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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또 하나의 환경 재앙 ‘미세 플라스틱’ 어떡해?

2018년 01월 건강다이제스트 희망호 140p

【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점점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그것도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런 수렁인 것 같다. 다이옥신, 포름알데히드, 환경호르몬, 중금속, 미세먼지에 이어 또 하나의 복병 미세 플라스틱을 만났다. 물론 이미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건강을 위협하는 수많은 물질들이 하나씩 그 실체가 밝혀짐에 있어서 우리들의 대처가 얼마나 허술했는가에 대해서 반성할 필요가 있다. 완전하고 안전한 해체기술도 없으면서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나 완전한 분해기술이나 미생물도 없으면서 플라스틱을 만들어 우리의 건강을, 나아가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담보로 경제적 이익을 따지는 자본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최근 들어 또 하나의 환경 이슈가 등장했다. 이름하여 ‘미세 플라스틱’이다. 마이크로비드(1㎛=1/1000㎜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라 불리는 물질이다. 1930년대에 등장한 플라스틱은 불과 100년도 안 돼 유리, 나무, 철, 종이, 섬유 등 모든 물질을 제치고 생활 전 분야에서 최고의 물질로 평가받았고 그 결과 물병, 식품 용기, 자동차 부품 소재를 거쳐 치약이나 화장품·의약품을 포함하여 세정제에 이르기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각 분야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맹활약을 펼친 결과 2016년 한 해에만 지구에서는 3억 2천만 톤의 플라스틱이 만들어졌다. 1950~2016년까지 생산된 총 플라스틱 양은 86억 2천만 톤인데, 재활용 비율은 고작 10% 남짓하고 나머지는 모두 지구 어딘가에 고스란히 쌓여 있다.

결국 이것들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1960년대에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지만 그때만 해도 심각할 정도는 아니어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8년부터 그 심각성이 보고되었고 2015년 미국 각 주에서는 마이크로비드 사용 금지를 선언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7년 미국 대통령은 세안제품에 마이크로비드 사용을 금지하는 법에 서명하였고 다국적 위생제품 생산업체들도 앞 다퉈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어떻게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 전반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과거 우리 생활의 대부분은 유리, 나무, 철, 종이, 섬유로 만든 것들로 채워졌었다. 당시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1930년대 플라스틱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유리, 나무, 철, 종이, 고무, 섬유 등으로 만든 제품들 대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플라스틱이 가지고 있는 편리함, 간편함은 물론이고 유연성·탄력성과 강도와 내구성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팔방미인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싼 가격과 분해돼 없어지지 않는 특성, 녹이 쓸거나 쉽게 깨지지 않는 특성이 경제적이기까지 해서 플라스틱 생산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이미 사라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지구환경 오염의 주범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100년도 안 돼 없어서는 안 될 물질로 우리의 생활, 삶 깊숙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플라스틱의 위기?

지금 전 세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미세 플라스틱인 마이크로비드의 양은 그 수치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예를 들더라도 400개 이상의 제품이 마이크로비드를 함유하고 있으며, 이 물질은 너무 작아 하수처리 시설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하수관을 타고,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15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논문에 따르면, 2010년도에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대략 480만~1,270만 t인 것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나일론 등이 포함된 석유화합물이기 때문에 오염 물질과 만나 새로운 환경 문제를 야기하게 되며, 또 버려진 플라스틱이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하기도 한다.

2015년 영국에서 발표된 <해양 속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국제 목록> 논문에 따르면, 바다 속에는 최소 15조~최대 51조의 미세 플라스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되면 문제가 속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이크로비드는 갈매기와 펭귄 등 186종 바닷새의 먹이가 되고 있고, 멸치를 비롯해서 고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바다고기의 먹이가 되고 있다. 또한 조개나 굴은 물론이고 바다풀에 이르기까지 해양 생태계 전체를 교란시키고 있는 상태다.

마이크로비드를 먹은 바닷새나 고기, 굴이나 조개는 정상적인 번식에 이상을 초래하게 되고 해양포유동물들은 병에 걸리거나 죽는다. 심지어 우리 생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금까지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됨으로써 밥상에 비상이 걸리게 된 것이다.

