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경희의료원 이비인후과 조중생 교수】
초등학생인 종우(9세ㆍ서울 동대문구)의 별명은 킁킁이다. 자주 코를 킁킁대다보니 친구들한테 킁킁이라고 놀림을 받는다. 친구들은 종우에게 종종 콧물 좀 먹지 말라고, 더럽다고 말했다. 부모는 의기소침해진 종우를 데리고 병원에 가 보았다. 결과는 축농증이었다. 콧속에 늘 콧물이 차 있고 목에 이물감이 느껴져 킁킁, 컹컹거리며 다닌 것이다. 가래를 뱉으려 해도 잘 뱉어지지 않고, 삼키려 해도 삼키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이런 소리를 내게 됐다. 막힌 코 때문에 입을 벌리고 다니며, 냄새도 잘 맡지 못하는 종우를 보며 속상해 하는 부모. 어떻게 하면 코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숨구멍이자 고성능 공기청정기
우리는 잘난 척하는 사람에게 ‘콧대가 높다’고 하고, 망신을 당하면 ‘코가 납작해졌다’고 한다. 사정이 급할 땐 ‘내 코가 석자’라는 표현을 쓴다. 코가 얼마나 중요하기에 이런 말이 자주 쓰이는 걸까?
경희의료원 이비인후과 조중생 교수는 “코는 우리 얼굴 중앙에 있으면서 건강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며 “우리가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코가 쉼 없이 호흡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중요한 코의 기능은 첫째, 호흡이다. 코는 사람들이 기억하든 못하든 간에 하루 평균 2만 3040번씩 호흡하며 바쁘게 일한다. 외부의 공기가 몸으로 들어가는 최초의 통로기 때문이다.
호흡은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작용이다. 코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점막으로 가는 모세혈관이 촘촘히 배치돼 있어, 외부에서 들어온 공기를 4분의 1초 만에 몸의 온도와 비슷한 35도 정도로 만들어 버린다. 코라는 통로는 뇌, 폐, 심장 등 전신으로 통한다. 즉 코가 건강해야 모든 기관이 평온하고 순탄하다는 말이다.
둘째, 오염 물질을 막는 방어 기능이다. 고성능 공기청정기라고 보면 된다. 콧구멍에 수많은 털은 이물질을 여과해 몸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이물질은 어떨까? 물론 이들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코의 구조는 몸속의 작은 강과 같다. 물이 흐르고 그 위로 공기가 넘실대는 강의 풍경을 떠올려 보라. 이와 같이 공기가 통하는 통로 밑으로 물이 흐르듯 촉촉한 점액이 흐르고 있다. 이 점액은 코로 들어온 외부 공기 중 바이러스나 이물질을 걸러내고 청소한다.
셋째, 냄새를 맡는다. 냄새 정보를 콧속으로 전하면 이를 뇌의 후각 중추로 보낸다. 냄새를 제대로 맡아야 우리 뇌가 성숙하고 식욕과 성욕, 성격이 성숙해진다.
코가 막히면 평균수명 단축 초래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코. 그런데 코가 건강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조중생 교수는 “작게는 생활의 불편함부터 크게는 평균수명 단축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는 콧병을 두고, 조금 불편할 뿐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콧병은 일차적으로 콧물, 코막힘, 기침부터 시작한다. 코가 막히면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뇌기능 저하로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은 알지만 그것을 얘기할 수 있는 식별력이 뚜렷이 떨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이어서 답답함과 만성 두통을 유발하는데, 매사 짜증이 많아지고 성격이 예민해진다.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콧병 환자의 3분의 2 정도가 어린이인데, 이들의 경우 얼굴형이 달라진다. 코가 막히면 어쩔 수 없이 입으로 숨을 쉬게 된다. 반복하면 턱이 나오고 치아가 부정교합이 돼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바뀐다. 나중에 교정을 한다고 해도 이미 이완돼 버린 턱 근육은 복원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키도 잘 자라지 않는다.
성인 콧병 환자는 어린 시절 고치지 못해 더 심해진 경우와 환경적 요인으로 병을 얻는 경우가 있다. 콧병을 고치지 않으면 수명에 지장을 주게 된다.
미국의 인디언인 샤이언족은 잠을 잘 때 코를 막고 자는 습관이 있었다. 그들은 평균수명이 그렇지 않은 부족보다 5살이나 적었다. 조중생 교수는 “제대로 숨을 쉬느냐 못 쉬느냐의 문제기 때문에 생명과 관련이 있다.”며 “콧병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라.”고 당부한다.
