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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365일] 내 몸의 생체시계 똑똑한 조절법

2010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비상호 61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경희대 의대 나노의약생명과학과 조세형 교수】

잠을 자거나,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 따로 있을까?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중요한 업무를 거의 오전에 끝낸다고 한다. 아침형인간인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소장 역시 3~4시쯤 기상해 두세 시간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에 따라 최적의 시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 생체시계를 제대로 알고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 들려오는 요즘, 똑똑한 조절법을 소개한다.

시계 유전자의 비밀은 이 시대 화두

2009년 노벨 생리ㆍ의학상은 인간 세포의 수명을 조절하는 유전자 조각 ‘텔로미어(telomere)’의 기능을 밝힌 미국 의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염색체 끝 부분에 있는 유전자 조각이다. 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하면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생명력을 유지한다. 텔로미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짧아진다. 어느 단계에 이르면 노화돼 더는 세포분열을 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따라서 텔로미어는 세포의 수명을 조절하는 ‘생체시계’로 불린다. 현재 텔로미어를 활용한 의학 연구는 암과 유전병 치료 약물 개발, 노화 방지의학 등 활발히 진행 중이다.

경희대 의대 나노의약생명과학과 조세형 교수는 “세포 수명을 조절하는 모래시계(텔로미어)와 하루 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손목시계(생체시계)가 밀접함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생체리듬이 망가졌을 때 노화가 빨라지고 조기 사망하게 된다는 점, 늙은 세포보다는 젊은 세포가 활발하다는 점, 시계유전자가 텔로미어 부위를 비롯해서 염색체의 구조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 암이나 각종 성인병 발생률을 높인다는 점 등이 그 근거다.

빛과 어둠 없어도 활동주기는 24시간

생체시계의 실체는 뭘까? 아침에 해가 뜨니까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고, 해가 져 어두워지면 잘 볼 수가 없으니 잠을 자는 거 아니냐고?

실제로 연구자들은 온도 변화도 거의 없고 빛이 전혀 들어올 수도 없는 깊은 동굴 속에서 계속 전구를 밝혀둔 채 살아봤다. 그 결과 전혀 환경의 변화가 없는 곳에서 살더라도 사람의 활동주기가 24시간에 가깝게 계속 유지, 반복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람의 몸속에는 하루 주기에 맞춰 살게 만드는 시계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이 시계는 빛과 어둠처럼 환경의 변화가 없는 곳에서 살더라도 계속 하루 주기로 활동하게끔 지시한다. 이것이 바로 생체시계(biological clock)다.

그 예로 우리 몸엔 소화를 돕는 효소가 있다. 이는 밥을 먹으면 수동적인 반응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너무 늦기 때문에 밥을 먹을 때가 되면 우리 몸은 미리 소화효소를 준비하게끔 지시한다.

시간표를 무시하면 … 대가는 가혹

조세형 교수는 “생체시계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24시간 깨어있는 사회다. 조명시설 덕택에 도시는 밤에도 하얗다. 교대근무나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도 많다. 여행이나 업무 등으로 대륙 간 이동도 잦다. 물론 하루 이틀 교란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이 그렇게 약하지는 않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생체시계가 교란된다면 조화가 깨지면서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조세형 교수는 “시간표를 무시했을 때, 그 대가는 가혹하다.”고 경고한다.

교란되는 유전자 별로 유발하는 질병이 있다. Per1이라는 유전자가 교란되면 비정상적으로 세포가 죽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Clock이라는 유전자가 손상되면 대사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이밖에 수면장애는 물론 우울증ㆍ조울증, 기억 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과 불임, 망막퇴화, 시각상실, 관절병, 비만, 2형 당뇨, 심혈관질환, 노화, 조기 사망 등에 이를 수 있다.

시간대 별로 나눠보면 새벽에 잠을 자지 않으면 통풍과 뇌경색, 위궤양, 쓸개 이상, 천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아침엔 류머티스 관절염과 알레르기성 비염, 편두통 등이 심해진다(인간 질병에서 발견되는 일주기 리듬을 참고하자).

