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정기검진을 받던 55세 남성이 최근 주체할 수 없이 피곤해 저녁에 집에 가 밥만 먹으면 9시경부터 잠에 곯아떨어져 새벽 4~5시경 일어나게 된다고 했다.
환자는 최근 새로운 부서로 발령을 받아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새 부서에서 일이 잘못되는 바람에 해결을 위해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고 했다. 170cm, 60kg으로 정상체중이었던 환자는 식사량도 늘리고, 중간에 간식을 하는 등 체력 유지를 위해 노력했지만,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 동안 머리를 쓰는 일을 했고, 따로 운동할 시간도 여의치 않았다.
평상시 하던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에너지가 떨어지는 상태를 흔히 ‘피로감’이라고 표현한다.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의 약 20% 정도는 실제로 특정 장기의 이상이나 전체적인 순환에 문제를 일으키는 우울, 불안 또는 식욕장애 등이 원인이 된다. 이때는 체중감소가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장, 폐 등 산소를 운반하는 장기에 이상이 있거나 몸속에 해로운 물질을 대사시키는 간이나 노폐물을 제거하는 신장질환이 있을 때도 피로감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한 달 이상 이해할 수 없는 피로감이 지속될 때는 건강기능식품이나 몸에 좋은 약을 찾기 이전에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아야 한다.
장기의 이상이나 질병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는 스스로의 생활습관을 점검해 보도록 한다.
앞의 환자와 같이 부서를 옮기거나, 외부로부터 스트레스를 일으킬 만한 환경 변화를 겪게 될 때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문제 해결을 위해 소모하기도 하고, 과로로 쉬고 싶은 마음과 일해야 한다는 대뇌의 판단이 갈등하게 되면서 온몸의 혈관과 근육이 수축하고 긴장해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이때는 똑같은 시간을 일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주의력과 집중력, 기억력이 떨어져 업무 수행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머릿속을 점령하고 있는 스트레스로 몸의 모든 기능이 떨어졌을 때는 두 가지부터 챙겨야 한다.
첫째, 식사를 제대로 한 후 잠시라도 틈을 내어 근력운동이나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둘째, 먹은 열량에 비해 사용한 열량이 많은 경우, 즉 상대적으로 열량이 부족할 때도 피곤할 수 있다. 피로할 때 제때 식사와 고른 영양은 기본이다.
스트레스뿐 아니라 틈만 나면 일을 하는 ‘일 중독’의 경우도 지나치게 과열 상태가 되면 지나친 피로감을 유발하므로 이 경우는 머리를 비우는 휴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 몸은 원하는 것을 주지 않으면 가장 먼저 ‘피로’라는 신호를 보낸다. 특정질환 없이 피로감이 느껴질 때는 몸에 휴식, 음식, 운동 중 어떤 것이 필요한지부터 판단해 보자.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비만, 피로, 건강노화 전문의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일반인들에게 친숙하며, 주요 저서는 <건강 100세 따라잡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