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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클리닉] 부부싸움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2007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새봄호 96p

【건강다이제스트 | 양미경 기자】

【도움말 | 이주은 부부상담심리센터 이주은 원장】

10쌍 중 3쌍이 이혼을 한다는 현대의 부부. 이쯤 되면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은 너무 로맨틱한 속담인지도 모른다. 이혼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성격차이’. 이 두루뭉술해 보이는 ‘성격차이’라는 단어를 가장 단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부부간의 ‘말다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내기 위한 다툼이 아니라면 이제 부부싸움에도 기술이 필요할 때다. 그 부부싸움의 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부부 싸움, 그 화려한 시작

죽고 못 살던 연애시절을 겪고서 결혼을 한 부부도, 긴 연애기간은 아니지만 서로의 장점이 눈에 들어와 함께 보듬고 살아가자는 서약을 한 부부도 결혼을 한 직후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이 결혼 전의 모습과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꽃단장을 하고, 저녁을 먹고, 함께 취미생활을 하던 연애시절과 피곤에 지친 몸으로 돌아온 곳에서 함께 잠을 자고 자신의 구겨진 모습까지 모두 공개해야 하는 결혼생활은 그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적의 상태일 때 단 몇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하여 그 사람의 온전한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바로 이것 때문에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상대방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연애 때와는 다른 싸움, 바로 부부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주은 부부상담심리센터의 이주은 원장은 “부부 싸움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면서 “싸움은 서로에 대해 더욱더 많이 알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불만을 덮어두고 싸움을 피하는 부부일수록 더 큰 갈등을 초래하게 되어 파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서로를 알기 위한 싸움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바람직한 부부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너’가 아닌 ‘나’를 주어로 말하기

부부 싸움을 할 때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너는”이라는 말로 시작을 하기 때문이라고 이주은 원장은 이야기한다. 상대방에게 불만사항을 토로할 때 “너 때문에” “네가 ~해서”라는 말을 하게 되면 비난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심사가 뒤틀리거나 회피를 하고 싶어지는 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싸움을 할 때는 반드시 “나는 ~하다. 그러니까 당신이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 ‘나’를 주어로 시작하는 화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협조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일으켜 갈등을 함께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주은 원장은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는 데 익숙지 못한 사람들은 부부 싸움을 할 때 ‘내가 참고 말지’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왜 상대방에게 미움이 생기는 지도 모르고 막연히 화를 내고 말아 화해의 방법을 찾기가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중심은 반드시 ‘배우자’가 되어야 한다

부부가 오랜 시간을 살다보면 수도 없이 많은 문제로 역경에 부딪치고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이 싸움에서도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가정의 중심은 ‘부부’라는 것이다.

“부부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우선순위라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주은 원장. 즉, 모든 문제를 해결할 때 기준을 삼는 것은 배우자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기준이 흔들리고 자식이 우선순위가 되거나, 경제적인 문제가 우선순위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싸움은 말 그대로 싸움으로만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배우자’를 우선순위로 생각하게 되면 상처뿐인 싸움이 아닌 해결을 위한 싸움이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싸움을 할 때일수록 서로에 대해 ‘존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말의 끝을 반말이 아닌 “~요”로 끝내라는 것이다. “물론 감정이 격해져 있는 상태에서 존칭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 데 노력을 해서 그런 습관을 들이게 되면 다음 번에는 싸움의 당연한 과정처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이주은 원장은 이야기한다. 이렇게 존칭을 사용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해 격한 단어를 사용할 빈도가 줄어들게 되고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센서를 작동시켜라

싸움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이성이 마비되는 순간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바로 그 전 단계에서 이를 인지하게 된다. 이럴 경우에는 센서를 작동시켜 자신의 의지로 싸움을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

“감정문제가 섞여서 상대방에게 상처 주고 싶은 마음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고 말하는 이주은 원장은 “이럴 때는 조금 있다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는 것이 싸움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스킨십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배우자의 팔에 손을 살짝 올려놓고 정돈된 말투로 “조금 있다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하는 방법을 사용해 본다.

“몰라 지금 얘기하기 싫어”라던가 상대방을 남겨두고 언제 들어오겠다는 기약도 없이 나가버리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반드시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이 되면 최대한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감정적인 싸움을 하게 된다면 대화를 접고 메일이나 문자를 이용해서 ‘나’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전달해 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존심을 지키려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라

부부싸움을 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존심’ 때문에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를 꺼려한다. 이주은 원장은 “자존심은 자기 스스로 공경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는 마음이지 고집이나 아집이 아니다”면서 “화해에 대한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먼저 화해를 청하는 것은 자존심을 꺾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나를 배려하고 오히려 자존심을 지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미안하다는 말을 회피를 위한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부부가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를 경우,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무조건 미안하다는 말로 회피를 하게 되면 상대방은 진심이 없는 사과 때문에 더욱 깊은 상실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골이 너무 깊은 부부의 경우는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는 이주은 원장은 “혼자서 상담을 받는 것보다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을 경우 더욱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함께 어려운 산을 넘어본 경험이 있는 부부는 다음 번에 또다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더라도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증대된다.

쿵짝을 맞춰줘라

싸움의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더욱 좋은 기술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쿵짝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하루에 10분씩이라도 시간을 정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맞장구를 쳐주다 보면 자연스레 관계에 건강한 기운이 흐르게 마련”이라는 이주은 원장은 “무엇보다 상대방이 말을 할 때는 그저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배우자가 어려움을 토로할 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당신 힘들었겠구나?” “어머머” “저런” “당신은 괜찮아?”와 같은 여흥구를 넣어 쿵짝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부부관계도 결국 두 명의 개인이 짝이 되어 서로에게 적응해 가는 과정인 만큼 각자의 자립성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스스로 곧게 설 수 있을 때 자신을 존중하게 되고, 나아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너이고, 너는 나’라는 사고방식보다 ‘나는 나고, 너는 너’라는 다름을 인정한 후, ‘우리’라는 공통분모를 만들어 가는 것이 현대의 부부관계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원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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