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
【도움말 | 상지대 한의대 최병갑 겸임교수】
PART 1. 양방에서 본 브레인 푸드 – 균형잡힌 영양 섭취가 중요
평범한 뇌를 똑똑한 뇌로 바꿀 수 있을까? 요즘 ‘브레인 푸드’에 관심을 쏟는 부모들이 많다. 뇌 기능을 높여 공부 잘하는 자녀로 만들고 싶어서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뇌를 튼튼하게 하려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영양소와 비타민제, 칼슘, 철분 등이 결핍되면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이 적어져서 뇌기능이 떨어지고 기억력 감퇴를 겪게 된다.
탄수화물은 뇌가 움직이는 데 필요한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적절한 당분 섭취는 뇌 건강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다. 단백질은 중요한 신경전달물질들을 만드는 원료가 되며 지방과 함께 세포막을 구성한다.
쌀밥이나 콘프레이크 같은 탄수화물 음식은 뇌신경세포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 뿐 아니라 사람의 기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단백질이 적게 함유된 음식은 췌장의 인슐린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며, 이 인슐린 호르몬은 간이나 근육의 아미노산을 혈액으로 내보낸다. 이때 나오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은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 뇌신경세포에 들어가 세로토닌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원료로 쓰인다.
반면 단백질이 너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여기에서 생긴 많은 아미노산이 트립토판의 뇌 세포막을 통한 흡수에 경쟁적으로 작용해 트립토판이 신경세포 속으로 흡수되는 양을 줄여준다. 세로토닌 신경전달물질이 조금 만들어져 기분 상승효과가 작다. 서 교수는 “지나친 다이어트는 뇌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침밥 먹어야 뇌가 튼튼~
하루에 정신활동, 즉 뇌를 움직이기 위해 드는 에너지는 약 400kcal쯤 된다. 심장보다 세 배나 되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셈이다. 뇌신경세포의 수는 수천 억 개, 시냅스 회로의 수는 1000조~1경(10000조) 개에 이르므로 뇌 활동에는 당연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서 교수는 “아침에 적절한 당과 단백질, 지방을 섭취해야 하루 종일 뇌 활동이 극대화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며 “학생들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밥을 거르지 않고 잘 먹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까지 기다린다면 장시간의 공복이 두뇌에 부담이 된다. 아침밥을 굶게 되면 왜 나쁠까?
첫째, 에너지가 부족해져 활동을 대비한 우리 신체의 준비가 불충분해진다. 특히 포도당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뇌 활동이 떨어져서 지적 활동이 둔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수면 중 체온이 1도 정도 내려가는데, 체온이 떨어지면 뇌 활동도 떨어진다. 서 교수는 “일본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침밥을 거르는 학생의 약 70%가 체온이 35도 정도에 머물렀다.”며 “오전에 뇌 활동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수면 중에 떨어진 체온을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오전 내내 호르몬 중추인 뇌하수체 바로 위에 있는 시상하부 속의 식욕중추가 흥분을 하게 된다. 아침밥으로 먹는 탄수화물이 혈당량을 높여 생리적으로 안정상태가 유지돼야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
셋째, 음식물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만들고 대사활동을 촉진하는 부신피질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식사할 때 조금씩 나온다. 식사 습관이 불규칙하면 그때마다 부신호르몬이 분비돼 신체 리듬이 깨지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진다.
달걀노른자·호두· ‘ACE’비타민 효과적
뇌에 좋은 음식은 약보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 레시틴 성분이 함유된 달걀 노른자와 사람의 뇌와 비슷하게 생긴 견과류인 호두가 뇌 기능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A·C·E, 즉 에이스(ACE) 비타민이나 옐로 푸드, 레드 푸드 등도 좋다. 피자,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는 뇌에 나쁜 영향을 준다.
