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한림대 의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최민규 교수】
【도움말 | 동국대 한의대 분당한방병원 한방소아과 김기봉 교수】
MBC 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에서 치매에 걸린 이태리는 서로마에게 부탁한다. “내 상태가 나빠져 식구들을 괴롭히고 힘들어하면 굶어 죽이거나 혹은 춥게 해서 저체온증으로 편하게 죽게 해줘.” 인간은 항온동물이다. 건강한 사람은 36~37도를 유지한다. 이것이 깨지면 이태리의 말처럼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반대로 고열로 사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생사를 좌우한다는 우리 몸의 체온 36.5도에 숨어있는 비밀을 캐보자.
체온조절중추가 열 관리 총 지휘해
한여름 찜통더위에는 끈적끈적하도록 땀을 뻘뻘 흘리고, 겨울 한파 속에는 땀이 거의 안 나는 대신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게 된다. 왜 그럴까?
누구나 한 번쯤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몸의 체온이다.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는 36.5도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한다면 믿겠는가?
자, 그럼 언제나 36.5도를 유지하는 내 몸속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 물음에 한림대 의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최민규 교수는 “우리 몸의 체온이 늘 36.5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뇌 밑에 있는 시상하부의 체온조절중추의 작용”이라며 “이러한 체온조절중추는 밖이 추우면 열을 덜 내보내고, 반대로 더우면 열 방출을 늘리는 식으로 우리 몸을 조절한다.”고 말한다. 이때 그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땀이나 소변, 혹은 대변이다.
이러한 체온은 웬만해선 정상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혹독한 추위나 더위, 영양부족이나 질병에 걸려 신체기능이 떨어질 때 체온 이상이 올 수 있다. 내 몸의 저체온 혹은 고열을 불러오는 주범은 무엇일까?
내 몸의 저체온을 부르는 주범들
체온이 떨어지는 일은 열이 오르는 일보다 드물다. 그 대신 중심체온에서 조금만 하락해도 금세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체온 저하의 가장 대표적 원인은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이다. 온도조절기능이 떨어져 저체온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노화에 따른 생리적인 변화나 약물 복용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그 외에 알코올 중독, 당뇨병, 뇌졸중, 저혈당증,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 체내 열 생산은 감소하지만 열 발산을 높이는 질환이 저체온을 유발할 수 있다. 이중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더위를 잘 안 타고,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특징이 있다.
갑자기 쇼크를 받거나 과다한 출혈이 있어도 몸이 식는 위급한 상황이 벌어진다. 헌혈은 적정량을 뽑기 때문에 체온 저하를 유발하지 않는다.
최민규 교수는 “몸에서 소실된 피를 보충하기 위해 혈관 수축이 일어나며 손발이 잠깐 차가워질 수는 있다.”고 설명한다.
운동부족이나 영양결핍으로도 체온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신생아 다섯 명 중 한 명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
35도 이하를 저체온증으로, 체온의 하한은 33도 정도로 본다. 증상은 온몸이 떨리고, 말투가 어눌해지고, 호흡이 느려진다. 피부가 차갑고 창백해지고, 피로하며, 자꾸 잠이 오기도 한다. 감각도 떨어지며, 심하면 기억을 상실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내 몸의 고열을 부르는 주범들
내 몸의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도 생명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체온 상승은 운동이나 정신적 흥분에 의한 경우가 많다. 특히 고온에서 심한 운동을 하면 체온이 40도까지 상승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38.2도 이상을 발열로, 체온의 상한은 44~45도로 본다.
우리 몸의 체온이 너무 높아지면 시상하부가 관할하는 여러 기능이 꺼지게 된다. 온도를 낮추는 기능이 떨어져 땀이 나지 않게 되고,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가면 단백질이 변성해 의식을 잃고 심장이나 뇌에 무리가 가 결국 죽는다.
동국대 한의대 분당한방병원 한방소아과 김기봉 교수는 “갑자기 고열이 날 때는 먼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의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감기ㆍ인두염ㆍ편도염ㆍ급성중이염 등과 같은 상기도 감염질환이나 홍역ㆍ풍진ㆍ돌발성 발진ㆍ수두 같은 발진성 질환, 요로 감염ㆍ장감염ㆍ뇌막염ㆍ패혈증ㆍ탈수 같은 경우에도 체온은 갑자기 급상승할 수 있다. 예방접종으로도 일시적 발열이 생길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신종 플루나 A형 간염, 수족구병 등에 걸려 열이 오르는 경우도 많다.
최민규 교수는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외 기원을 알 수 없는 발열도 드물게 나타난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보이지 않고, 어떠한 질병인지 진단을 할 수 없을 때 ‘불명열’이라 한다.
병원에서는 경과를 지켜보면서 여러 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내려 하고 있다. 원인은 모르지만 다행히 예후는 좋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발열 시 해열제를 먹어도 체온이 정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을 것을 권한다. 해열제는 장기 복용하는 약이 아니다. 먹은 후 보통 이틀 정도 기다려본다. 미열이 아니라 고열에 시달린다면 위험할 수 있다. 또 단순히 열만 있는 게 아니라 구토ㆍ두통ㆍ호흡곤란ㆍ복통ㆍ경련 등의 증상이 동반될 경우도 전문의와 상담한다.
언제나 정상체온으로~ 유지하려면
김기봉 교수는 “평소 건강한 체온을 유지하려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여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높지도 낮지도 않게 체온을 관리하기 위한 생활 실천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충분한 열량 섭취가 중요하다
다이어트 등을 이유로 잘 먹지 않으면 영양균형이 깨져 체온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 운동을 꾸준히 한다
적절한 운동은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열 생산과 배출을 도와 한여름과 한겨울에도 정상 체온을 지킬 수 있게 해준다.
? 찬 음식을 피하고 따뜻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는다
계피차, 생강차, 대추차 등을 즐겨 마시길 추천한다. 계피는 따뜻한 성질이 있어 어혈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생강은 소화기를 따뜻하게 해주고 몸을 데워주는 성질이 있다.
? 배를 차갑지 않게 하며 되도록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신다
배가 너무 차게 느껴지면 따뜻한 수건이나 주머니를 올려 찜질한다.
? 평소 자세를 바르게 하고 스트레칭을 자주 한다
1시간에 1번 정도는 팔다리를 쭉 펴고 허리를 좌우로 돌려주면 좋다. 스트레칭을 통해 뭉친 근육들을 풀어주면 기혈의 순환을 원활히 할 수 있다.
?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는 각별히 조심한다
전반적으로 몸의 기능 자체가 떨어져 있으므로 작은 변화에도 쉽게 체온 이상이 올 수 있다.
? 술, 담배를 멀리한다
둘 다 혈관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술은 혈관을 확장시켜 열을 너무 빨리 빼앗길 수 있고, 담배는 혈관을 수축해 순환 기능을 떨어뜨리고 체온 조절에도 악영향을 준다.
최민규 교수는 “평소 36.5도라는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몸 전반의 건강상태에 따라 좌우된다.”고 밝히고 “정상체온을 유지하는 것은 내 몸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와도 같다.”고 말한다.
최민규 교수는 현재 서울노인복지회관 한국청소년협회 의료간사, 한국건강관리협회 금연강사이며 대한가정의학회 교육위원이다. 저서로 <가정의학 교과서>가 있다.
김기봉 교수는 한방소아과 박사로, 현재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임상시험심의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의신문>, <공감> 등에 다수의 칼럼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