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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라이프] 나도 도시농부 돼볼까? 파릇파릇 새싹 직접 기르는 노하우

2009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송년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경희대 원예생명공학과 이정명 교수】

겨울만 되면 급속도로 건조해진 손발이 피가 나올 정도로 터서 괴롭다는 아영이 엄마 조영숙 씨(46세)는 며칠 전 옆집에서 직접 기른 거라며 따준 호박잎으로 쌈을 싸 먹다 결심했다. 바디로션을 발라도 그때뿐이고, 가습기엔 세균이 득실댄다니 식물을 기르는 게 어떨까? “먹을 수 있는 걸로 심으면 반찬거리도 되고, 고등학생인 아영이 공부방 공기 정화도 하고, 여러모로 괜찮겠다 싶어서 시작했어요.”

요즘 도시 농부가 뜬다!

최근 미 시사주간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과 시카고 등 미국 대도시에선 옥상정원을 두는 빌딩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시티파머(도시농부)’가 급증했다고 한다. 아일랜드에서는 스스로 채소를 길러 먹는 도시인들의 모임인 ‘GIY(Grow It Yourself)’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다른 나라 얘기만은 아닌 듯하다. 국내에서도 저탄소빌딩에 대한 관심으로 옥상정원을 두는 기업과 가정이 늘면서 도시 농부족이 늘고 있다. ‘도시농부’라는 말은 아예 국어사전에 신조어로 등록됐을 정도다. 현재 지역별 농업기술센터나 전국귀농운동본부 등에서 도시농부학교를 열고 있는데, 이미 입소문이 나 꾸준히 수료생을 배출하고 있다. 인기를 끄는 까닭이 뭘까?

생활 속 즐거움과 보람을 한아름~

추운 날씨 탓에 공기를 환기하기 어려운 겨울이 되면 난방병(밀폐건물증후군의 일종)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오염된 실내공기가 재채기ㆍ천식ㆍ피로와 두통 등 온갖 만성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겨울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5명 중 1명꼴로 두통이나 안구건조증 같은 불편한 증상을 호소했고, 이 중 39.3%가 이로 인해 조퇴나 결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탓에 겨울이면 가습기와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린다. 경희대 원예생명공학과 이정명 교수는 “공기청정기나 가습기를 쓰는 곳이 많은데 매일 청소하지 않으면 막히거나 세균이 번식해 공기정화는커녕 더 안 좋을 수 있다.”며 “그 대안의 하나로 집안에서 식물 기르기”를 추천한다. 집안에서 식물을 기르면 어떤 정교한 기기보다 가격 대비 효과가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식물은 또 ▲습도를 조절하고, ▲기르는 보람을 주며, 늘 새봄처럼 ▲녹색을 유지함은 물론, 서먹한 사이에도 ▲대화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운동량이 적은 사람들에겐 흙을 갈고, 물을 주며 화분을 옮기는 데 드는 활동으로 일정한 ▲운동효과도 거둘 수 있다.

최근 식물을 기르며 건강 회복을 도모하는 원예치료도 주목받고 있다. 원예치료의 원리는 병을 몰아내는 것을 목표로 중심 치료하는 현대의학과 달리, 즐겁고(쾌락) 보람찬(능률) 식물 재배를 통해 사회 적응력을 기르는 것으로 일종의 대체치료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내 손으로 채소 기르기

겨울이라고 못 키울 소냐? 이정명 교수는 “겨울엔 식물을 키울 생각을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며 “밖에서라면 몰라도 실내는 보통 15도에서 25도 사이의 온도라서 알맞게 잘 자란다.”고 말한다.

▶온도에 관한 주의사항은 실내온도가 30도 이상 올라가면 사람이나 식물이나 너무 덥다는 것과 창문이나 출입문을 활짝 열어둬 급격한 온도변화를 겪는 일이 없게 하라는 것.

▶햇빛은 채소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매일 3~4 시간을 받는 것이 적합하다. 직사광선을 받는 곳보다 충분히 환한 곳이 좋다. 이정명 교수는 “그래야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병에 잘 걸리지 않고, 성분함량이 높아지며, 기능성이나 고유의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고 당부한다. 빛이 부족하다 싶을 땐 인공광(형광등이나 스탠드)으로 보충한다.

▶용기는 시중에 판매하는 재배용기를 이용하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기를 수 있는데, 사지 않고 만들려면 콜라병 하단을 잘라 사용하는 게 좋다.

▶흙은 동네 아무데서나 파오는 것은 상태가 좋지 않거나 오염된 경우도 있어 잘 자라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저렴하고 가벼운 배합상토를 구입하는 게 좋다.

