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대화전문가 이정숙】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그렇게 이름 붙여져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는 그 이름 ‘부부’.
전혀 남남이던 사람이 서로 만나 부부라는 이름으로 행복한 가정을 꿈꾸지만 종종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부부 사이를 금가게 한다.
특히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부부관계는 부부 트러블의 온상이다. 그래선 안 된다. 대화만이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남편이 잘 모르고 있는 아내의 성, 그리고 아내가 잘 모르고 있는 남편의 성 트러블도 진솔한 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그 비결을 이정숙 대화전문가로부터 들어본다.
case1 아내의 잠자리 요구가 겁날 때 “접촉보다는 마음을 전하라”
남자들에게 있어 성적 파워는 거의 생명력과도 같다. 그래서 남자들은 성적인 능력으로 사회생활 전반의 능력을 가늠한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남자들은 10대부터 20대 때 성적 욕구가 가장 왕성하고 임신과 양육의 의무를 가진 여자들은 중년기에 성적 욕구가 가장 왕성하다.
이러한 부부의 성적 욕구 불균형은 중년 이후에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성적 욕구가 저하되는 남자들은 이러한 불균형에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남편인 당신이 아내의 성적 욕구의 실체를 안다면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여자들은 성관계에서 삽입보다 감정적인 교감에 더 큰 만족을 얻는다.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성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성기의 크기나 힘은 남자들이 생각하듯 여자들이 성적 만족을 얻는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
이런 결론은 이미 연구에서 확인되었다. 미국의 잡지 <맥심>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작은 것이 ‘너무 작은’ 것인가?”라는 설문을 실시한 적이 있다. 여기에 응답한 여성들 중 너무 작아서 문제였다고 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맥심>은 여자가 남자와의 성관계에서 불만족을 느끼는 원인은 사이즈가 아니라 상대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은 움직임, 여자가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일방적인 행동, 테크닉과 경험 부족, 섹스 자체보다는 ‘폼’을 잡는 데 더 신경 쓰는 행동 등이라고 결론 내렸다.
대화를 나눌 때 상대편을 고려해야 교감이 일 듯 성관계도 그렇다. 남자가 지레 불안해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면 교감이 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내의 성적 욕구를 반드시 육체적으로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자. 그러면 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여유 있는 마음과 유연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말로 나누는 대화만 대화가 아니다. 부부간의 성관계는 가장 깊이 있는 대화다. 따라서 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아내에게 “난 당신을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해.”라는 사실을 전하려는 마음이다.
case2 남편이 잠자리 요구를 회피할 때 “우리 분위기 한 번 바꿔볼까?”
중년에 접어들어 성기능에 자신을 잃는 남자들이 많다. 그런데 솔직하게 아내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남자는 드물다. 자존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은근히 요구해오면 “오늘은 너무 피곤해”, “내일 일찍 나가봐야 해” 등의 핑계를 대며 돌아눕게 된다.
아내 입장에서는 성적 욕구를 혼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남편에 대한 불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성적인 욕구도 마음 속의 분노와 마찬가지로 적절하게 해소되지 못하고 쌓이면 몸과 마음의 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내인 당신이 이 문제를 풀어보려는 마음에 가뜩이나 자신감을 잃은 남편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거나 남편의 성적 능력을 의심하는 말을 하면 오히려 문제만 악화시킬 것이다.
이럴 때엔 용기 있게 침실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이 좋다. 동물 세계에서는 같은 암컷과는 한 번 이상 관계를 맺지 않는 수컷들이 많다. 남자들에게도 이런 동물적인 속성이 남아있다. 많은 남자들이 몇 명의 여자와 성관계를 가졌는가를 자랑삼는 것이 그 증거이다.
남편의 성적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컷의 이런 속성을 이용해 남편이 당신을 다른 여자로 느끼도록 변신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주의할 점이 있다. 예고 없이 당신 마음대로 분위기를 바꿔 오히려 남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남자들은 나이가 많거나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라도 성문제에 관해서만은 여자에게 이끌려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분위기를 바꿀 때도 의논과 부탁의 방식으로 남편에게 흘러가듯 가볍게 힌트를 주는 것이 현명하다.
“여보, 우리 분위기 한 번 바꿔보면 어떨까?”
case3 아내가 잠자리를 거부할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 게 좋아?”
남자들은 결혼 경력이 쌓여도 성관계에서는 여자가 수동적이라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내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술에 취해 강제로 잠자리를 요구한다든지, 분위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갑자기 관계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 반면 여자는 성관계에서 행위 자체보다는 분위기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남편의 이런 행동은 아내의 기분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모욕적인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드러내놓고 불평하지 않는 이유는 여자는 성에 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털어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자기 기분대로만 이끄는 성관계는 아내를 매우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일이 거듭되는 동안 아내가 불평을 삭이지 못하고 안으로 쌓아두면 불감증이 생기기도 한다.
만약 중년 이후에 아내가 남편인 당신의 잠자리 요구를 자주 거절한다면 당신이 결혼생활 내내 아내의 기분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성생활을 이끌어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편들은 아내에게도 자신 못지 않은 성욕이 있고, 그녀만의 성적 취향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성관계란 마음과 몸을 직접 맞대고 나누는 가장 깊이 있는 대화여서 일방적으로 끌려 다닐 바에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내가 남편인 당신의 잠자리 요구를 거절하면 ‘나를 무시해서 저런다.’라고 지레 짐작해 아내의 거절 그 자체에 대해 무시하는 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 그럴 때는 아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서 관계의 유형을 개선해야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넌지시 한 번 물어보라.
“당신은 어떻게 하는 게 좋아?”
만약 당신이 아내에게 죽어도 그런 말을 꺼낼 수 없는 무뚝뚝한 남자라면 잠자리에서 아내가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힌트를 주는 정도의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여자는 워밍업 없이는 성관계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시작과 동시에 자신의 욕구대로 게임으로 들어가는 것도 위험하다.
부부끼리 대화를 나눌 때 아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성관계에서도 아내가 원하는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라. 그렇지 않으면 부부관계가 항상 겉돌 뿐만 아니라 아내는 뭔지 모를 허전함으로 또다른 사람을 찾고 싶을지 모른다.
글쓴이 이정숙 님은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국제전문가 과정 중 국제관계 및 스피치 이론 3년 과정을 수료한 대화전문가이다.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J.S.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 원장,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CEO PI 최고위과정을 위탁 운영했다. 현재는 (주)SMG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준비된 말이 성공을 부른다><리더로 키우려면 말부터 가르쳐라><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등 다수가 있다.
이 글은 그의 저서 <남녀 대화법>(나무생각 刊 02-334-3339) 중의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