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사민 교수】
혹시 나도 고혈압일까?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약 절반이 고혈압 환자라는 통계가 있다 보니 너도나도 높은 혈압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이럴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혈압 수치를 아는 것이다. 흔히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을 측정해 혈압 수치를 알게 된다.
그런데 혈압이라는 것이 들쭉날쭉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 또 멀쩡하다가도 병원에만 가면 혈압이 오르기도 한다. 이럴 경우 보다 정확하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24시간 혈압 측정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 실체를 소개한다.
고혈압은 순환기 질환 중 가장 높은 빈도로 관찰되는 질환이다. 고혈압은 성인의 경우 안정시에 2회 이상 측정한 혈압이 130/80mmHg 이상인 경우를 말하며,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약 절반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고혈압 환자들은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고혈압 환자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혈압을 측정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흔히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뒷목 부위가 뻣뻣하다든지 하는 증상을 호소하면서 혈압이 올라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혈압을 측정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는 혈압 수치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아무런 증상도 없는 고혈압을 꼭 치료해야 할까? 답은 “그렇다.”이다.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여러 가지 심각한 합병증이 생긴다.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순환기 질환이 그것이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증, 동맥경화증, 뇌졸중까지 병명만 들어도 무서운 질환들을 유발시키는 도화선이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신장 기능이 악화되어 만성신부전증을 유발할 수 있고, 눈의 망막에도 출혈을 일으켜 시력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고혈압일 때 똑똑한 대처법
고혈압 치료는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가벼운 고혈압은 비약물요법만으로도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약물요법을 사용하는 환자들의 경우도 약의 반응을 높이고 혈관 합병증의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하여 비약물요법이 중요하다.
고혈압의 비약물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염식을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음식은 비교적 짠 음식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한 염분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 특별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 외 적당한 운동, 체중 조절, 금연, 절주나 금주, 스트레스 해소 등도 혈압 조절에 대단히 중요할 뿐 아니라 동맥경화증의 위험 요소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꼭 실천해야 할 것들이다.
고혈압의 약물요법은 위에 열거한 비약물요법만으로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진단 시의 혈압이 높은 경우, 또는 혈압 조절이 중요한 고위험군의 경우 시행하게 된다.
고혈압의 치료 약제는 워낙 종류가 많고 약에 따라 다양한 작용, 부작용이 있으므로 환자의 고혈압 정도, 고혈압 이외에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 환자의 사회적 상태(직업), 연령 등을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 일단 약제가 선택되면 꾸준히 복용해야 하고 위에 열거된 비약물요법을 병행해야 효과적이다.
24시간 혈압 측정으로 정확성 높여
혈압은 활동에 따라 오르내리게 되어 하루 중에도 위의 혈압은 30~40mmHg 이상, 아래 혈압은 20mmHg 정도 변하게 된다. 따라서 깊이 잠자고 있는 도중에 혈압이 제일 내려가고, 흥분하거나 활동하는 도중 혈압이 올라가는 것은 생리적인 현상이다.
또한 병원에 오면 혈압이 오르는 경우를 상당수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환자들을 소위 백색 의사복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 또는 병원 고혈압(Officse Hypertension)이라 한다.
의사 앞에서만 나타나는 높은 고혈압은 환자가 병원 환경에 익숙해진다 해도 혈압이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자칫하면 불필요한 치료를 받기 쉽다.
이처럼 정상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혈압의 변동, 의사 앞에서만 혈압이 높은 경우, 경계성 고혈압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여 불필요한 혈압 치료를 줄이고 적절한 치료를 하기 위하여 24시간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이는 아주 간편한 작은 혈압계를 허리에 차고 24시간 동안 생활한 후 컴퓨터로 측정 결과를 살펴볼 수 있으므로 정확한 혈압을 재는 데 대단히 유효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4시간 동안 일상생활 중의 혈압 양상과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의 혈압을 측정하고 저장하여 평균 혈압을 알 수 있기도 하다.
다만 이 방법을 활용하려면 병원을 이틀 연이어 방문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기계에 물이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24시간 동안 샤워나 목욕도 금물이다.
혈압 측정 시 유의할 점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혈압 측정기를 사용하여 혈압을 체크하고자 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① 혈압 측정 전 적어도 3-5분 앉은 상태로 안정한 후 위팔에서 혈압을 측정한다.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꼬지 않은 상태에서 발이 바닥에 닿게 앉는다. 위팔이 심장의 높이가 되도록 높이를 조절하고, 팔을 책상 위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약간 구부려 얹어 놓은 상태에서 측정한다.
② 정상적으로 10mmHg 이내 범위의 양팔의 혈압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양팔 간의 수축기 혈압의 차이가 20mmHg 혹은 확장기 혈압의 차이가 10mmHg 이상이면 혈관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③ 혈압 측정 30분 전에는 카페인 섭취, 알코올 섭취, 흡연을 하지 않아야 정확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이사민 교수는 서울대의대 졸업 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조교수로 있으면서 심장판막질환, 심근병증, 고혈압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대한심장학회 젊은 연구자상’ 수상, 동양인 최초 ‘미국 심장학회 젊은 연구자상’ 수상, ‘2014 두산 연강 학술상’ 및 ‘2017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등 젊은 교수임에도 굵직굵직한 상을 받으며 잠재력이 큰 의과학자로서 국내외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