▶새싹은 7~14일 정도 걸리고, 물만으로도 기를 수 있다. 더 크게 길러 순채소나 어린채소로 먹으려면 15~30일 정도 걸리는데, 천연비료를 뿌려줘야 잘 자란다.

▶재배하기 좋은 종류는 겨울철인 만큼 콩나물이나 숙주나물처럼 광선이 필요 없는 채소류 보다는 광선을 적절히 받으면서 자라는 녹색 채소가 더 적합하다. 겨자ㆍ 무ㆍ들깨ㆍ경수채ㆍ메밀ㆍ다채ㆍ밀ㆍ배추ㆍ보리ㆍ부추ㆍ설채ㆍ순무ㆍ쌀보리ㆍ옥수수ㆍ완두ㆍ유채ㆍ파ㆍ해바라기ㆍ황화 등을 추천한다.

누가해도 잘 자라는 착한 채소들

초보 도시농부, 어떤 채소부터 시작할지 고민이라면?

집에서 사무실에서 너도나도 기르는 채소. 말이 쉽지 안 해본 사람은 손을 대기 두렵다. 초보자가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채소는 무엇일까? 이정명 교수는 “흔히 만만하게 생각하는 상추는 자라는 기간이 길어 아주 심은 후 20~30일 후에 먹을 수 있기에 첫 재배 채소로 적합하지 않다.”며 금세 자라나서 심은 이의 마음을 뿌듯하게 해주는 채소인 무를 권한다. 무 잎은 무기물과 각종 비타민 등을 시금치 못지않게 함유하고 있고, 뿌리는 디아스타아제가 들어 있어 소화를 돕는다.

게으른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당신에게는?

애완동물만큼은 아니지만 식물을 기르는 것에도 노동력과 사랑이 상당량 필요하다. 바쁘고 귀찮은 가운데, 물 적게 주고 관리 덜해도 알아서 잘 크는 착한 채소는 없을까?

채소연구가 김해봉 이학박사는 “들깨가 편해요. 종자를 크리넥스나 얇은 면에 살짝 깔아서 뿌리고 습기만 유지해 주면 2일 후 싹이 나와 5일쯤 되면 뿌리째 먹을 수 있고 14일쯤 되면 10cm쯤 되는데, 두고두고 잘라서 먹을 수 있어요.”라며 본인은 일 년 365일 집에서 들깨를 길러 먹는다고 한다. 농약도 필요 없고, 수분만 충분히 공급해주면 되는 착한채소다. 들깨는 알다시피 쓰임이 다양하다. 깻잎으로 쌈 싸먹고, 양념해 반찬 만들고, 차나 죽으로도 먹는다.

새싹채소, 얼마나 착하길래 인기가 많을까?

새싹 비빔밥, 새싹 샐러드, 새싹 김밥, 새싹 냉면, 새싹 샌드위치, 새싹 주스 등 새싹 요리 열풍이다. 인기몰이 중인 새싹채소는 말 그대로 새싹이라서 물만 뿌려도 금세 자란다. 보통 씨앗을 뿌린 지 일주일 안에 수확하기 때문에 바로바로 보람 있게 먹는다. 게다가 물로 충분히 기르니 무공해 안전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어른채소보다 비타민ㆍ미네랄이 3~4배 많아 영양가도 만점인 착한채소다. 특히 대표 격인 브로콜리 싹은 어른 브로콜리보다 황산화물질인 설포라판이 무려 20배가 많아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10대 건강식품에 뽑히기도 했다.

TIP. 직접 길러 먹으면 좋은 새싹채소 베스트 5

○메밀 : 수확일은 9~10일. 달고 비린 맛. 풍부한 루틴은 지방대사를 높여 비만을 억제한다. 수용성이라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 뇌출혈 등 혈관질환에도 좋다.

○옥수수 : 수확일은 9~10일. 강한 단맛. 피부 건조와 노화예방. 피부 습진 등 저항력을 높이는 데 좋다. 장을 깨끗이 하고 식욕을 돋운다.

○보리 : 수확일은 7~8일. 약한 단맛. 간의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주는 기능이 있어 간염이나 간경화 환자에게 좋다.

○겨자 : 수확일은 6~7일. 매운 맛. 비타민 AㆍC가 풍부해 카로틴ㆍ칼슘ㆍ철을 함유한다.

○밀 : 수확일은 9~12일, 약한 단맛. 밀싹의 엽록소는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비슷한 분자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적혈구 생성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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