에게 목관절 스트레칭 시범을 보이며 ‘전도’한다. 이 원장은 “암환자는 특히 스트레칭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암 예방과 재발 방지를 하려면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서 순환을 돕고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 30번씩 씹어 … 찌개에도 물 섞는다
음식은 소식하는 편이다. 하루에 1800~2000 kcal를 먹는다. 성인남성의 3분의 2 수준이다. 급하게 식사할 때도 30번씩 꼭꼭 씹는다. 아침·점심식사 때 달걀도 한 개씩 먹는다. 레시틴 성분이 혈관벽에 부착된 콜레스테롤을 녹여주고 뇌세포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 준다.
한식을 즐기는 그는 어떤 음식이든 싱겁게 먹는다. 외식 땐 물을 2컵 따로 주문한다. 김치찌개에 반드시 물을 섞는다. 매일 아침 종합비타민제, 비타민 C 1000mg, 셀레늄 미네랄제, 리코펜 항산화 비타민, 쏘팔메토도 한 알씩 먹는다. 셀레늄은 면역 증가, 쏘팔메토는 전립샘비대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물은 하루 평균 2L 마신다.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흡수율이 떨어지므로 씹어 먹듯 천천히 마신다고 한다. 이 원장은 “하루에 최소 1.6L를 마셔야 독소가 빠진다.”며 “물이 모자라면 질병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두 달 전부터 탈모 예방을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 “성장호르몬이 떨어지면 주름이 늘고, 뱃살이 붙고, 불면증과 피로감이 생긴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인생의 고비를 겪을 때도 “왜 그랬을까?” 후회하지 않았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덜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같은 일에도 어떤 사람은 엄청난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지만, 어떤 사람은 의연하게 대처합니다. ‘근육질 마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근육이 탄탄하면 어지간한 스트레스는 문제 되지 않아요. 평소 좋아하는 운동을 하거나 가벼운 산책을 하면 스트레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돼요.”
이 원장은 결혼 20주년 때까지 주말 저녁이면 아내와 함께 디스코를 추러 다녔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취미를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한다.
“잘 웃어야 아프지 않아요. 서양 속담에 ‘웃음은 마음의 조깅’ ‘웃음은 내장 마사지’라는 말이 있어요. 웃음은 전신운동입니다. 웃을 때마다 우리 몸의 근육 650개 중 231개가 움직여요. 하루 6번 이상 억지로라도 웃어 보세요. 한 번 웃을 때마다 숨을 내뱉으며 15초 이상 웃으면 좋아요.”
대한체형의학회장을 지낸 그는 “고추다이어트가 유행할 당시 살을 못 뺀 여성들이 방송국에 항의전화를 했었다.”며 “매스컴의 건강 정보에 현혹돼 우르르 몰려가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부했다.
“10여 년 전 60세 남자 환자를 검진했는데 1cm 크기의 간암이 발견돼 대학병원으로 보낸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 권고를 무시하고 수술을 받지 않았어요. 대신 산삼을 뿌리당 1억 원씩 주고 세 뿌리를 먹었는데 1년 뒤 결국 세상을 떠났어요. 암 환자는 수술 받으면 죽는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은 겁니다.”
이 원장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몸에 실험을 하면 안 된다.”며 “어떤 음식을 먹는다고 건강해지고 다이어트가 되는 게 아니라 음식과 운동, 숙면, 스트레스 없는 생활이 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