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내안애내과 김창섭 원장】
식구들 외에는 아무도 모르게, 며느리도 몰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친한 친구에게도 자신이 B형 간염 보유자라고 털어놓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L씨. 간사랑 동우회 고문인 김창섭 원장은 간염 보유자는 간염 바이러스의 활성과 비활성화를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지나가는 역동적인 질병 경과를 거치기 때문에 잠재적인 B형 간염환자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들은 누구보다 간암 등 간질환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정작 질환 자체보다 편견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더 힘들게 한다.
우리가 흔히 할 수 있는 실수 중 하나가 B형 간염 보균자라는 말인데 보균자가 아닌 보유자가 맞는 말이다. 보균자나 보유자나 비슷한 말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간염은 세균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기 때문에 보균자가 아닌 보유자라고 한다.
이처럼 비슷해 보이는 말일지라도 그 뜻을 알고 보면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독자들은 읽으면서 확인해 볼 수 있었을 터. 혹시, 당신도 B형 간염 보유자 즉 잠재적인 간염환자들에 대해서 잘못된 편견이나 오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안애내과 원장이자 간염 보유자 및 간질환 환자들을 위한 모임인 간사랑 동우회(www.liverkorea.org) 고문으로 활동 중인 김창섭 원장으로부터 간염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풀어보자.
사례 1.
간염을 앓고 있는 결혼적령기의 남자입니다. 간염은 혈액이나 체액 등으로 전염될 수 있다고 하는데 키스나 성관계 등은 할 수 없나요?
☞간염은 성관계나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감염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률과 감염가능성은 다릅니다. 혈액이나 체액을 통한 감염률은 높지만 일반적인 키스 등을 통한 체액의 접촉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정확하게 그 감염 가능성을 거론하기 곤란해요. 결론은 B형 간염은 면역 항체가 존재하므로 간염 보유자 및 간염환자라고 할지라도 상대가 간염 항체가 있다면 성관계를 기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단, 상대자의 건강 상태가 확실치 않은 경우 콘돔 등을 사용하거나 진한 애정 표현을 하기 전 미리 자신의 상태를 알려서 상대의 건강을 체크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겠지요.
어드바이스
애인이나 부부 모두 간염 보유자 또는 간염을 앓고 있을 경우라도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거의 동일하므로 서로 간에 피해를 주는 경우는 없으니 혹시라도 염려는 마세요.
그리고 또 하나, 가끔 간염환자와 밥을 같이 먹거나 물컵을 함께 사용할 경우 전염의 위험성 때문에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우에 불과합니다. 한국인 특유의 음식을 같이 먹는 풍습 등으로는 옮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손톱깎이, 가위, 칫솔 등은 사용상 부주의나 치주질환 등의 문제로 혈액 등이 묻을 수 있고 공교롭게 다른 사람에게 그 상태에서 상처를 입힐 수도 있는 문제 때문에 감염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공동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사례 2.
간염보유자인 여성입니다. 임신과 출산, 또 모유수유에 이르기까지 이것저것 걸리는 일이 많습니다. 간염보유자도 정상인처럼 아이를 낳고 모유수유도 가능할까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갖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결혼 또는 임신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면역 제거기나 간염기에 접어들었는지 자신의 간 상태를 확인한 후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행해 비증식기라고 하는 바이러스 활동이 미약한 시기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임신 시 아이에 대한 전염 가능성은 충분히 줄일 수 있어요. 임신 시 의사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려 적절한 조치를 받고 출산 시 아이에게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히면 아이에 대한 수직감염 걱정을 덜 수 있거든요. 이후 간염예방접종을 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모유수유와 관련해서는 대만에서 70-80년대 시행된 연구결과를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면역글로불린과 간염예방접종을 올바르게 하면서 모유를 먹인 군과 우유를 먹인 군의 예방처치 실패율을 비교해봤더니 B형 간염 보유 산모가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했다고 해서 더 많은 간염이 이행됐다는 근거가 없더랍니다. 이를 토대로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백신과 면역글로불린을 예정대로 맞은 아기의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있고, 또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최소한 4-6개월은 모유 수유를 시키도록 권장하는 지침을 내리고 있어요. 하지만 어디까지 외국의 실례이기 때문에 꼭 권장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모유수유와 상관없이 간염 예방조치를 취했어도 10분의 1에서는 아기가 간염 보유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어드바이스
아이를 키우다보면 포옹 등 신체적인 접촉이 빈번한데 서로 피부끼리 접촉하는 포옹 등은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단, 면역력이 완전하지 않은 5세 미만의 아동들에게 뽀뽀나 입안의 음식물을 씹어서 넣어주는 등의 체액이 접촉될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하세요.
사례 3.
간염이 있는 남편에게 간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을 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이나 진료를 통해 한약이나 기타 간에 좋다고 알려진 건강보조식품 등에 의한 독성 간염이 유발된 증례들을 빈번하게 접합니다. 물론 이런 제품들을 먹는다고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부작용이 잘 알려져 대응 예측이 가능한 일반 양약에 비해 상기 제품들은 누구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때문에 한 번 발생하면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고생을 하게 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만큼 우리 간은 더 지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어드바이스
반대로 어떤 분들은 간에 좋지 않을까봐 카페인이 많이 든 자양강장제나 커피, 녹차 등을 일절 마시지 않는데요, 이런 식품들이 간 기능을 특별하게 나쁘게 하지는 않으니까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하지만 다량 함유된 카페인 등 때문에 중독성을 띄는 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과하게만 드시지 마세요.
사례 4.
간염 보유자인 대학생입니다. 간이 나빠지기 전에 간을 튼튼하게 하고 싶은데요, 간에 좋은 음식은 무엇이 있나요?
☞예전에 간염치료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이 없었을 때 푹 쉬고, 잘 먹으라는 얘기들을 많이 했었는데요, 사실 요즘 같은 풍요의 시대에는 오히려 잘 먹다 보면 지방간 등의 문제가 더 심각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평소에는 소식과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시키고 간염이 문제가 되는 시기에는 항바이러스 치료와 함께 간세포의 회복에 좋은 단백질과 당분 섭취를 잘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참, 술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겠네요. 술 자체가 바이러스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간 손상에다 추가적인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간이 좋지 않은 경우 술은 마시지 마세요.
사례 5.
간염을 앓고 있지만 큰 문제가 없습니다. 가끔 간염 바이러스를 제 간 속에서 쏙~ 빼낼 수 있는 치료법이 정말 없는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간이식이 필요 없는 간염 보유자나 간염이 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간이식을 제외한 획기적인 치료법은 기대하기 힘든가요?
☞애석하게도 아직은 간염 환자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즉 면역항체인 HBs항체를 만들어내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간경화가 심한 경우 간이식을 하는 것이 보편화된 치료이지요. 따라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간 상태를 살펴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마시고 또 검증되지 않은 한약이나 간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 등을 드시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어드바이스
간염 보유자 및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간염항체가 없지만 간염예방접종을 한 사람들에게는 간염항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항체가 있었는데 없어져서 간염예방접종을 다시 했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한 번 간염항체가 생기면 최소한 10년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나 간염항체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 농도가 약해지게 마련입니다. 그래도 문제가 없다는 것은 몸 안의 면역시스템이 항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기억하고 있는 면역기억 때문인데요, 항체가 없어 다시 간염예방접종을 한 분들이나 간염예방접종을 처음 하신 분들은 반드시 항체가 잘 형성되었는지 확인을 해 놓아야 다시 항체 농도가 약해지더라도 불안해하실 필요가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