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라돈 문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장난감의 비스페놀-A, 살충제달걀파동 등 계속해서 발생하는 특정 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어찌 보면 예견된 사태인지도 모른다. 아니 앞으로 더 큰 이슈들이, 더 심각한 물질들이 우리의 건강과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라돈의 정체
라돈은 비활성 기체원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탄의 주원료가 되는 우라늄이 그 뿌리다. 우라늄과 토륨의 자연방사성 붕괴 사슬에서 라듐을 거쳐 라돈이나 납의 형태로 바뀐다.
토양 속에 존재하는 우라늄이 라돈기체화 돼 건물의 빈틈으로 들어와 실내 라돈 수치를 높이게 된다. 우리는 이를 라돈방사선이라고 부른다. 결국 방사선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라돈은 80~90%가 토양에서 나오기 때문에 천연방사능가스라고 할 수 있다. 10~20%는 콘크리트, 석고보드, 석면슬레이트 등의 건축자재에서도 방출된다. 최근에 제2의 가습기 살균제라고 불리는 ‘대진침대 라돈 검출사건’의 경우는 음이온과 연관돼 있다.
음이온은 라돈방사선을 방출하는 모나자이트로부터 유래한다. 음이온 관련제품은 침대뿐만 아니라 팔찌, 목걸이, 벽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출시돼 판매되고 있다. 국내 음이온 제품의 90% 이상은 라돈을 내뿜는 모나자이트를 쓴다는 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수면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구인 침대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다. 공기보다 가벼워 침대 주위에 포진해 있다가 호흡기계인 피부나 입을 통해서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므로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
무색·무취로 공기보다 무거운 방사성 기체인 라돈은 그 농도가 낮다 하더라도 침대처럼 장기간 지속적으로 피폭되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될는지 아무도 모른다. 방사선의 경우 직접 맞는 ‘외부피폭’과 호흡기를 통해 몸 안에서 일어나는 ‘내부피폭’은 유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래서 더 두려움이 클 수 있다.
알면 알수록 무서운 라돈의 위험성
라돈에 대해 우려하는 것 몇 가지를 정리하면 ▲DNA를 변형시켜 폐암을 유발할 수 있고 ▲생활 속에서 어느 정도 노출돼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록 천연물질이지만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 그 유해성이 훨씬 커진다는 보고도 있는 상태다.
여기에다 더 큰 문제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한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과 결합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단세포적으로 ‘라돈은 가스이므로 집안 환기만 잘 해주면 돼.’라는 근시안적 해법으로는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생활 속에서 라돈 해결법은?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문제는 라돈 문제보다 훨씬 크고 심각하지만 개인이나 특정집단, 혹은 국가가 동원돼도 해결이 쉽지 않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수동적인 행동밖에 할 수 없다.
반면 라돈방사선 문제는 나의 적극적 행동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물론 공공건물, 예를 들어 지하철 라돈방사선 경우와 같이 내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라돈에 대한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음이온(모나자이트) 관련 제품을 구입하지 않을 것.
2. 건축자재, 특히 콘크리트, 석고보드, 석면 함유 자재 구입을 하지 않을 것.
3. 한국환경공단의 실내 라돈 저감 가이드를 참고할 것.
4. 한국환경공단 실내 라돈 농도 무료검사 신청할 것(특히 단층건물, 지하나 반지하 건물).
5. 실내 환기 및 청소를 자주 할 것.
6. 공기정화식물을 키우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음이온 제품, 효과는 글쎄?
음이온 제품의 90% 이상은 라돈방사선을 방출하는 모나자이트가 함유된다는 사실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제품 자체에서 음이온이 나온다고 광고하는 제품의 대부분이 모나자이트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따라서 ‘음이온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는 ‘라돈이 방출되므로 건강을 망칠 수도 있다.’로 바꿔야 할 것이다.
현재 음이온 관련 출시제품은 침대, 팔찌, 목걸이, 벽지, 화장품, 건축자재(석고보드, 석면 등) 등이 있으며, 그 영역이 점차 확대돼 생리대까지 음이온 제품이 나온다고 한다.