생체시계 알고 활용하면 효과 만점!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엔 집중력, 단기기억, 논리적 추론 능력 등 두뇌회전이 잘 된다. 집중력이 필요한 학업이나 중요한 업무를 밤늦게 하는 것은 생체 리듬 상 효율적인 전략이 아니다. 가장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역시 새벽시간(오전 4시~6시 사이)이다. 이때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비롯한 참사나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초저녁 시간(오후 6시~8시 사이)은 심폐기능이 우수하고, 근력이나 유연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운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소화력은 내장(소화관)운동의 활동만 놓고 보더라도 오전에 좋고, 정반대로 잠들기 전에 최저에 달하기 때문에 야식을 피한다.

호르몬 등 각종 생리적 물질은 어떨까? 성장호르몬은 보통 자정에서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은 아이의 성장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낮 동안에 조직이 받은 손상을 복구하는 등, 어른도 여러 가지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호르몬이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 수면을 취하는 것이 득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은 밤새 낮다가 아침 6~8시에 최고에 달하는데, 밤에 깨어 있으면 코르티솔 분비를 교란해 만성피로를 유발한다. 조세형 교수는 “극단적인 아침형이나 저녁형인 사람도 드물게 있지만 대개 비슷하다.”고 말한다.

깨진 내 몸의 리듬을 회복하려면…

조세형 교수는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낮에 충분히 빛을 쪼이고, 밤에는 어둡거나 붉은 계통의 조명으로 바꾸며, 잠 잘 때는 불을 끈다. 잠을 푹 자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를 활동할 때보다 낮게 유지한다. 한밤의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도 자제한다.

모든 사람이 낮에만 일할 수는 없는 노릇. 주로 밤에 일하는 사람은 어떻게 할까? 조세형 교수는 “침실 환경을 바꿔 자기 몸을 속일 것”을 추천한다. 검은 커튼을 달고, 눈에는 검은 안대를 착용한다. 비록 낮이지만 밤처럼 환경 조성을 하는 것이다. 낮에 푹 잘 수 있게 가족들이 소음을 최대한 줄인다.

24시간 일을 멈출 수 없는 방송국이나 병원 혹은 편의점 같은 곳은 보통 3교대가 원칙이다. 환경에 따라 2교대를 하는 곳도 있다. 이럴 땐 몸이 주 활동시간대를 변경하는 시차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완전히 적응하는데 일주일가량 걸린다. 이때 기상 시간을 앞으로 당기면 몸에 무리가 커, 적응하기 힘들다. 이번 달에 낮에 일했다면 다음 달에 저녁, 그 다음 달엔 새벽에 일하는 식으로 뒤로 밀리는 일정이 건강을 덜 해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8시간 이상 잘 것을 권한다. 충분히 자야 하루의 활동이 매끄럽고, 비만이나 고혈압 등 성인병에 걸릴 위험도 낮출 수 있다.

보통 주중에 일하는 사람들은 주중에 덜 자고 주말에는 좀 더 잔다. 주중에 부족한 잠을 주말에 보충한다는 뜻.

조세형 교수는 “이는 건강에 이로운 전략이 아니다.”고 말한다. 생체시계는 주중과 주말을 구별하지 못한다. 일정하면서도 충분한 수면시간을 갖는 것이 유리하다.

음식을 언제 섭취하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므로 정해진 시각에 맞춰 먹는다. 또 해질 무렵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생체시계가 운동 시간대로 맞춰져 효과가 높다. 조세형 교수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접촉이 중요하다.”며 “직장동료, 친구, 가족 모두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면 본인도 그 영향을 받고, 함께 건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체시계 활용한 시간치료 기대

시간치료(Chronotherapy)란 생체시계를 토대로 질병 치료에 응용하는 것이다. 천식의 경우 투약 시간만 바꿨는데도 치료 효과가 50% 증대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이탈리아 국립암연구소에서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간치료를 시험하고 있는데 긍정적 효과를 보이는 중이다. 항암제를 투여하기에 가장 효과가 좋으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시간에 맞추는 것이다. 현재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활발히 임상시험 중이다.

조세형 교수는 “향후 2~3년 내 우리도 시간치료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지켜보고 있는 단계로, 환자가 임의적으로 판단해 약물 투여 등을 하는 것은 옳지 않으니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세형 교수는 서울대 세포분화연구센터, 미국국립보건원(NIH), 프랑스 유전및분자세포생물학연구소(IGBMC) 연구원을 거쳐 현재 경희대 신경퇴화제어연구센터(NCRC)에서 생체시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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