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라돈 침대까지…. 잊을 만하면 터지는 화학독성물질의 공포 속에서 지금 우리는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화학물질 포비아(phobia)’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극도의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불안을 더 얹는 건 아닌지 주저되지만 더 이상 애꿎은 희생양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한다. 우리집에 도사린 화학물질 독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그 실상을 알고 똑똑한 대책을 하루 빨리 세워야 할 것이다.
온통 독성물질 세상
▶새집증후군의 대명사 포름알데히드 ▶조리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 ▶주방에서 사용하는 세제의 차아염소산나트륨, 수산화나트륨, 계면활성제 ▶플라스틱 주방용품에 사용되는 비스페놀-A ▶샴푸와 비누, 바디클렌저의 계면활성제 ▶살균제(가습기 등)와 살충제, 그리고 방충제(나프탈렌 등) ▶방향제(차량이나 실내 향기 발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벅찬 우리 집의 대표적인 독성물질들이다.
이들 독성물질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초월이다. 일례로 항균비누와 치약, 화장품에 사용되는 트리클로산은 갑상선 호르몬을 방해하는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다. 또 합성세제와 섬유유연제에 사용되는 알킬페놀은 환경호르몬으로 생식과 발달을 방해한다.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의 방부제로 사용되는 파라벤은 피부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라돈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아니 오히려 침대매트리스 라돈 문제보다 더 심각한 독성물질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도 많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독성물질, 혹은 대부분의 유해화학물질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들이다. 모기나 파리, 벌, 그리고 밭의 해충들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그것들이 자연생태계의 일원이라 해도 우리에게 불편함과 피해를 가져다주므로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살충제다.
세균도 마찬가지다. 세균 역시 자연생태계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물질이지만 인간생활에서는 많은 불편함을 준다. 역시 죽여야 하는 미생물인 것이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살균제나 항균제다.
이렇듯 우리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 모두는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우리들의 삶을 편하고 안락하게 할 목적으로 개발됐는데 이런 물질들이 우리들을 공격하고 있다. 환경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눈 떠서 잠 들 때까지 화학물질 천국
우리들의 생활을 한 번 들여다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불소와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는 치약으로 양치질을 한다.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는 샴푸로 머리를 감고 욕실의 찌든 때를 제거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듬뿍 붓고 박박 닦는다. 화장대 앞에 앉아 화학물질 첨가 화장품을 얼굴과 손 등에 찍어 바르고 출근을 위해 옷장을 열고 화학세제로 세탁된 외출복을 입고 승용차로 향한다.
자동차 안에는 화학물질 방향제가 향기를 내뿜고 있고 도로엔 니트로피렌, 벤조피렌으로 가득하다. 사무실엔 사무용가구에 사용된 접착제, 페인트 에서 독성물질이 방출된다. 다시 저녁이 돼 집으로 돌아오면 세제를 넣고 세탁기를 돌리게 되고 파리·모기를 쫓느라 살충제를 사용하게 된다. 물론 모기향도 마찬가지다. 밤에 피워 놓은 모기향이 침대매트리스의 라돈보다 덜 해롭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주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스가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물질, 생선 등 음식이 타면서 발생하는 물질, 플라스틱 주방용품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과 비스페놀-A 등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항구적인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이처럼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화학물질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그것이 옳든 아니든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은 화학물질을 요구하게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결정적으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당장의 문제 해결이 항구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세균을 잡느라 사용하는 살균제는 세균보다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고, 파리·모기를 잡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는 지금 당장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생활의 편의성이라는 작은 것을 얻기 위해 훨씬 더 중요한 건강이라는 것을 희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집 독성물질 ‘아웃’은 이렇게~
이건 어떨까? 집안의 유해화학물질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제거하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나 삶의 방식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는 것이다.