확실한 것은 어떤 특정물질이 건강을 이롭게 하기는 어렵지만 건강을 치명적으로 해치는 데는 너무도 쉽다는 점이다.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정보를 알면 대책을 세우기 쉽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경우는 전문가집단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라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한국환경공단(www.radon-free.or.kr)에 있다. 라돈농도 무료검사 신청과 라돈 저감 가이드를 참고하여 라돈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
한국환경공단에서는 가장 손쉬운 라돈 저감법으로 환기를 추천한다. 주기적인 환기를 통해 라돈의 위험으로부터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바닥이나 벽 등에 갈라진 틈이 있나 확인하고 보강재 등을 이용해 갈라진 틈새만 잘 막아도 실내의 라돈 농도 저감에 효과가 있다고 추천한다.
라돈을 포함한 생활 속 오염물질 없애는 대청소법
무색·무취로 공기보다 무거운 라돈은 실내 바닥면에서부터 축적돼 올라간다. 실내 라돈 수치는 토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단독주택의 경우가 134㏃/㎥로 연립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의 2배 이상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그러니 단독주택일수록 환기와 청소를 더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고층아파트에서 라돈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는 석고보드에 기인한다고 하니 참고하면 되겠다.
사실 우리 집 내부의 오염물질은 라돈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다. 사람에게서 배출되는 유해가스부터 가구, 화장품, 옷 등 석유화학제품에서 발현되는 수많은 화학물질들, 그리고 세제나 약품, 플라스틱 등의 탈락물질들, 먼지와 미세 해충들까지…. 실외보다 실내오염이 더 심각하다는 전문가의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얼마나 내 집안이 오염물질 천국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오염물질들은 모두 폐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돼 있다. 냉장고 음식물 쓰레기에선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부유미생물이 만들어지고, 가구·벽지·장판·단열재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나온다. 난방·주방기구에서는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 차고에서는 벤조피렌, 그리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알 수 없는 수많은 물질들을 품고 내 집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쾌적한 집안 환경 만들려면…
1. 실내온도 18~24℃, 습도 40~60%를 알맞게 맞춰준다.
2. 환기를 충분히 자주 시켜준다. 단 바깥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피한다. 환기를 시킬 때 선풍기 등을 이용하여 실내 공기를 뒤집어 줘야 하는데, 이는 라돈을 포함한 유해화학물질 일부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가라앉아 있기 때문이다.
3. 가끔씩은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 공기 중에 있는 미세먼지 등을 바닥으로 가라앉힌 후 물걸레로 닦아주는 지혜도 필요하다.
4. 밀폐된 공간에서 제습기·가습기·청소기·히터·TV·컴퓨터·프린터·선풍기·에어컨 등 다양한 전기, 전자제품을 쓸 때는 미세먼지와 다양한 화학오염물질이 나올 염려가 있으므로 충분히 먼지 등을 청소하고 꼭 환기시켜야 한다.
5. 실내에서는 가능한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소독약, 나프탈렌, 합성방향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모기·파리·바퀴벌레를 잡는 살충제를 사용할 경우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하며 충분히 환기를 시켜야 한다.
6. 침구류는 주기적으로 먼지를 털어주거나 여의치 않은 경우 세탁을 하는 것이 좋다. 사람의 각질을 먹고사는 집 먼지 진드기는 침구류에 많이 서식하므로 자주 털어주거나 햇볕에 한 번씩 말려주는 것이 좋다.
7. 거실에 소파와 카펫이 있다면 더 주의해서 청소해 줘야 한다. 먼지를 머금거나 화학물질이 침착돼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8. 주방은 조리 시나 조리가 끝난 후 일정시간 동안 후드를 켜 두어 충분히 공기순환을 해 줘야 한다. 조리할 때 발생하는 화학물질이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만큼 주의를 기울여 폐질환을 예방해야 하겠다.
9. 음식물 쓰레기는 즉각 분리해서 버리고 주방에 오래둬 미생물이 번식하지 않도록 한다.
집 안을 너무 깨끗하게 하려고 지나치게 많은 화학물질을 쓰는 것은 음이온을 얻으려고 라돈방사선 유발물질인 모나자이트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화학물질은 어떤 형태로든지 집안 곳곳에 잔류할 수 있고 그것이 호흡기계 등을 자극하여 질병과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화학물질은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 다만 집안을 깨끗이 청소한다는 것은 정체돼 있는 공기를 주기적으로 교환해주는 것이며, 축적된 먼지나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세균을 잡는답시고 살균·항균효과가 있다고 하는 화학제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보면 세균은 잡을지 모르지만 화학물질로 인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생활 속의 라돈,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