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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요청취재] 노년기 복병 ‘피부건조증’ 똑똑한 대처법

2010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비상호 100p

【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심종대 씨(70·경기 군포시)는 불쑥불쑥 나타나는 고질병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벌써 5년째다. 다름 아닌 피부건조증이다. 심 씨는 “술이나 인삼, 돼지고기 등 열이 나는 음식을 먹은 날에는 어김없이 온몸이 근질근질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이 생긴다.”며 “이때 가렵다고 긁으면 오톨도톨 좁쌀 같은 게 돋아난다.”고 말했다. 심 씨는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으나 ‘응급 처치’가 고작이었다. 의사들은 증상이 심해질 때마다 약과 연고를 줬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심씨는 “불치병인 암도 일찍 발견하면 나을 수 있는데, 피부건조증은 왜 완치가 안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PART 1. 평소 피부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도움말 | 을지대병원 피부과 조영훈 교수】

피부건조증은 주로 노년기에 겪는다. 노화 때문이다. 우리 몸의 70% 이상은 수분으로 구성된다. 피부의 가장 바깥층에는 여러 가지 물질로 이뤄진 ‘피부장벽’이 있다.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지방 성분들로 막이 처져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을지대병원 피부과 조영훈 교수는 “피부장벽은 나이가 들면서 기능이 떨어진다.”며 “피부장벽을 구성하는 물질들의 비율에 변화가 생기거나 만들어지는 양이 줄어드는데 이로 인해 피부 수분 함유량이 떨어지면서 피부건조증이 생긴다.”고 말했다.

물론 노화와 상관없이 겪는 피부건조증도 있다. 피부장벽을 구성하는 여러 물질 중 특정 물질의 합성에 유전적으로 장애가 있는 경우 심한 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어린선(ichthyosis)’이다. 피부가 건조해 물고기의 비늘처럼 되는 유전성 각화증이다.

이밖에 생활환경이 바뀌거나, 세정력이 강한 비누를 쓰거나, 때를 심하게 밀어 피부 지방질을 지나치게 없애는 경우 피부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조 교수는 “이때는 보습제를 바르면 치료가 되지만, 노화와 유전 장애로 피부건조증이 생긴 경우 완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노화로 인한 피부건조증 완치 어렵다

피부건조증은 겨울철에 흔하고 증상이 악화된다. 겨울에는 비가 적게 오면서 대기 중 습도가 낮아지고 난방을 하면서 습도가 더 낮아진다. 밀폐된 공간에서 히터를 가동하므로 실내 공기가 건조해진다. 뜨거운 물에서 오랜 시간 샤워나 목욕을 하다보면 증상은 더 심해진다.

피부건조증은 가렵고, 당기는 느낌이 들며, 각질이나 주름도 많이 생긴다. 피부를 긁으면 오돌토돌 좁쌀 같은 것도 돋아난다. 그냥 방치하면 살이 트면서 따가워진다. 자극이 강한 로션을 바를 때 따가움이 심해진다.
조 교수는 “특별한 피부 변화 없이 내과 질환이 원인이 돼 가려움증을 만성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있다.”며 “반면 피부건조증은 내과 질환과 동반돼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피부 가려움증은 따뜻한 잠자리에 누우면 심해진다. 피부가 따뜻해지면 혈관이 확장된다.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성분이 혈관 안에서 피부로 좀 더 많이 빠져 나와 증상이 악화된다. 심리적 요인도 있다. 하루의 긴장이 풀리면서 가려움증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낮에는 바쁜 일과로 지나치다 밤에 마음 놓고 긁다 보면 증상이 심해진다.

조 교수는 “시원한 곳에 나가거나 찬물로 샤워할 때 가려움증이 줄어드는 것은 차가운 감각이 전달되면서 가려움증 신호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부가 건조하기만 할 경우 집에서 보습제만 잘 발라도 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피부에 손상을 줄 만큼 긁지 않을 땐 보습제를 바르면 낫는다. 그러나 가려움증이 심해 피부에 손상을 주거나 생활에 지장을 받으면 치료받는 게 좋다. 반복해서 긁다 보면 건조한 피부가 갈라지면서 세균이 들어가 2차 감염 우려가 있다.

가렵다고 긁으면 만성 가려움증 유발

피부는 긁으면 긁을수록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피부건조증이 생긴 환자는 가렵다고 마구 긁어선 안 된다. 이를 내버려두면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만성적인 가려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나중에는 원래 원인인 피부건조증이 나아도 긁은 자극에 의해 가려움증이 계속돼 치료가 쉽지 않다.

이 상태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항히스타민제 등 소양증을 억제하는 약물을 처방한다. 조 교수는 “가려움증으로 긁으면서 습진성 병변으로 진행한 경우 국소용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하고, 2차감염이 의심될 경우 항생제를 준다.”고 말했다.

노화나 유전 장애로 인한 피부건조증은 보습제를 바르면 나아졌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계속 치료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보습제나 항히스타민제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어 장기간 치료해도 괜찮다. 유전으로 피부건조증을 겪다 성인이 돼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피부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세계에서 때를 미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온탕, 열탕, 사우나에서 몸을 불린 후 이태리타월로 빡빡 밀어 나오는 때는 필요 없는 게 아니다. 피부의 가장 바깥층에서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는 보호막이다. 또 수분 유출을 막는 피부장벽 성분이다.