서 교수는 “비타민 C를 1g 이상(레몬을 30개 이상 먹어야 섭취되는 양) 매일 먹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과용량이 우리 건강에 좋은 것인지는 증명돼 있지 않다.”며 “국제 공인 권장량 정도만 섭취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등푸른 생선에 많이 포함돼 있는 물질인 DHA가 머리를 좋게 하고 학습 능력을 높여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등푸른 생선(고등어, 참치, 연어) 같은 해산물이나 양배추, 시금치, 콩, 브로콜리, 양상추, 해바라기 씨, 콩기름 등과 같은 불포화 지방산을 만들 수 있는 채소류 섭취를 늘려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게 두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서 교수는 그러나 “과학적인 증거로 볼 때 DHA가 두뇌에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BT-11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기억력 증진 효능을 가진 기능성 물질로 인정받았다. 서 교수 연구팀은 천연물 한약인 원지 추출물에서 활성 성분인 BT-11을 추출 분리한 결과 기억력 증진 효과와 스트레스 방어 효과가 있음을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PART 2. 한방에서 본 브레인 푸드 – 오장육부를 튼튼히 하라
최병갑 상지대 한의대 겸임교수는 “뇌는 혼자 영양분을 흡수하고 자기가 필요한 것을 만드는 장부가 아니다.”라며 “호흡과 대사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오장육부에서 만든 영양분을 공급받아 영위하는 2차적인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오장육부가 튼튼해야 뇌기능이 좋아지고, 오장육부가 나빠지면 뇌기능도 나빠진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뇌기능은 심장, 신장과 관련이 깊다. 우리가 흔히 “난 뇌 용량이 큰 것 같아.”라고 말할 때 이 뇌용량이 신장 기능과 관련된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뇌가 건강하고 뇌용량이 큰 사람이다.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 식품이 기억력을 좋게 만드는 브레인 푸드다. 뇌에서 신장은 기억력을 저장하는 창고 같은 기능을 한다.
반면 뇌에 저장된 기억력을 꺼내 적절하게 사용하는 기능은 심장과 관련 있다. 심장을 뜨겁게 해 뇌를 혼란시키는 대표적인 음식이 고기, 밀가루, 설탕, 매운 것 같은 열량 많은 음식이다. 서구식 식생활이 학생들을 열에 들뜨게 만들어 정신을 혼란시킨다.
현미, 검정콩, 두부, 검은깨 ‘뇌’단련
사계절은 인체의 오장육부와 관련 있다. 겨울철에는 특히 신장을 튼튼하게 만드는 음식이 좋다. 검정콩을 많이 먹는 게 좋다. 신장과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뇌수와 골수를 채워주는 작용이 뛰어나다.
한국인은 열이 많은 소양인, 중국인은 태음인, 일본인은 소음인에 비유할 수 있다. 이중 한국인이 가장 열이 많고 다혈질이다. 열이 많은 사람들은 심장이 뜨겁다. 심장이 적당히 뜨거우면 아이디어가 많고 생각이 번뜩이며 판단력이 빠르다. 그러나 심장의 열이 지나치면 폭력적으로 바뀌고, 욱하는 성미가 나타나며, 참을성이 없어진다.
현재 한국에서 자살률이 매우 높고 우울증 같은 정신병이 늘고 있는 것은 열이 많고 심장이 뜨거운 사람들이 서구식 식생활로 인해 열이 폭발하기 때문이다. 브레인 푸드는 한국인에게 가장 필요한 음식이다.
브레인 푸드는 웰빙식품이다. 학생들의 뇌를 단련시키는 브레인 푸드는 뭘까?
곡류에선 현미, 콩, 검정콩, 쥐눈이콩, 좁쌀, 두부, 고구마, 검은깨 등이 대표적이다. 밤, 콩잎, 땅콩, 달걀흰자, 조개, 전복, 김, 미역, 다시마 등도 좋다. 심장을 너무 뜨겁게 하는 음식은 멀리해야 뇌가 건강해진다. 심장을 뜨겁게 하는 음식은 고기, 밀가루, 설탕, 매운 음식 등이다.
반면 심장을 서늘하게 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게 해주는 음식으로 채소와 과일이 좋다. 미나리, 배추, 상추, 쑥갓, 두릅, 씀바귀, 연근, 연잎, 죽순, 대나무 잎, 호박, 녹차, 수박, 포도, 배, 토마토, 다래 등이 좋다.
곡식 중에는 녹두, 통밀(껍데기를 없애지 않은 밀), 메밀, 팥이 심장의 열을 적당히 유지하게 해준다.
성장기 자녀에게 고기 같은 열량 높은 음식을 잔뜩 먹이는 부모들이 많다. 외식을 시키면서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먹는데 대부분 달달하고 매콤·달콤하다. 밀가루 음식도 즐긴다. 온통 화를 돋우어 심장을 뜨겁게 하고 신장을 말리는 음식들이다.
최 교수는 “브레인 푸드는 얼마나 뇌에 나쁜 것을 먹지 않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고기, 밀가루, 설탕 같은 달고 매운 음식과 인스턴트식품은 뇌에 해롭다.”고 강조했다.
서유헌 교수는 서울대 의대 신경과학연구소장, 치매정복 창의연구단장으로 있다. 2009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한국뇌학회장, 아시아태평양신경화학회장을 지냈다.
최병갑 교수는 원광대 한방병원 내과과장을 지냈다. 한의학 박사. 현재 상지대 한의대 내과 겸임교수 겸 금강산한의원장으로 있다. <제대로 먹어야 몸이 산다>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