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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취재요청] 침묵의 살인마 췌장암, 과연 살길은 없는가?

2005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도약호 46p

【건강다이제스트 | 윤말희 기자】

【도움말 | 원자력의학원 내과 김진 과장】

어느 날 본지에 한 통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췌장암에 관한 기사가 없을까요? 제가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아서요….”

전혀 예상치 못한 진단에 놀란 독자는 한줄기 희망이라도 잡기 위해서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다.

췌장암은 이렇듯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 ,’침묵의 살인마’ 라는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췌장이라는 장기도 몸 속 깊숙이 숨어있어 발견이 어렵고, 늦게 발견돼 치료도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처럼 췌장암은 무조건 죽는 병이 결코 아니다. 날로 새로운 치료법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생활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어느 정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럼 독자의 취재 요청에 따라 ‘췌장암’ 과연 살길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본다.

침묵의 장기 ‘췌장’

생소하게 느껴지는 췌장은 명치 바로 아래 상복부 깊숙이 위치하고 있는 장기로서, 성인에서 그 무게는 70∼120g이며 길이는 12∼20cm 가량 된다.

췌장의 주요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는 음식물을 소화하는데 필요한 소화효소를 만들어 분비하는 기능이며, 다른 하나는 핏속의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이다.

이러한 췌장을 일컬어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웬만한 이상은 그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의 사자로 불리는 것이 바로 췌장암이다.

원자력 의학원 내과 김진 과장은 “췌장암은 말 그대로 췌장에서 발생하는 암을 총칭하는 것으로서, 췌장을 구성하던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 정상 조직을 파괴하고 주변 장기를 침범하며, 때로는 췌장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혹을 형성하는 이상 상태를 말합니다. 몇 가지 비교적 드문 특수한 췌장암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췌장암은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작용을 하는 세포에서 나타납니다.” 라고 말한다.

이러한 췌장암은 초기에는 대개 아무런 증상이 없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한 다음에야 상복부 통증이 간혹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췌장과 인접하여 담즙이 흘러가는 담도가 있기 때문에 이 부근에 생긴 췌장암의 경우에는 담즙의 배출을 막아 비교적 초기에 황달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간혹 피부나 눈동자가 노랗게 변하는 증상도 나타난다.

그밖에 주변의 소장이나 대장을 침범하여 장 폐쇄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이유 모를 체중 감소, 오심, 구토, 당뇨병 등이 첫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김진 과장은 “안타깝게도 조기 증상은 거의 없으나 췌장의 윗부분인 두부에 생긴 경우 담도를 폐색하여 황달을 일으키기도 하고, 다른 장기를 폐색하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 발견되는 수가 많으므로 대부분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데다 설상가상으로 췌장은 장기의 특성상 임파액의 흐름이 풍부하고 주변에 임파절이 많아 조기에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특성들은 모두 췌장암의 치료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췌장암의 진단방법으로는 복부 초음파, 복부 단층촬영 등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내시경적 진단으로 ERCP 등이 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 혹시 췌장암 아닐까??의심 증상 8가지

① 췌장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 황달, 체중 감소이다.

② 통증은 90%의 환자가 호소하는데 그 양상은 다양하다.

③ 황달은 담관이 폐쇄됨으로써 발생하는데 췌장 두부암의 약 60∼80%에서 황달과 간 비대가 생긴다.

④ 췌장 미부암의 경우 약 30%에서 간 비대와 황달이 생길 수 있다.

⑤ 췌장 두부암의 약 30%에서 담낭이 커져서 만져진다.

⑥ 구토, 쇠약이 약 1/3에서 생기고 우울증, 변비, 상부 위장관 출혈이 생길 수 있다.

⑦ 약 20%의 환자에서 복부 종괴가 만져지거나 복수가 관찰된다.

⑧ 약 80%의 환자에서 당불내성이 나타난다.

췌장암 치료법

여러 가지 역학조사의 결과를 보면 췌장암은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1.5배 더 잘 발생하고, 50세 이상의 고연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육류나 지방 성분이 많은 식사를 하는 사람에서 2배 더 발생하며,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에서는 발생률이 낮은 편이다.

특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의 발생 위험이 2∼3배 높고,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는 약 15배 가량 췌장암이 더 잘 생기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따라서 췌장암의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고기 종류보다는 신선한 과일 및 야채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금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췌장암은 그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른데, 비교적 조기에 발견된 경우에는 수술을 하는 것이 결과가 가장 좋다. 수술 자체가 큰 수술이어서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는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김진 과장은 “수술이 가장 나은 치료 방법이기는 하지만 진단될 때 벌써 병이 상당히 진행되어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와 같은 방법을 택하게 됩니다. “

물론 이들 방법의 치료 성적은 그리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지만 근래에는 암이 있는 부위에만 국한하여 집중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있는 장비인‘사이버나이프’를 췌장암의 치료에도 이용하여 치료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날로 새로운 항암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고 이들 약제의 단독 내지 복합 요법 또는 방사선 치료와의 병용 등을 통해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낙관적인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균형잡힌 식사가 중요

김진 과장에 의하면 “췌장암의 병변 자체를 줄이는 식이요법이나 생활법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신체의 영양 상태가 좋아야 여러 치료 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균형 있는 식사를 할 것을 권한다.

특히 김진 과장은 “통증은 췌장암의 흔한 증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진통제 사용을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 모두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충분한 진통제 사용을 통한 통증 조절이 삶의 질을 포함한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잘 입증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췌장암은 불치병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민간 속설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김 과장은 우려한다. 어떤 신비한 풀, 신비한 요법에 현혹되지 말고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정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치료대책이라는 것.

이와 더불어 하루하루 건강한 생활습관의 실천도 중요한 사항으로 꼽는다. 암의 원인이 되는 담배, 술, 기름진 식사 등은 멀리 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자기 관리를 하는 것이 췌장암의 위험성을 줄이는 중요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란다.

☞ 알아두세요!

췌장암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인해 예후가 좋지 않다.

·췌장 주변에 장간막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후복막에 조기에 직접 전이가 일어난다.

·췌장 림프계의 광범위 절제가 어렵다.

·췌장계의 림프절은 판막이 없어 전이가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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