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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클리닉] ‘간수치’를 알면 ‘간 건강지수’가 보인다

2011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약동호 134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규 교수】

【도움말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ㆍ담도센터 장정원 교수】

직장인 김영래 씨(경기 안양시ㆍ36세)는 최근 심한 피로감을 느꼈지만 괜찮아질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가 어질어질하더니 급기야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 검사를 해보니 간수치가 정상보다 3배나 높았다. 그는 “사람을 상대하는 영업직에 있다 보니 항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니까 그러려니 했죠. 또 연말이라 야근이 많아서 피곤한가보다 했는데 간수치가 이렇게 높아졌을 줄은 몰랐어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건강검진을 하면 혈압ㆍ혈당과 더불어 빠지지 않는 항목이 간수치다. 자주 보는 항목이지만 간수치에 관해 당신은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높아져서 당황하기 전에 알고 관리하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는? 바로 간이다. 크기만 큰 게 아니라 우리 몸에서 매우 큰일을 한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 저장, 전환시키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탄수화물, 단백질, 핵산, 알코올 대사를 담당한다. 쓸개즙을 생산하고, 영양소를 저장하며 해독 작용까지 해낸다. 혈액량 조절과 혈액응고 인자를 만들어내는 등 수없이 많은 기능을 담당하는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간이 튼튼한지를 알아보는 척도가 간수치(간 효소 수치)다.

주요 검사 4가지 똑똑히 알기

간수치를 나타내는 주요 검사로는 GOT (AST), GPT(ALT), ALP, GGT, 빌리루빈(Bilirubin)이 있다. 각각의 특징을 살펴본다.

▶GOT, GPT=간세포 내에 있는 효소들로 주로 간세포가 손상을 받는 경우에 혈중으로 방출돼 혈중 수치가 높아진다. 정상값은 40단위 이하이며, 가능한 한 20단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간 기능이 나빠지면 이 수치가 상승한다.

급성 간세포 손상 초기에는 간세포 내 농도가 높은 GOT가 GPT보다 더 많이 증가하지만 24~48시간 뒤에는 반감기가 긴 GPT가 더 높아진다. 다만 알코올성 간염은 GOT가 더 증가한다. 만성 간세포 손상은 GPT가 더 높은 경우가 흔하다.

▶ALP=간세포 내의 쓸개관에 있는 효소다. 정상값은 30~115u/L이다. 주로 쓸개즙 배설 장애가 있을 때 빠르게 상승한다. 단, 간 이외에 뼈에도 많이 있기 때문에 여러 뼈 질환으로도 증가할 수 있다. 소아는 정상적으로 성인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는 점도 알아둔다.

▶GGT=역시 간세포 내 쓸개관에 있는 효소로 ALP와 함께 쓸개즙 배설 장애를 판단하는 데 쓴다. 만성 음주로 수치가 상승할 수 있다.

▶빌리루빈=지라(비장)에서 만들어 간으로 전달하면 쓸개즙 형태로 바뀐다. 쓸개에 있다가 창자(십이지장)로 배출된다. 급성 간염, 만성 간염, 담석증 등에서 빌리루빈의 혈중 수치가 증가한다. 빌리루빈의 정상값은 0.2~1.0mg/dl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ㆍ담도센터 장정원 교수는 “간수치가 어떻다고 판단하는 것은 검사 시점의 상태에 따라 좌우돼 나타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예를 들어, 급성간염에 걸렸던 사람은 그 당시에는 간염수치가 급격히 상승했지만 1~2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정상화된다. 또 많은 간염환자가 적절한 치료여부에 따라 상승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한다. 장정원 교수는 “따라서 이러한 GOT, GPT 수치만으로 간 상태의 경중을 가늠할 수는 없다.”면서 “간질환이 진행해 간경변(간경화) 상태가 되면 GOT, GPT 수치는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있으므로 이들 수치를 절대적으로 신봉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간수치로 대사증후군도 예측 가능해

최근엔 간수치로 간질환 외에도 성인병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다. 건강검진 시에 기본적으로 흔히 측정하는 항목인 GGT(감마지티피)는 과도한 음주와 간담도계 질환의 표지다. 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규 교수는 “간세포 내에 있는 효소인 감마지티피를 통해 간질환 외에 비만, 당뇨병, 동맥경화증 등 여러 가지 생활습관병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대사증후군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감마지티피가 정상 범위 안에 들더라도 높은 쪽에 있으면 미래에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혈압, 혈당상승, 고중성지방혈증, 저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혈증의 5가지 위험 요인 중에서 3가지 이상이 해당되는 경우로 정의한다.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염증ㆍ인슐린 저항성ㆍ내피세포 장애ㆍ산화 스트레스ㆍ간 기능 이상 등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정규 교수는 “감마지티피는 과도한 산화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데, 감마지티피가 다시 산화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악순환을 이룬다.”며 “이러한 원리로 감마지티피가 높으면 대사증후군 위험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화 스트레스는 세포의 DNA에 직접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실상 암의 주범일 수도 있다. 또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루푸스, 황반변성, 당뇨병, 파킨슨병과 크론병을 유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정규 교수는 간수치와 대사증후군과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를 두고, “대사증후군 발생 가능성을 조기 발견하게 된다면 관상동맥질환의 발생을 낮출 수 있고, 이로 인한 사망률의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데도 감마지티피 수치가 높으면,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매우 높다는 신호다. 이 경우 조기 발견하면 체중조절, 운동, 금연 등의 생활수칙을 지키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높아진 간수치 건강하게 낮추려면

건강한 간수치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수치가 건강의 바로미터인 만큼 건강을 지키는 것이 간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문제는 이미 높아진 간수치다. 이를 낮추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장정원 교수는 다섯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간수치가 오르는 원인을 알고 원인을 없앤다. 만성 간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간염 바이러스다. 간염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먹어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다.

둘째, 금주가 필수다. 알코올은 간에서 해독해야 할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물론 건강한 간이라면 적당한 음주는 상관없을지 몰라도 이미 간수치가 높아진 상태에서 술을 먹는 것은 독약과 같다.

셋째, 적당한 운동과 무리하지 않는 생활을 유지한다. 무리한 운동이나 과로는 간에 부담이 된다. 규칙적인 생활로 몸을 피로하지 않게 조절한다.

넷째, 담배와 인스턴트식품과 같은 독성물질을 먹지 않는다. 담배에는 몸에 유해한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간은 우리 몸의 화학공장으로 몸에 독성물질이 들어오면 해독하느라 힘들게 일을 한다. 간수치가 높아져 간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면 간에 부담을 주는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각종 인스턴트식품에 들어 있는 식품첨가물, 오래된 튀김, 농약이 묻은 과일이나 채소, 탄 음식, 너무 짠 음식, 비위생적인 식품을 피한다.

다섯째,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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