이 간단하고 명료한 독성물질 해결방법이 실행에 있어서는 결코 쉽지 않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편리성을 버리고 불편하고 복잡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겠느냐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화학물질이라고 해서 반드시 건강상 위해요소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래서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최대한 줄이면서 유해화학물질 추방이라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기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장난감의 비스페놀-A’ ‘새집증후군의 포름알데히드’ ‘가습기 살균제’ ‘계란 살충제’에 이어 ‘침대매트리스의 라돈’에 이르기까지 집안의 독성물질 문제가 마치 시리즈처럼 발생하고 있는 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이미 예고된 일이며, 앞으로 독성유해물질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때마다 문제의 물질에 집중하게 될 것이고, 정부나 관련 기업이 내놓는 미봉책을 비판하며 호들갑을 떨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질 것이다.
이런 반복적인 재앙을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 삶의 패턴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 최선이다.
어떻게?
집은 나무와 돌, 흙과 짚, 갈대 등을 사용하여 짓고, 파리는 끈끈이로, 모기는 쑥을 태워 연기를 내는 모깃불을 놓아 쫓는다. 생태계는 스스로 조절하므로 가만히 놔둔다. 청소는 쓸고 닦으면 족하고 모자란다 생각하면 소금이나 식초, 콜라 등을 사용한다.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생활 속의 독성물질보다도 미세먼지 등의 외부적 요인들이다.
따라서 생활 속에서 발현되는 독성물질 해결은 단계적으로 가능하다. 물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이 약간 가중될 수는 있다. 이때 그 해법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크게 2가지다.
1. 내 몸의 면역력을 증진시킨다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이 스스로 에너지를 높이고 질병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경이 필요한데 몸이 해야 할 일을 화학물질이 대신해 주는 살균제·살충제 등의 사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너무 깨끗하게 할 목적으로 다량의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것은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환경을 깨끗하게 해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 독성물질인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문제, 해충 문제 등은 내 몸이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간접적인 방법이 있다.
2. 친환경물질을 사용하는 습관을 기른다
일부 학자들은 친환경물질이라고 해서 다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물론 친환경물질이라고 해서 다 안전한 것이 아닌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 몸이 자기물질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천연물질, 즉 친환경물질이다. 화학물질은 비자기물질로 우리 몸속에 진입하면 일정한 시스템 작동을 통해서 받아들인다. 먹는 것, 입는 것, 집 짓는 것, 도구로 사용하는 것 등 모든 것을 친환경물질로 바꿔주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인 것은 꼭 친환경적인 것이 아니어도 독성이 없거나 적은 것에는 이미 우리 몸이 상당히 적응된 상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생태계에 가까이 갈수록 우리는 더 건강해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생태계에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활 속에서 작은 변화를 줘보자.
▶주방용품은 (대)나무, 도기(사기)나 유리, 스테인리스로 바꿔나간다. 플라스틱이 편하기는 하지만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게 부상하고 있으므로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을 위해서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미세먼지보다 더 큰 재앙이 돼 우리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세제는 천연유래 성분을 활용하여 제조된 것을 사용한다. 주방세제에서부터 세정제, 세탁세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상품이 진열대에서 우리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지만 모두 외면할 수 있어야 한다. 세제 문제는 단순히 화학세제, 잔류 문제 등을 넘어서 하천과 바다, 심지어 흙을 오염시킨다. 이들을 분해하여 유해성을 없애려면 자연의 정화능력이 발휘되어야 하는데 화학비료 등 여러 요인에 의해서 하천이 오염된 상태에서 자정능력이 발휘되지 않을 때가 많다. 천연물질을 세제로 활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찾아서 실행하면 되겠다.
▶살충제·살균제·방향제 등 주거공간에 사용되는 독성물질은 우리 호흡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들 물질을 사용하려면 피부에 닿지 않게 하여야 하고 사용한 후 충분한 환기를 시켜야 하는데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폐쇄된 공간에서 이들 물질을 분사한 후 환기도 시키지 않은 채 잠이 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이들 물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치약 속의 불소와 계면활성제, 수돗물의 염소 등은 그 양이나 독성에 비추어 볼 때 단독으로는 유해성이 없거나 적을 수 있지만 다른 물질과 결합하게 되면 어떤 증상을 유발할지 알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치약은 미세가루죽염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라서 스스로 깨우치고 생활환경을 변화해 나갈 수밖에 없다. 모든 화학물질은 일단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인식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내가 화학물질을 알지 못하면 화학물질이 내 몸을 망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