결국 우리의 생명을 지탱하는 기본요소인 물과 공기, 소금에 미세 플라스틱이 침투되면서 국지적인 문제가 아닌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무서운 재앙이 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 올가미에서 벗어나려면…

최근 수돗물에서까지 280㎛ 크기의 프로필렌 재질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커피뚜껑, 음료수 병 등의 플라스틱이 흘러 다니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탈락돼 수돗물에까지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당국은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면서 안심하라고 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더군다나 뾰족한 해결책도 없어 답답하다. 앞으로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인류에게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정책적으로 방향을 정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삶에 있어서 플라스틱은 편리함과 경제성을 한꺼번에 안겨주었지만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도 커서 감당할 수 없는 것이므로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을 없애는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올가미인 플라스틱의 마력!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마이크로비드의 위험에서 빠져나오려면 지금까지의 편리한 생활을 어느 정도는 포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생활을 잠깐 한 번 들여다보자. 주방엔 온통 플라스틱 용기들로 가득하다. 냉장고도 플라스틱 통으로 채워져 있다. 식품 유통을 위해 사용되는 대부분의 용기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으로 플라스틱 소재다. 스티로폼 컵과 쟁반, 수조, 장난감 블록은 폴리스티렌(PS)으로 역시 플라스틱이다. 수액·혈액 팩, 파이프, 배수로, 전선, 플라스틱 양동이도 폴리염화비닐(PVC)로 플라스틱에 포함된다. 실험 결과 PVC는 간과 신장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2005년부터 병원의 수액·혈액 팩으로 PVC 팩을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한 상태이지만 아직도 사용하는 병원이 있는 상태다.

수많은 제품에서 괄목할 만한 활약을 하는 사이 플라스틱은 이제 우리 입에도 넣고 손으로 만지기도 한다. 치약과 세정제로 사용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화장품에도 사용된다고 하니 가히 플라스틱의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잘 닦이고 잘 씻기고 예뻐지게 하는데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변신에 제동이 걸려야 한다.

또한 플라스틱 생산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지구라는 유기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껴야 하며, 생산 규제와 사용 규제를 통한 건강한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동물실험 결과에 따라 유해한 플라스틱 군과 덜 유해한 플라스틱 군, 그리고 무해한 플라스틱 군을 나누는 것이 부분적으로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큰 범주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것들이 미립자가 돼 자연인 해양생태계에 떠돌아다니면서 각계 생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현재의 생활에서 플라스틱을 모두 추방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만 나와 내 가족의 건강, 나아가 지구 건강을 해치는 핵심물질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 속 플라스틱 줄이는 법

내 집안에 있는 것부터 정리해보자.

▲식기와 식품 용기에 플라스틱을 제외시키자. 대신 유리그릇이나 흙으로 빚은 것, 그리고 스테인리스나 나무로 만든 것으로 대체한다.

▲치약이나 세정제, 그리고 화장품 등에 플라스틱 물질,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만약 포함됐다면 제품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생수병, 즉 PET병을 사용한 생수를 마시지 않는다. 물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물을 사 먹는 시대가 되었다. 물은 문제가 없는데 물을 담는 용기가 문제다. 생산 과정에서 또는 유통 과정에서 이물질 혼입, 그리고 햇볕에 노출된 PET병,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재활용하는 PET병은 향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들이다. 그러니 정수해서 먹거나 담는 용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플라스틱을 포함한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면 정기적인 제독요법이 필요하다. 특히 미세먼지나 미세 플라스틱 입자의 경우 단독으로 빠져나오기 어려우므로 자석처럼 달라붙게 하여 배설할 수 있는 섬유질 혹은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상식하는 것이 좋겠다. 통상은 물을 많이 섭취하라고 하지만 제독요법의 효과를 좀 더 강하게 얻으려면 채소·과일생즙이 좋겠다.

우리 눈에 보일 정도의 물질은 사실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물질, ㎛·㎚ 단위의 미세먼지나 미세 플라스틱, 미세 화학물질 등이 큰 위협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하자

경제성과 끊임없는 편리함만을 추구해 가는 인류,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고 있다. 인간성·감성·마음의 여유가 사라졌다. 풍요로워졌지만 행복하지는 않다. 많아졌지만 건강하지는 않다. 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수명은 제자리다.

앞으로 계속해서 플라스틱이나 화학물질이 넘쳐나면 경제가 발전하고 물질이 풍요로워지겠지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밥상에 올라갈 식재료는 줄어들고 또한 마음의 여유가 더 없어진다면 우리들의 미래는 암울해질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조금은 불편하지만 돌아서 가고 쉬었다 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오염 안 된 밭과 논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을 주로 해서 밥상을 차리고 마음과 정성이 깃든 전통발효음식을 가까이 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능히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몸이 외부 환경의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려면 그에 합당한 기초를 내 스스로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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