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당뇨병클리닉 정홍근 교수】
겨울이 오는 것이 두렵다는 당뇨인 최종열 씨(59세). 지난 해 튼 발을 방치했다 생긴 염증이 곪아 병원에서 당뇨발 치료를 받은 바 있다. 다행히 절단할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 씨는 발을 매만지며 당부한다. “작년에 드라마를 보니까 세종대왕도 당뇨 합병증으로 당뇨발을 앓아 고생하던데, 미리미리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 나요.”
염증이 심해지면 발을 절단할 수도
당뇨인인 당신, 발이 쑤시고 저린가? 시리고 아픈가? 심지어 발바닥 감각이 둔해졌는가? 혹시 조그만 돌이 들어가도 모를 정도로?
그렇다면 당뇨 합병증 당뇨발을 조심하라. 옛날에는 발가락이 썩는 병은 보기 드문 것이었으나 당뇨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당뇨발은 주로 말초신경염과 혈관염에 의해서 생긴다. 당뇨병을 오래 앓았고 혈당조절이 잘 안 되는 사람일수록, 운동을 덜 하고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걸릴 위험이 높다.
건국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정홍근 교수는 “감각이 둔해지는 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증상”이라며 “상처가 나도 아픈 걸 잘 모르니 그냥 두게 되고, 염증이 꽤 퍼졌을 때 자각하고 병원에 오게 돼 심하면 절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국내에서는 정확한 통계치가 없지만 이 병원 당뇨발 내원 환자 중 결국 절단까지 가는 경우는 10~20% 정도에 이른다. 그뿐 아니라 당뇨병은 세계적인 성인병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국 족부의학회(APMA)의 조사에 따르면 하지 궤양을 보이는 당뇨병 환자는 연간 240만 명에 이르며, 하지를 절단하는 경우도 연간 5만 4000명에 달한다. 일반인의 15배에 해당한다. APMA에서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는 성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발 절단 수술을 받은 응답자 중 25%는 “더 일찍 의사를 만나 진단을 받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30%는 “발에 빨간 점이 나타나는 등 전조 증상에 관심을 기울이면 의사를 만날 시기를 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항시 관찰, 문제가 생기면 즉시 병원으로
어떤 병이던지 심각해지기 전에 병원을 찾아야 고생을 덜기 마련. 당뇨발 문제는 통증이 느껴질 땐 차라리 알 수 있는데, 감각이 둔해져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해 병의 심각성을 모르고 방치하는 데 있다.
정홍근 교수는 “당뇨환자는 A4사이즈만 한 거울에 매일 자신의 발을 비춰보며 발의 색 변화나 상처 난 데가 없는지 살펴보라.”고 당부한다. 당뇨환자는 당뇨발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씩은 발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 또 수시로 자신의 발을 살피다 붉어지거나 검게 변하는 사소한 변화라도 보이면, 좋다는 민간요법만 믿고 방치하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감각 검사와 방사선 검사 등을 시행해 진단한다. 시력장애나 배뇨장애, 소화장애 등 다른 당뇨 합병증이 없는지도 살펴본다.
치료는 당뇨발 진행상황에 따라 다르다. 대개는 발이 저리고 혈액순환이 안 되니 약물 치료로 신경염을 완화시킨다. 상처 부위는 절단하는 상황을 막도록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약물 치료와 외과적 치료로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염증이 깊어 고름이 나오고 조직이 녹아버렸다면 2차 감염과 주변 발가락 변형을 막아 보행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일부를 절단하게 된다. 정홍근 교수는 “염증 조절이 잘 안 돼 무릎 위까지 절단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장애가 많이 남으면 정신적ㆍ경제적으로 타격이 커서 자포자기 상태가 될 수도 있다.”며 당뇨발의 위험을 강조한다.
겨울엔 발을 특별히 조심할 것
만성질환인 당뇨는 연중 관리해야 하지만 겨울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활동량과 운동량이 줄고, 혈관이 수축돼 당뇨합병증인 고혈압이 생기기 쉽다. 연말이면 이어지는 송년회와 회식 자리는 혈당조절을 어렵게 한다.
정홍근 교수는 “혈당이 적당할 때엔 발에 상처가 생겨도 당뇨발이 되지 않지만 혈당이 엉망일 땐 금세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며 꾸준한 혈당 관리가 중요한 예방법임을 강조한다. 휴대용 혈당측정기로 수시로 체크해주어도 좋다.
?발을 촉촉하게
겨울엔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각질이 일어나고 작은 자극에도 상처가 나기 쉽다. 조그만 상처가 낫지 않아 염증이 족부궤양이나 괴저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매일 따뜻한 물로 발을 깨끗이 씻으며 발바닥, 발뒤꿈치가 너무 마르지 않게 로션을 발라준다. 양말은 발이 숨 쉬기 좋게 면 종류로 신는다.
?빗길ㆍ눈길 주의
비나 눈이 많이 올 때는 되도록 외출을 삼간다. 외출을 하더라도 넘어지지 않게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신고,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당뇨환자 전문 신발을 신는 것도 좋다. 부드러운 통가죽 재질로 중간에 매듭이 없고, 품이 넉넉한 스타일이다.
?동상ㆍ화상 조심
혈당 조절을 소홀히 해 말초혈관과 신경 장애로 피부감각이 둔해진 당뇨환자는 상처의 통증은 물론 뜨거움이나 차가움 등 감각도 잘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동상과 화상의 위험이 높다. 산행이나 스키 등 운동을 할 때 동상에 걸리지 않게끔 두터운 양말을 신고, 되도록 장시간 바깥에 있지 않는다. 날씨가 추울 땐 난로 가까이 가기 쉬운데 바로 옆에서 쬐다간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거리를 둔다. 찜질방에 가서도 너무 뜨거운 곳은 피하고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탕에 들어가야 한다.
?다리 체온을 재라
2007년 미국 로사린프랭클린대학의 암스트롱 박사 팀은 피부 온도를 측정해 온도가 갑자기 오르면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발을 움직이지 말고 쉬게 해 족부 궤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족부의 상처는 일반적으로 피부가 갈라지기 전 뜨거워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 쪽 발과 다른 쪽 발 또는 한 쪽 발가락과 다른 쪽 발가락의 온도를 측정해 위험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평소 발가락 체온을 측정해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
운동으로 당뇨발을 피하자
당뇨병 조절에 운동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옛날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로마의 셀시우스(기원전 30~50년)는 “다뇨증은 살이 빠져 중하게 되며 치료 방법으로 안마술과 운동을 권장하고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근육운동은 혈당을 떨어뜨리고 인슐린 작용 부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 150~200㎉ 정도를 소모하는 유산소운동(걷기,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등)이 적당하다.
이때 주의사항! 당뇨환자는 탄력과 유연성이 부족하므로 운동을 시작하고 끝낼 때 각각 5~10분 정도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해야 한다. 근육과 인대 손상을 막고 저혈당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