SOS! 코를 구하는 6가지 작전
? 콧병의 시작, 감기 조심 누구나 감기에 걸릴 수 있다. 보통 성인은 1년에 1~2번, 아이는 6~10번 걸린다. 바이러스 때문에 걸리고, 대개 3일 전후면 낫는다. 간혹 감기가 한 달째 계속되고 있는데도 꾹 참는 경우가 있다. 그 정도면 감기 합병증이라고 보아야 한다. 조중생 교수는 “일주일 이상 가면 축농증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병원에 가 볼 것”을 권한다.
? 독소를 피하라 산업공해,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 현대인은 너무나 많은 독소에 노출돼 있다. 밖에 나갈 때 종종 마스크를 써서 유해물질 노출을 줄여줘야 한다. 자동차를 타고 대도시 주변 고속도로를 운행할 땐 창문을 닫는 것이 좋다.
바깥뿐 아니라 먼지, 곰팡이, 석면 등 실내 공해도 만만치 않다. 특히 새로 지은 집일 경우 실내 오염도가 훨씬 높으므로 자주 환기를 해준다. 일상생활에서 불가피하게 만나는 독소만 똑똑하게 피하더라도 코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건강한 코로 편하게 숨을 쉬면 2.8세 젊어질 수 있다. 공해도가 낮은 지역에 산다면 2.2세 젊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온도ㆍ습도를 적절히 코는 외부 환경과 직접 만나는 기관이다. 찬 기운을 적절한 온도로 만들어 폐로 보낸다. 그러나 너무 찬 기운에 오래 노출하면 좋지 않다. 겨울철 외출할 땐 마스크를 써서 코에 무리를 덜어주는 것이 좋다. 실내 온도는 14~16도를 유지한다. 적절한 습도 유지도 필수다. 겨울철엔 실내가 건조하기 쉽다. 이러한 환경에서 오래 생활하면 코의 습도 조절에 무리가 간다. 코가 마르면서 코딱지가 잘 생긴다. 습도는 40~50%로 유지한다. 조중생 교수는 “가정과 사무실에 온도계와 습도계를 구비해 쾌적한 환경을 맞추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말한다. 가습기나 빨래 널기, 제습기 가동은 그 다음 일이다.
? 술은 No! 코에 염증이나 구조적 이상 있는 사람은 술을 피해야 한다. 코는 순간적으로 공기를 데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피가 몰려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단위 면적당 혈관 분포가 제일 높다. 술은 혈류를 빠르게 하기 때문에 코에 피가 몰려서 붓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콧병이 있는 사람은 증세가 심해진다.
? 담배를 끊어라 금연은 코를 구하는 필수 조건이다.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은 섬모의 정상적인 운동을 떨어뜨린다. 특히 코와 관련된 수술을 한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절대 낫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 식물을 키우라 실내 식물을 거실이나 베란다에 놓아두기만 해도 각종 오염물질을 흡수해 공기를 맑게 만든다. 많이 알려진 수입 식물인 산세비에리아는 포름알데히드 제거 효과가 높다. 국내 자생 식물인 팔손이나무와 농가에서 많이 재배하는 심비디움도 추천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이들은 산세비에리아보다 음이온(공기를 맑게 하는 물 분자) 발생 수치가 두 배 이상 높다고 한다.
TIP. 콧병 다스리는 차 만들기
박하차
박하는 코막힘을 해소하고 비강 내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쉰목 치료, 독감ㆍ기관지염 등 호흡계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
[만드는 법]
① 박하 잎 20g을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빼 둔다.
② 물 4컵(1000cc)을 붓고 팔팔 끓인 후, 끓는 물에 박하 잎을 넣고 10분 정도 우려낸다.
③ 하루 3번씩, 꿀을 약간 타서 마신다.
생강차
생강은 통증을 완화시켜준다. 따뜻한 성질이 신진대사 기능을 촉진해 살균작용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 추위에 노출돼 생기는 맑은 콧물과 급성비염에 효과가 높다.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이 수시로 마시면 비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만드는 법]
① 생강 5개를 깨끗이 씻어 얇게 썬다.
② 용기에 썰어놓은 생강을 넣은 뒤 물을 4컵 붓고 끓인다.
③ 끓으면 약한 불로 줄인 뒤 10분간 더 끓인다.
④ 하루 3번 나눠 마시되, 꿀을 한 스푼 넣어 마시면 피로 회복에 더 좋다.
조중생 교수는 현재 대한 천식 및 알레르기학회 회장이다. 2010년 한일 이비인후과학회 회장, 11th ARSR학회 회장, 국제 알레르기비염 연구회장, 대한비과학회 이사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