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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현의 행복테라피] 혹시 우울하세요? 그럴 때는…

2018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열광호 96p

【건강다이제스트 | 브레인트레이닝 상담센터 압구정본점 상담센터장 하나현 원장】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그룹 샤이니의 종현. 성공한 아이돌이었고 누구에게나 부러움을 살 법한 그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그는 유서에서 보이지 않는 병이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했다.

필자도 우울증을 앓아봤지만 철저히 깨달은 것이 있다. “우울증은 단지 의지력만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질퍽한 모래 위에서 무거운 타이어를 질질 끌고 가는 느낌이었다. 조금만 힘을 빼거나 방심하면 다시 원점으로 가차 없이 되돌아가는 절망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마음의 병’이라 하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 생각하고 이렇게 다그치기 일쑤다. “조금만 힘내 봐. 요즘 세상 안 힘든 사람 어디 있니?”라며 더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이런 말들이 얼마나 큰 파장을 주는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혹시 나도?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느낌이 아니다. 우울증은 뇌의 이상을 초래한다. 평소에 쓰는 말과 행동 등은 우리 마음대로 하는 영역이라서 기분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느 적정수준을 넘어가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의 의지 영역 밖이라는 뜻이다.

특히 우울증은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이상과 사고와 판단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이상으로도 나타나고 수면, 식욕, 성욕 등 본능적인 기능들에도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함께 견뎌내 주는 것만으로도…

단지 우울해지는 것만 우울증이 아니다. 무기력해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머릿속이 멍해지는 경우도 있다.

필자에게 우울증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은 한 여대생이 있었다. 처음에 왔을 때 무기력이 너무나 심각해서 치료자로서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약물 복용을 권유하면서 다그치지 않고 지금의 힘든 시간들을 인정하고 그저 ‘함께 견뎌내 주는 것’ 뿐이었다.

다행히 우울증에서 회복되고 난 다음 그 여대생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없었으면 저 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선생님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어요.”

이 말은 치료자로서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던 필자에게 꽤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우울증 자가 점검 리스트>

다음 9가지 중 5가지 이상 해당되고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에서 우울한 기분이 든다.

□ 모든 활동에 있어서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 잠을 못 자거나 혹은 너무 많이 잔다.

□ 자꾸 초조하다.

□ 심하게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

□ 내가 쓸모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 집중력과 결정 능력이 떨어졌다.

□ 한 달 만에 체중이 5% 이상 늘었거나 줄어들었다.

□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한다.

우울의 덫에서 벗어나려면…

자살을 극복한 한 사람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사실은 죽고 싶다는 말은 진짜 죽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이렇게는 살기 싫다는 뜻이더라고요.”라며 마음 한켠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희망을 보여주었다. 누군가 우울해하고 혹시나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희망을 붙잡을 수 있도록 어떻게 해야 할까?

1. 마음으로 경청하기

“그래, 정말 힘들었겠다.”, “그래, 그런 마음이었구나….”

이런 진심어린 경청이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만들어낸다. 우울증에 걸려 있고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너무 지쳐 있고 자책과 후회에 휩싸여 있다. 이들 주변에 단 1명이라도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있다면 위험한 일은 막을 수 있다. 자살에 대해 비난도, 찬성도 하지 않도록 하고 뻔한 위로가 되지 않도록 진심으로 들어줘야 한다.

2. 기분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기

“다른 사람도 너만큼 힘들어.”, “네가 뭐가 부족해서 그러니?”, “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와 같은 말은 삼간다. 아무리 객관적인 말이라 하더라도 우울증에서 느껴지는 기분을 헤아리지 못한 채 함부로 평가하는 말은 이차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필자가 우울증에 걸렸을 때도 이런 말을 주변에서 많이 했었다. 그때 필자는 더 이상 도움을 구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이렇게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릴 수도, 절망 속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3. 지나친 낙관주의도 금물

“다 잘될 거다.”, “생각하기 나름이다.”와 같이 지나치게 밝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우울한 사람으로 하여금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더 이해받지 못한 느낌을 가지게 하고 거리를 두게 만든다. 위로를 한다는 마음은 알겠지만 지나친 빛은 어둠을 없애기보다는 더 어두운 곳으로 숨게 만들기도 한다.

4.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알린다

주변 사람이 우울한 경우 가족에게 알리는 것이 좋고 특히 자살의 가능성이 의심되면 가족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우울증을 앓을 경우 혼자 남겨진 듯한 절망감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족들의 따뜻한 울타리가 큰 지지가 될 수 있다.

5.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모두의 힘이 보태져야 한다. 주변인들, 친구, 가족과 더불어 전문가의 도움을 보태는 것이 훨씬 좋다. 가족과 주변인들의 공감과 위로와 함께 약물치료나 정신치료 같은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단지 마음의 의지로 되는 게 아닌 뇌의 이상인 만큼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신과 의사들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들이다.

죽음을 맞이한 젊은 아티스트의 유서 속에 담긴 절절한 외침이 들려오는 듯하다. 그가 우리에게 던지고 간 뼈저린 질문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사회에 퍼져 있는 깊은 슬픔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그리고 마찬가지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수많은 이들이 있다는 걸 안다. 더 이상의 비극이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가 할 일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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