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달군 건강 키워드 중에서 ‘장내세균’에 대한 열광도 빼놓을 수 없다. 이름도 생소했던 장내세균이 인기검색어로 등장했고, 세균에 대한 인식까지 바꿔놓았다.
세균은 원래 나쁜 이미지다. 건강을 해치는 주범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장내세균은 이 같은 생각에 반기를 든 세균이다. 건강을 지키는 비밀병기이자 면역력을 좌우하는 좋은 세균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빛냈다.
현대의학의 빅뱅으로 여겨질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올 한 해 인기검색어였던 장내세균! 이 같은 열풍 속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뭘까?
장내세균이란?
“건강은 바로 장속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 유명한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의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일찍부터 건강의 열쇠로 여겼던 바로 그 존재! 장내 미생물이다. 이른바 ‘장내세균’을 말한다.
이러한 장내세균은 한마디로 사람의 소화관 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들을 말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우리의 장내에는 무려 200조 개나 되는 장내미생물이 살고 있다.”며 “이들은 우리 몸에 영향을 미쳐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또 치료를 위한 해법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운명을 바꾸는 장내세균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질병을 치료하기도 하는 장내세균은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존재다. 장내세균이 의학의 빅뱅을 주도할 핵심 어젠다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장내세균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눈다. 우리 몸에 이로운 유익균, 우리 몸에 해로운 유해균, 이도저도 아닌 중간균이 그것이다.
이동호 교수는 “건강한 성인의 경우 평균적인 장내세균의 구성 비율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이 30%, 건강에 해를 끼치는 유해균이 5~10%의 비율”이라고 말한다.
나머지 60~75%는 이도저도 아닌 중간균으로 기회를 엿보는 균이다. 일례로 유익균이 우세한 환경에서는 유익균으로, 유해균이 우세한 환경에서는 유해균으로 가세한다. 이들이 서로 어울려 우리의 장 환경을 만든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장내세균의 구성 비율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유익균이 장 환경을 지배할 수도 있고, 유해균이 장 환경을 장악할 수도 있다. 이때 중간균은 세력이 큰 쪽에 붙어서 이로울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
이동호 교수는 “유익균이 장 환경을 지배할 때 우리 건강에도 이롭다.”고 말한다.
면역시스템을 교육 또는 단련시켜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위장관에서 소화시키지 못하는 물질들을 분해하여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런 반면 유해균이 장 환경을 지배하면 각종 질병의 도화선이 된다. 염증성 장질환과 알레르기 질환, 대사성 질환, 당뇨, 비만, 암의 발생과 진행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올 한 해 건강기능성 식품 중에서 유익균의 총칭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내세균 중에서 유익균을 늘리기 위한 일환이었다. 그렇게 하면 건강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동호 교수는 “노화, 비만, 당뇨, 암, 치매 등 여러 질병이 장내세균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점차 밝혀지고 있다.”며 “그래서 장내세균은 운명도 바꿀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좋은 장내세균이 지배하는 장 환경은 이렇게~
장내세균이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다면 궁금해진다. 어떻게 하면 유익균이 지배하는 장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이동호 교수는 “장내세균의 분포를 좌우하는 것은 음식,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조절된다.”며 “이중에서도 우리의 식습관이 장내세균 조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육식 위주의 식사 ▶각종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 ▶스트레스 등은 장내 환경을 나쁘게 만드는 주범이다. 유익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유해균의 증식을 촉진시킨다.
이동호 교수는 “장내세균이 내 운명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풍성하고 다양한 유익균이 많이 살고 있는 장내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 꼭 실천해야 할 지침은 크게 5가지”라고 말한다.
첫째, 섬유질이 풍부한 시골밥상을 먹는다. 채소, 과일, 잡곡, 견과류, 해조류 중심의 식사를 해야 한다. 이들 식품에 풍부한 섬유질은 소화기관에서는 분해가 안 되지만 큰 창자로 넘어가면 유익균이 먹어서 좋은 물질을 많이 만들어낸다. 우리 몸의 대사물질을 마구마구 만들어낸다.
이러한 대사물질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암도 억제하고 각종 질병의 발호도 막는다.
둘째, 가공식품·인스턴트식품을 멀리한다.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에는 섬유질이 부족하고 미량영양소도 부족하다. 게다가 인공감미료, 유화제, 증점제 등 각종 첨가제도 듬뿍 들어 있다. 이런 요소도 장내 환경을 나쁘게 만드는 주범이다. 유익균의 증식은 억제하고 유해균의 증식은 촉진한다. 장내에 유해균이 많아지면 발암물질의 생산이 많아지고 면역기능도 약화되어 각종 암과 염증성 질환이 생긴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셋째,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좋은 유익균을 없앤다. 긍정적인 생활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넷째, 운동한다. 운동을 통해 대사활동이 활발해지면 좋은 장내세균도 늘어난다.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30분 이상의 운동을 일주일에 3회 이상 꼭 하도록 한다.
다섯째, 발효식품을 많이 먹는다. 발효식품에는 유익균이 많이 들어 있다. 장내세균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김치, 된장, 청국장, 낫토, 치즈 등을 즐겨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동호 교수는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장내세균이 많으면 암 치료도 잘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장내세균을 잘 관리하는 것이 무병장수의 지름길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동호 교수는 장내 세균 연구의 권위자로 대한소화기학회 보험위원, 대한소화기학회 학회지 심사위원, 중앙의료보험심사평가원 비상근 심사위원, 대한내과학회 학회지 심사위원, 대한소화관운동학회 감사, 대한 헬리코박터및 상부위장관학회 보험이사로 활동 중이다. 미국 ‘마르퀴즈 후즈후 인더 월드(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세계 인명사전에 뛰어난 의학 업적으로 등재(2009)되기도 했고, 영국 IBC(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er)가 발행하는 국제 인명사전에도 등재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알버트 넬슨 마르퀴즈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