손, 발, 목과 같이 노출된 부위, 겨드랑이처럼 땀이 많이 나는 부위 외엔 비누칠을 열심히 할 만큼 더럽지 않다. 피부 건조를 느끼면 피부 상태에 잘 맞는 보습제를 열심히 발라 증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가려움증을 많이 느낀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운동하면서 땀을 흘렸다고 피부 수분이 줄진 않는다. 몸에서 다시 보충된다. 그러나 피부건조증이 있는 환자는 피부 수분을 잃어버리면서 지내므로 어느 정도 건조한 상태가 된다. 운동하면서 흘리는 땀이나 먼지로 피부가 자극을 받거나, 땀을 씻어낼 때 쓰는 세정제로 인해 피부건조증이 심해질 수 있다. 조 교수는 “가려움증이 동반된 피부 질환을 앓고 있을 땐 술을 마시면 가려움증이 심해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PART 2. 노화 막는 항산화제 피부건조증 개선에 도움

【도움말 |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피부과 김윤범 교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피부과 김윤범 교수는 “피부건조증은 노화의 한 현상”이라며 “노화 치료가 피부건조증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화 수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환경, 음식, 성격, 스트레스, 체질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의학서인 <황제내경>을 보면 여성과 남성에 따라 인체의 생리적 변화를 적은 내용이 있다. 요약하면 늙어 가면 몸 안에 불순물이 많아지고, 이 불순물은 몸 안에 염증관련 세포들을 증식시키며, 염증세포의 증식은 인체 내 대사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피부의 대표적 염증세포는 히스타민으로 피부가려움증을 일으킨다. 피부가 건조할 때 가려움이 함께 오는 것이 한 예다.

피부건조증이 심해지면 우울증에 빠지고 대인기피증이 생긴다. 치료에 소홀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보습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환자마다 치료 방식은 다르다. 김 교수는 “피부건조증은 일상생활의 성적표”라며 “일상생활을 전반적으로 관찰한 후 치료 방향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피부건조증의 재발을 막긴 어렵다. 노화를 막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더디게 노화가 되게 하고, 피부 노폐물과 염증세포를 없애는 방법이 있다.

비타민 C 함유된 채소·과일 좋아

건선은 가려움이 주된 증상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건선환자는 가려움을 호소한다. 피부 각질이 많이 생기고 피부 건조가 심해지면 가렵다. 피부에는 수분과 지질이 적당량 있어야 한다. 이 균형이 깨지면 피부재생능력이 떨어지고 세균 침입도 쉽고 염증유발 물질도 더 잘 생겨 가려움증이 생긴다.

피부건조증이 생기면 탄력이 줄어들고 색소 침착이 함께 온다.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량은 시간대별로 차이가 있다. 대체로 오후에 분비량이 줄어든다. 밤에 따뜻한 잠자리에 누우면 가려워서 견딜 수 없는 증상을 느끼는 이유다.

여름에는 습열이 많고 겨울에는 건조하다. 염증이 잘 생기는 체질이라면 여름에 증상이 악화된다. 그냥 피부가 건조한 경우라면 겨울에 더 나빠진다.

스웨터류 옷을 입을 경우 스웨터류의 까슬까슬한 촉감으로 인해 피부발진이나 두드러기를 경험할 수 있다. 옷감 알레르기가 없는 경우라도 피부건조증이 심해질 수 있다. 피부가 건조하면 피부자극에 대한 역치(견디는 능력)가 낮아져서 조그마한 접촉 자극에도 가려워진다.

김 교수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고 즐겁게 지내야 한다.”며 “평소 자잘한 질환에 잘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지나친 다이어트는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피부건조증을 예방하려면 항산화물질을 먹는 게 좋다. 비타민 C가 함유된 식품과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도움이 된다. 육식을 많이 하면 해롭다. 열량은 높고 영양분이 적은 인스턴트식품은 멀리 해야 한다. 비만한 사람은 대사율이 떨어지므로 노폐물이 인체에 쌓이고 염증이 잘 생기고 노화가 빨라진다. 당연히 피부건조증이 악화된다.

유산소 운동은 효과적이지만, 지나치면 활성산소가 늘어나 피부건조증이 심해진다. 술은 열량이 높고 영양분은 없어 염증 유발인자로 작용한다. 유해물질 덩어리인 담배를 피는 것도 좋지 않다. 습진 질환을 앓는 환자는 피부건조증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김 교수는 “특히 화폐상습진,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요주의 대상으로 꼽힌다.”며 “알레르기질환이 있거나 천식, 비염, 삼출성 중이염 같은 질환이 있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훈 교수는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전임의, 미국국립보건원(NIH) 연구원 등을 지냈다. 현재 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윤범 교수는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회장, 대한한방알레르기면역학회장, 대통령 의료 자문의 등을 지냈다. 한의학 박사. <잘못 알려진 한방 상식 119>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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