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관절척추전문센터 강승백 교수】
얼마 전 박연숙 씨(55세·여)는 시장에 다녀오던 중 팔다리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골밀도를 나타내는 T점수가 마이너스 2.9였다. 골다공증 판정을 받은 것이다. 마이너스 2.5 이하면 골다공증이다. 평소 아파트 단지에서 운동도 하고, 우유도 매일 마셔왔던 터라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는 박연숙 씨. 왜 그런 걸까? 그리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 골밀도 저하 … 뼈 건강 적신호
전국 8개 대학병원에서 골다공증이 없는 여성 2228명을 대상으로 골밀도를 측정한 결과 20대 여성은 30~40대 여성보다도 평균 골밀도가 낮았다. 의학 교과서나 국제학회 등의 이론에 따르면, 여성의 골밀도는 자라며 증가해 20대 초반에 1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관절척추전문센터 강승백 교수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청장년기에 일생 중 최대 골량이 만들어진다.”며 “그 이후는 연령증가에 따라 골 소실이 진행되므로, 이 시기에 균형 있는 식사와 적당한 운동이 평생 골다공증 예방을 돕는다.”고 말한다. 요즘 젊은 층은 기본이고 한참 성장해야 할 청소년부터 황혼기 성인까지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운동 부족과 불규칙한 생활 리듬으로 만성병을 달고 사는 사람들도 흔하다. 그중 뼈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19.3%에 달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7배가량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골다공증 진료 환자는 2004년 48만 7519명에서 2008년 65만 7073명으로 5년 동안 34.8%가량 늘었다. 그중 남성은 환자 수는 여성보다 적지만 진료를 받지 않는 사람이 많아 문제다. 남성 환자 65만 7073명 가운데 6.6%만 진료를 받았다. 골다공증 환자가 늘자 보건복지가족부는 2011년부터 골다공증 치료제 급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급여확대 지출 규모는 14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균형 잃은 생활,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골다공증
나이 들면 뼈가 약해지고 골질(骨質)이 줄어든다. 따라서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골다공증은 골 소실이 커, 심한 기침을 하거나 물건을 들어 올리는 등 간단한 일상의 움직임이나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뼈가 부러진다. 연간 대퇴골을 포함한 골반 골절이 1만 7800여 건, 척추 골절이 7만 5000여 건 발생한다. 골절 발생 후 1년 내 사망률은 골반 골절 17%, 척추 골절 3.6%다.
골다공증은 유전적 영향이 약 46~80% 정도로 높다. 뼈가 약한 어머니의 딸도 마찬가지로 뼈가 약하다는 것. 강승백 교수는 “그뿐 아니라 인스턴트식품, 음주, 흡연, 탄산음료, 커피도 뼈를 약하게 만든다.”고 한다. 골밀도를 감소시키는 알코올은, 여성은 포도주 잔으로 하루 1잔, 남성은 하루 2잔이 허용치다.
소량 음주는 뼈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보고도 있지만 흡연은 절대 좋지 않다. 카페인은 하루 3컵 이상 마시지 않는다. 커피 한 컵엔 카페인이 약 100mg 들어 있는데, 우유를 넣으면 골 소실 영향이 사라진다. 콜라에는 카페인 외에도 인이 많다. 인이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보다는 콜라 섭취 증가로 유제품 섭취가 줄어 뼈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강승백 교수는 “골다공증은 소리 없이 찾아오는 질병으로 유명하다.”며 “부러지기 전에 골밀도 검사를 받아볼 것”을 당부한다. ▶폐경 전후 여성 ▶노화에 따라 골다공증 위험인자를 갖게 되는 50세 이상인 남성 ▶골다공증 골절의 과거력 ▶방사선 소견상 척추 골절이나 골다공증이 의심될 때는 골밀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강승백 교수가 말하는 강골 만들기 비결
면역력이 높은 사람은 감기나 각종 바이러스를 잘 막아낸다. 마찬가지로 강골은 약골보다 외부 충격에 잘 버티고, 낙상위험도 줄여줘, 평소 힘차게 생활할 수 있다. 그럼 내 몸의 뼈를 강골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소 생활에서 두 가지는 꼭 기억하자.
강골은 운동이 만든다
운동은 골다공증 예방과 골 재건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운동 강도는 줄넘기나 스트레칭 같은 체중부하 운동이나 걷고 뛰는 등 유산소 운동을 하루에 30~60분 이상 할 것을 추천한다. 일주일에 3~5일 운동하면 뼈 구조를 유지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성장기 운동은 어른보다 더 높은 골량을 얻을 수 있다. 같은 운동이라도 폐경 전 운동이 폐경 후 운동보다 효과적이다. 근육 무게도 골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노인도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 무게를 증가시키면 골소실을 줄일 수 있다.
강골은 균형 잡힌 식사가 만든다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매일 2회 이상(어린이, 청소년, 임산부는 3회 이상) 섭취한다. 저지방우유, 요구르트, 어류, 해조류, 들깨, 달래, 무청 등이 좋다.
단백질음식과 다양한 채소를 먹는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 D, 비타민 K, 마그네슘, 구리, 망간 등을 충분히 섭취한다. 비타민 C, 비타민 K, 칼륨, 마그네슘 등 무기질 섭취를 위해 신선한 과일을 충분히 먹는다. 콩과 두유ㆍ두부 등 가공식품도 좋은데, 콩은 익힌 것이 단백질 흡수에 좋다. 싱겁게 먹고(소금 하루 5g 이하), 지나친 단백질이나 섬유소 섭취를 피한다. 무리한 체중감량은 삼가고, 감량해야 할 때는 칼슘 보충을 해주어야 한다. 체중 미달일 때는 총열량, 특히 칼슘, 단백질 섭취를 늘린다. 탄산음료나 커피 섭취를 줄인다. 카페인 음료가 필요할 때는 녹차나 홍차를 먹는다. 흡연을 삼가고 술은 1~2잔만 마신다.
《TIP. 겨울철 골절 예방법》
눈 내리고 땅이 얼어붙은 겨울철 단골 사고는 낙상이다. 강승백 교수는 “겨울철이면 건강한 사람도 골절상을 입기 쉽다.”며 “골다공증 환자나 노인, 부상자 등 뼈가 튼튼하지 못한 사람은 눈 오는 날이나 미끄러운 데 돌아다니기를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외출 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면 균형 잡기 어려워 넘어지기 쉽다. 가능한 장갑을 착용한다. 계단에서는 손잡이를 잡고 내려간다. 스노보드나 스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경우 반드시 손목 보호대를 착용한다.
날씨가 춥다고 집 안에 웅크리고 있지 말고, 산보·줄넘기·등산 등 가벼운 조깅을 적어도 일주일에 2~3회 꾸준히 한다. 낮이 짧아 일조량이 감소하므로 칼슘 생성과 흡수를 돕는 비타민 D가 부족할 수 있다. 하루 30분 정도는 햇볕을 쬔다.
집에서는 화장실 바닥에 미끄러지며 다치는 경우가 흔하다. 바닥 물기를 잘 제거하거나 매트 등을 까는 것이 좋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넘어지기 쉬우므로, 항상 집을 밝게 한다. 물건에 걸리지 않게 철저히 정돈한다.
강승백 교수는 서울대 의대 박사로 서울올림픽경기대회 등 공중보건의사로 활동했다. 현재 보라매병원 관절척추전문센터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의과학센터 위촉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