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신과 전문의 하나현 원장】 (브레인트레이닝 상담센터 압구정본점 상담센터장)
“선생님 제가 불안형 애착유형이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남편한테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좀 더 저를 아끼고 사랑했더라면 관계에 집착하지 않았을 텐데….”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때론 아프기도 한 일이지만 내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성장의 재미를 느끼다 보면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 고통으로보다는 배움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성장은 관계를 통해 얻어질 때가 많다. 행복해지는 기술도 마찬가지다. 관계를 통해 좀 더 행복해지는 기술을 소개한다.
할로의 실험
우리는 관계를 통해서 자신을 알아가고 배우고 성장한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 스타일을 통해 내 안에서 어떤 마음들이 오고가는지를 경험할 수 있다. ‘관계’에서 비롯되는 친밀감과 사랑의 느낌은 어쩌면 생존과 맞닿아 있다.
그 유명한 해리 할로의 원숭이 애착실험에서 그것을 엿볼 수 있다. 갓 태어난 어린 원숭이를 어미 원숭이에게서 떼어놓고 철사로 만든 어미원숭이 모형과 폭신한 천으로 된 어미원숭이 모형을 만들어 우리에 넣었더니 천으로 된 어미에게 안겨 떨어질 줄 몰랐다. 철사어미에게 우유병을 매달아놓자 우유만 빨고는 금세 다시 돌아왔다.
할로는 이 실험을 통해 우리 인간에게도 관계라는 것은 단지 배고픔의 충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함, 편안함, 스킨십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랑이라고 해서 꼭 이성과의 관계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 친구와 같이 중요한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어떤 모습인지 애착유형에 따라 알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관계를 맺는 애착의 형태를 크게 4가지로 나눈다. ①안정애착 ②불안애착 ③회피애착 ④혼란애착이 그것이다.
안정애착에서 혼란애착까지…
부모나 중요한 사람들과 충분히 친밀감을 느끼고 사랑을 주고받는 경험을 풍부하게 해 온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맺을 때 사랑을 주고받음에 있어 어색함이나 두려움이 없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애착 형태를 안정애착이라고 한다.
▶안정애착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을 사람이라고 믿고, 타인에 대한 신뢰감도 높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있고 감정기복이 크지 않은 편이어서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떨쳐버리는 것도 잘하고 비교적 빨리 자신의 중심을 찾고 평상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통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사람 곁에 있으면 편안하고, 꾸미지 않아도 되고,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
▶불안 애착 유형은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 불안이 큰 편이다.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낮고 타인의 감정과 행동에 민감하다. 또 이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의 반응에 따라 자존감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지는 않을지, 떠나지는 않을지 두려워하고 자신을 좋아해줄 것 같은 사람에게 집착하고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회피 애착 유형의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에 불편한 느낌을 가지기 쉽고 타인과 일정 거리를 두길 원하고 독립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남에게 의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을 믿지 못하고 혼자 강해지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신경을 끄도록 뇌가 훈련되어 있어 감정이나 욕망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누군가로부터 받는 감정적 위로조차 자신이 취약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쉽다.
▶혼란 애착 유형의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나 고통스러운 경험에 부딪혔을 때 이를 해결하거나 다룰 수 있는 도구가 없고 관계에서도 병리적으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좀 더 행복해지는 기술 3가지
다행히 애착 유형은 한 번 고착되면 영원한 것이 아니라 경험과 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불안애착이나 회피애착 유형의 사람들이 안정애착의 사람들과 만나면 그 관계는 안정애착의 사람끼리 만났을 때와 비슷한 정도로 안정적 관계가 되기 쉽다고 한다. 그만큼 안정애착의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안정애착의 사람을 만나거나, 내가 안정애착의 사람이 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느 것이 더 쉬울까? 미국 정신의학자 데이비드 비스콧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은 제대로 된 사람과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 자신이 누군지 정확히 알 때까지는 제대로 맞는 사람과 시작할 수 없다. 당신은 자기평가의 결여를 보충하기 위해 관계를 이용하게 된다. 당신은 기분 좋으려고 관계에 의존하게 되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에 덜 의존하게 된다. 자신을 발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인생을 맡기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의 내가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첫째, 우리 자신을 잘 알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혼자라고 해서 지나치게 외로워지거나 불안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자신을 잘 다독여보자. 그리고 자신과 잘 놀아보자. 혼자서도 행복하고 함께 있어도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과 잘 지내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다.
둘째, 타인을 이해하자. 그것이 배우자이든, 동료이든, 그들 또한 나름대로 인생의 역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에 도달하게 되었다. 틀렸다고, 이상하다고 단정짓기보다는 애착 유형을 살펴보고,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라고 이해해보자. 나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듯이 그들도 완벽할 수 없고,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인을 통해 우리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타인과 교류의 기회를 만들자. 외로움을 채우고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괜찮지만 함께 더 행복해지기 위해’ 타인과 교류하는 것이다.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와 같은 건강한 목적으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가지자.
내가 지금 비록 완벽하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모습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스스로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인정부터가 시작이다.
우리는 지금 이순간에도 성장하고 있고 그 과정 자체가 아름답다. 흑점이 있어도 태양은 빛날 수 있는 것처럼.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처럼.
하나현 원장은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기반감정코칭학과 전임교수이자, 브레인트레이닝 심리상담센터 압구정점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뇌를 활용한 감정코칭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를 힐링하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