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
얼마 전 동생이 유방암 진단을 받아 심장이 덜컥했다는 주부 이선영 씨(49세). 불경기에 생활비 한 푼이라도 줄여볼까 암보험을 해지하려다 그만두었다. 보험설계사가 된 동창은 좋은 보험이 있다며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낸 보험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만기 시 환급 받을 수도 있어 1석 2조라는 말에 하나 더 들어놓을까 고민 중이다. “보험금이 아깝긴 하지만 아파서 큰 돈 깨지는 것보다 낫고, 나중에 돌려받을 수도 있다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요?”
경제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지금은 1인당 평균 민영보험 3~5개를 가입하는 시대다. 2009년 보험연구원 표본조사 결과 전국 1200명을 대상으로 주 연령층인 20세 이상의 민영보험가입률은 92.0%(생명보험 81.8%, 손해보험 59.5%)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중 보험에 더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30% 이상이고, 특히 20대는 50% 이상이 보험 가입 의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쯤되면 가히 ‘생활필수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높은 가입률에 비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보험설계를 하는 경우가 낮다.”며 “친척이나 친구 등 보험설계사와의 연고에 의해 ‘적당한 것’으로 골라주면 가입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물론 친한 사이를 믿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누군가의 권유를 받거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더라도 결국 가입자는 본인이다. 과정이 어떻든 본인이 납부하고 수혜를 받게 될 것이다.
조연행 국장은 “설계사를 통해 가입할 땐 되도록 설계사가 수년간 일하고 있는지, 전문성이 있는 사람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최근 조사결과 국내 보험설계사 중 1년 이상 일하는 사람은 40%밖에 안 된다. 설계사 자격증 여부와 성실하고 오래 근무할 사람인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홈쇼핑이나 인터넷ㆍ전화 등으로 가입할 수도 있다. 어떤 가입 경로가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한가?
조연행 국장은 “경제성과 안전성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말한다. 가입자 본인이 얼마나 보험에 관해 알고 있느냐에 따라 선택을 달리할 수 있다. 잘 모르고 자신 없다면 설계사를 통해 충분히 상담하고 자세히 물어본 후 가입하는 게 좋다. 어느 정도 보험에 자신 있다면 인터넷 등으로 직접 찾아본 후 가입할 때, 약관과 보험 해당사항을 꼼꼼히 확인했으면 안전성도 어느 정도 확보된다.
경제성은 스스로 찾아 가입하면 발품 판만큼 절약형으로 찾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비싼 경우도 있다. 설계사를 통하면 수고비가 포함된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반드시 비싼 것만도 아니다. 조연행 국장은 “가장 경제적인 것은 본인의 발생 위험에 근접한 상품을, 가계 상황에 맞춰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 회사는 어디가 좋을까?
현재 국내 보험회사는 생명보험 22개, 손해보험 13개가 있다. 소비자 처지에선 어느 회사를 선택할 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믿음직한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잣대가 있다. 재무건전성, 안전성, 수익성, 규모, 보험금을 합리적으로 지급하는 조직문화가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조연행 국장은 “소비자들이 이 모든 것을 판단하긴 상당히 어렵다.”면서 “보험소비자연대에서 다각도로 평가해 매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을 당부한다.
특히 개인으로, 회사와 견주기엔 턱없이 힘이 부족한 일반 소비자는 보험회사의 소송 제기율을 눈여겨봐야 한다. 금융감독원 2008년도 민원발생평가 결과를 보면 소형 손해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 계약 만 건 당 소송제기 평균 건수는 0.2건인데 비해 한 소형 손보사는 이의 6.35배나 되었다.
금융감독원은 민원발생평가를 통해 1등급부터 최하위인 5등급까지 분류해 공개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된다. 조연행 국장은 “소송을 받았을 땐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쁘다고 혹은 엄두가 안 난다고 무시하거나 포기하면 패소로 이어져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니, 변호사나 전문가에게 찾아가거나 보험소비자연대에 연락할 것”을 당부한다.
좋은 보험 가입하기
딱 맞는 옷을 입듯 좋은 보험에 들려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조연행 국장은 첫째, 본인의 니드(need)에 부합하는 보험을 제일로 꼽았다. 보험은 위험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위험 발생률이 희박한 보험을 많이 들어놓을 필요가 없다.
둘째, 허위 과장광고를 하는 보험을 피해야 한다. 보장 범위나 환급금 등을 실제와 다르게 광고해 소비자가 가입한 후 이 사실을 알고 해약한다 하더라도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난 경우가 많다. 사업비를 제외한 해약환급금만 받게 되기도 하고, 사고 후에 생각했던 만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허위ㆍ과장 광고를 막기 위해 상시 점검반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보험 상품은 구조가 워낙 복잡하다. 표현 하나 차이로도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커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셋째, 보험 본연의 목표에 충실한 것이 좋다. 보험은 보장 상품이지 투자 상품이 아니다. 투자가 목적이면 투자회사에 가고, 예금ㆍ적금을 들려면 은행에 가는 것이 상식이다. 매달 사라지는 보험금이 아까워 일정량을 돌려준다는 고가의 보험을 드는 것은 경제적으로 득을 볼 수 없다.
그밖에 요즘 유행인 실손 보험은 가입 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이미 가입한 보험 중 중복되는 것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만 보상하기 때문에 보험료만 이중으로 내고 수혜는 반밖에 못 받을 수 있다.
조연행 국장이 말하는 불경기 보험 운용법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보험을 해약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모든 보험을 해약하면 이후 사고가 났을 때 신체적ㆍ경제적으로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소득이 줄어들거나 지출이 늘어난 상태에서 보험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재무 설계의 기본이다.
○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경우 제도를 활용하라
자동대체납입제도, 감액완납제도, 보험료납입 일시 중지제도 등을 활용한다. 자동대체납입제도는 보험사에 신청하면 자동으로 보험계약 대출금으로 처리해 자동으로 납입하며, 감액완납제도는 보험료를 줄인 만큼 일부가입금액을 해약 처리하거나 보험료를 줄여 완납 처리하는 방법이다. 대신 보장금액은 낮아진다. 보험료납입 일시중지제도는 일정 기간 중지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 사무직에서 현장직으로 바뀔 땐 해약하지 말라
가입 시에는 사무직 등 위험이 낮은 직업이었다가 영업 운전을 하거나 생산직 등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직업으로 이직했다면 해약하면 안 된다. 재가입 시 보험료가 비싸지거나 가입을 거절하는 회사도 많다. 주로 생명보험에 해당한다. 손해보험은 이직 시 알릴 의무가 있다.
○ 과거 가입한 고 이율 보장상품은 그대로 두라
경기가 좋을 때 있었던 7.5~8.5% 등 고 이율 상품은 다시 가입 못한다. 해약하면 보험사만 이익이다. 조연행 국장은 추가로 “보험사가 해약을 권유하는 계약이나, 나이가 많아져 재가입하지 못하는 계약, 건강이 나빠진 가입자는 보험을 최대한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