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윤말희 기자】
【도움말 | 조성준 신경정신과 조성준 박사】
우울증은 여자가 남자보다 2∼3배 높으며 30대 이후 중년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남편 뒷바라지, 아이들 뒤치다꺼리와 시부모 수발 등 가정에서의 주부들의 역할은 막중하지만 늘 부엌데기가 된 기분이다. 하루하루가 슬프고, 매사 흥미와 즐거움은 없으며 수면장애와 피로가 몰려온다. 이런 증세가 계속 되다 보면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일까?” 하면서 자살까지 생각하기도 한다. 이렇듯 혼자 집에서 방치되고 있는 아내들의 우울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방안을 알아본다.
내 아내가 우울하다
얼마 전 P씨는 새벽에 일어나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늘 명랑하고 순종적인 아내가 불 꺼진 서재에 앉아서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라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울기만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내에게 지난밤 일을 다시 물었을 때 기가 막힌 대답을 들었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우울하고 답답해서 몇 달 내내 이렇게 잠도 못 자고 울었다는 이야기였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던 아내가 모두 잠든 사이에 늘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말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위의 사례처럼 알게 모르게 많은 아내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우울증 가운데 가장 많은 ‘주부 우울증’은 순종을 강요하는 결혼문화, 시댁과의 관계, 자녀문제, 남편의 외도 등이 가정주부들로 하여금 심한 좌절감과 무력감을 일으키고, 이런 스트레스가 적절하게 배출되지 못한 채 누적이 되면서 우울증을 일으킨다.
주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 간의 이해와 협력이며 주부 또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가치평가와 인정이 필요하다. 또한 집안 일을 주부 혼자서 해결하는 것보다는 남편과 자녀에게 가사분담을 나누고 마음의 여유를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과 전문의 조성준 박사는 “주부 스스로 적당한 운동과 취미생활로 시간 관리를 해가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자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소질이나 재능을 개발해 자신의 가치감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약물치료도 한 가지 방안으로 심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한다.
그럼 주부 우울증 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사례를 중심으로 해결 방안은 없는지 정신과 전문의 조성준 박사의 도움말로 풀어보자.
그때 그때 다른 우울증 극복법
case1
친구들 모임에 다녀오면 늘 우울합니다.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예전에 저보다 공부도 못하고 못생겼던 친구들이 남편 잘 만나서 잘 입고 잘 사는 것을 보면 화가 납니다. 점점 갈수록 친구들과 사는 모습이 비교되는 것 같아서 모임도 자꾸 피하게 되고 모임에 다녀오면 우울해지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dvice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처지에 겸손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심은 줄이고 자녀 키우는 일에 만족을 느끼도록 하세요. 또한 경제적으로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를 자주 갖는 것이 중요한데 종교모임이나 남편 직장동료들의 모임에 나가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만약에 경제적인 부분에서 열등감을 느꼈을 경우에는 재테크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요즘은 주부들이 많이 취득하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같은 공부를 하다보면 가사에 보탬이 될 수 있고 자기 개발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일 것입니다. 또한 모임에 나가서는 먼저 기가 죽어서 열등감에 사로잡히지 말고 당당하게 모임에 참여하도록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case2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남편은 회사에 나가고 옆집 미나 엄마도 직장에 다니면서 다들 바빠 보입니다. 집안 일은 정말 많지만 보람도 없고 또한 혼자 있으면 외톨이가 된 것 같고…. 이거 어떻게 하면 되나요? 다들 바쁘게 사는 데 저만 혼자서 집순이가 된 것 같은 하찮은 기분 어떻게 하나요?
advice
무언가 몰두할 만한 대상을 찾아야 합니다.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거나 독서와 취미생활을 개발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래모임이나 취미에 관련된 모임을 조성해서 같이 정보를 교류하면 친목도모와 즐거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모임에서 리더로 활동하는 것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모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많습니다. 다니고 있는 헬스장, 에어로빅장 그리고 심지어는 미용실 등에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적극적인 자세로 해보겠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더불어 요즘은 여성개발인력센터나 문화센터 등 주부들을 위한 강좌가 많습니다. 논술, 제과 제빵, 요가, 창업 강좌 등 배울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주부 사원만 뽑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텔레마케터, 보험 등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자기 스스로가 집순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집안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사람이라고 늘 생각하고 가족들에게도 말로써 늘 인식시켜줘야 합니다.
case3
50대 초반의 주부입니다. 폐경기가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계속 우울하고 여자의 일생이 다 끝난 기분이 듭니다. 어떻게 폐경기 우울증을 극복하면 좋을지요?
advice
우선 폐경을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자세가 중요합니다. 또래의 폐경기 우울증 친구나 주위사람들과 자주 만나 대화하고 감정을 교류해야 합니다. 집안에 혼자 있는 것보다는 야외에 자주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햇볕을 자주 듬뿍 쬐는 게 좋습니다. 유산소 운동이 가장 좋으며 조깅과 자전거타기 등을 즐기고 여성 호르몬과 유사한 콩과 두부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남편과의 활발한 성관계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새로운 활동이나 관심사를 찾아서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되는 데 주부모임인 노래교실이나 스포츠댄스 등 즐겁고 활기찬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좋습니다. 더불어 주위 남편이나 자식들도 미리 아내의 몸 상태를 체크해 많은 주의를 기울여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또한 상태가 나쁘면 여성 호르몬 투여요법을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case4
남편이 바람이 났습니다. 결국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왔지만 남편 얼굴만 봐도 바람 피운 일이 생각나고 다시 그럴까봐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남편의 바람으로 기분이 우울하고 답답한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dvice
우선 냉각기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굴을 보고 얘기하다보면 지난 일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되살아납니다. 따라서 얘기하고 따지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고 꼭 필요한 대화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가면 감정이 차츰 누그러지므로 인내와 자제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각방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경우 우울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또한 마음속으로 너무 담아 놓지 말고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에게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위로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