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명선 기자】
【도움말 | 숭실대학교 창의력수학교실 정달영 교수】
부모라면 누구나 ‘공부 잘하는’ 자녀를 원한다. 그러나 공부를 무조건 잘하기보다는 공부 자체를 즐기고 탐구하고자 하는 적극성이 강한 아이는 어떨까? 창의력이 뛰어난 아이가 되는 법을 한데 모았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 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내와 지구력이 없으면 좀처럼 성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 공부라고 하겠다. 때문에 노력의 결과가 적거나 그 결과에만 집착하다보면 쉽게 지치고 포기하게 되는 것 또한 공부이다.
아직 어린 저학년의 학생일수록 이러한 딜레마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나 요즘처럼 학부모의 지나친 학구열이 아이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이라면 아이는 궁지로 몰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부로 인한 걱정 때문에 아이가 겪는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공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피와 반항심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결국,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1차원적인 학습의 강요가 아니라 재미와 창의력을 길러주는, 보다 3차원적인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공부도 기술인가?
요즘은 공부도 기술의 일종이 되어가고 있다. 학습에 필요한 매뉴얼과 공식만 외운다면 어지간한 수준은 모두 따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학습을 시작하는 평균 연령도 낮아져서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인 6~7세 정도의 어린이면 수학이다, 영어다 할 것 없이 높은 수준의 조기교육을 받기 마련이다.
“공부 자체가 대학입시를 위해서 맞춰져 있고, 또 대학 입시는 수학능력평가로 흐르다 보니 깊은 사고력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푸는 정형적인 계산능력만 강요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이러한 학습 틀에 맞춰 훈련 식의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숭실대학교 수학과 정달영 교수는 “주입식 학습방법이 성적을 향상시킬 수는 있겠으나, 사고의 폭은 좁아진다고 봐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현재 창의력 수학 교실에서 지도편달을 맡고 있는 정달영 교수는 요즘의 학습 추세에 대해 개탄하며 아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지는 것을 지적했다.
특히나 수학 과목과 같은 경우, 수리 연산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아이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해결능력과 응용할 수 있는 창의력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계산 잘하는 아이가 수학도 잘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그 말은 곧 머리 큰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이치에 안 맞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아이의 창의력까지 계발될 수 있는 학습방법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부모와 아이의 창의력 키우기
정달영 교수가 말하는 ‘창의력’의 개념은 보다 현실적이다. 우선 문제 해결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이 논리적 사고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아이가 문제를 푸는 것이 자꾸 틀린다고 해서 그것을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둘째, 도구를 사용하면서 문제에 접근할수록 추론과정 자체가 시각화되어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화되고, 통찰력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조그만 블록이라도 직접 손으로 만지고, 쌓아보고 해야 입체화된 개념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조각을 맞추거나, 고리를 연결, 종이를 자르는 행위 자체가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폭을 더욱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사고를 객관적인 말이나 글로써 정리하여 풀어쓰고, 친구 혹은 학우들 사이에서 논의하거나 토론하는 방법으로 마무리한다면 창의력 함양은 시간문제라고 전한다.
이런 형태의 학습은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행해 볼 수 있다. 물론 가정에서 시도하는 학습이 학원이나 여타 교육기관만큼 체계적일 수는 없겠으나 이미 시중에 질 좋은 학습 교구와 창의력 교재가 많이 나와 다양한 각도에서 공부해 볼 수 있으므로 미리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정 교수는 말한다.
특히 7~8세의 저학년 어린이일 경우에는 창의력을 길러주는 데 있어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학습을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무리해서 한꺼번에 많은 과제를 주면 부담을 주므로 공부 중간 중간에 게임을 응용한 학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령 게임에서 여러 번 지게 되더라도 아이는 게임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궁리하게 되고 이 또한 두뇌 계발에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가 문제를 더디 풀거나, 틀리더라도 이를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부모의 합리적인 자세라 하겠다. “답이 틀렸다고 불안해하지 말고, 아이가 문제를 끝까지 풀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거나, 약간의 힌트 정도만 주는 것이 아이 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풀어낸 문제일수록 아이의 성취감과 만족도는 커지고, 공부에 대한 흥미는 기하급수적으로 정비례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지론이다.
어른의 방법 강요해선 안돼
흥미와 재미의 여지를 남겨놓고 공부를 해야 그야말로 공부를 ‘잘하게’된다.
실제로 한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조기교육을 강조한 결과 해당 과목을 싫어하는 시기가 점차 빨라졌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6살 정도의 여자아이였는데, 머리도 좋고 응용력도 뛰어났었습니다. 그런데 엄마에 대한 반항심으로 무조건 수학을 기피하고 공부를 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이는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이런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결국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에게 갑작스런 좌절감과 수치심을 주면 자연히 공부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이른다.
“중학교 3학년이 되었는 데도 초등학교 수준의 분수개념을 몰라 수치심을 느끼는 아이에게 집에서 ‘그것도 모르냐’며 닦달하면 영원히 분수개념을 알려들지 않습니다. 이럴 때 집에서 아이의 레벨을 정확히 파악한 후 칭찬과 격려를 적절히 섞어 응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이제 막 공부의 습관이나 취미를 붙여가는 아이는 저마다의 개인차와 특성이 있게 마련이라서 부모가 아이의 특성을 잘 포착해야지 무조건 어른의 방법을 강요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을 정 교수는 시사한다.
공부 잘하는 비결?
누구에게나 눈이 확 뜨이는 궁금증일 것이다. 그동안 숱한 사람들이 이에 대해 수많은 의문을 제기했고, 이에 대한 답변도 많다.
이런저런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예로부터 이르길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였다. 공부를 게을리 하면 성적이 하위권인 것을 면할 수 없을 것이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열심히 공부했는 데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아 그로 인해 심적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면 학습 방법이 효과적인지 한 번쯤 뒤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정 교수는 말한다.
또한 공부는 누가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므로, 교육에 대한 부모의 소박한 이해가 필요함을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